트램과 홍등가는 무슨 관계?
구룡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지인 한 명이 홍콩섬으로 이주했다.
내가 바다 건너로 이사한 소감을 묻자, “이곳에 오니 트램들이 다니는 게 진짜 홍콩 느낌 나더라구요.” 라며 트램을 언급하였다.
트램은 홍콩의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교통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홍콩섬 북부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트램은 이 지역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홍콩 사람들에게는 “땡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트램은 1904년 첫 선을 보였다. 약 120년간 홍콩섬 시민들의 다리가 되어 주었다.
트램의 탄생 배경은 18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구 증가 및 상업의 발전은 보다 편리한 운수 체계를 필요로 하였다.
이에 1901년 8월, 영국 정부는 전력으로 움직이는 열차 도입안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1902년 홍콩트램공사가 설립된다.
홍콩 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빅토리아 피크의 트램 또한 비슷한 시기에 건설되었다.
사실 두 트램의 등장은 서로 관련성이 있다. 1888년 모습을 드러낸 빅토리아 피크의 트램은 이곳에 거주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의 유흥을 위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벨처 포인트는 홍콩대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예전에 홍등가가 유명했던 곳이다 (이 문제로 예전에 홍콩대를 옮기려는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지금은 우리 교민들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벨처스가 들어선 일대다.
가장 먼저 들어선 트램 구간은 센트럴과 벨처 포인트를 오가는 노선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피크 트램의 종착역이 센트럴이었던 것이다.
구룡, 신계에는 왜 트램이 없을까?
그런데 구룡, 신계에는 왜 트램이 없는 것일까?
이들 지역에 트램 설립의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13년 10월, 트램공사는 정부에 구룡 지역의 철로 건설안을 제시하였다.
침사추이의 기차역(지금은 없어짐)에서 출발하여 조던과 라이치콕을 지나 신계까지 연결되는 노선이었다.
동쪽으로는 카우룬시티까지 운행하고자 했다. 하나 이 방안은 최종적으로 정부에 의해 부결되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힘을 잃은 도시 재건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기였다. 새로운 기반 산업 건설에 쏟아 부울 재원은 부족하였다.
1923년이 되어 구룡 지역 발전을 위한 일환으로 트램 건설 방안이 제시된다.
10월 4일, 국회는 예산안 심의까지 통과시켰다. 하나 끝내 정부로부터 결정이 뒤집히게 되었다.
이번에는 더 빠르고 소음이 적은 버스의 도입에 밀린 것이다. 이에 비해 트램은 궤도 설치 및 정류장 공간 마련 등으로 효율성에서 감점을 받았다.
또한 트램이 교통 수단으로서 쇠퇴기를 겪었던 당시의 세계적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70~80년대에는 신계 지역에 트램 설립이 논의된 바 있다. 이 역시 자금 문제로 무산되었고, 대신 신계 서부 지역을 오가는 경전철이 운행되고 있다.
홍콩 트램 즐기기: 파티 트램과 트램 전경투어
이따금 화려한 장식의 개방형 트램이 선로 위를 달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지인들과 단체로 빌려 즐기는 파티 트램이다.
파티 트램은 종류에 따라 그린클래식트램, 레드클래식트램, 넘버 18(No.18), 트램전경투어, 일반 트램으로 나뉜다.
그린/레드클래식트램은 1904년 운행되던 모델인데 2층 일부가 개방되어 있다.
탁자 및 두 개의 아이스박스(얼음은 없다), 조리 기구가 구비되어 있고 2층 실내에는 에어컨도 나온다.
넘버 18은 테마별로 독립된 세 칸으로 분리되며 내부가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에어컨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면대, 화장실도 갖춰 놓았다.
클래식트램과 넘버 18 모두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 가능한데, 최대 인원은 30명이다.
임대료의 경우 클래식트램은 시간당 2,000홍콩달러부터, 넘버 18은 3,500홍콩달러부터이다.
2시간 노선부터 3시간 반 노선까지 이용 시간에 따라 네 종류가 있다.
임대의 대상으로 분류하면 개인, 회사, 상업용으로 나뉜다. 개인용의 금액이 가장 저렴하고 상업용이 제일 비싸다.
평일보다 주말 및 휴일 이용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어 있다.
파티 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음료와 음식이 유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음식은 프랑스 요리와 단체 세트 메뉴 두 종류다. 프랑스 요리의 경우 뷔페식도 있다.
뷔페식은 최소 15인 이상으로 1인당 190홍콩달러이다. 회사 차원에서 트램 회식을 한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거 같다. 인터넷(hktramways.com)으로 예약 가능하다.
트램 전경투어는 1920년대 설계된 개방식 트램을 타고 한 시간 동안 홍콩의 관광지를 둘러본다. 홍
콩섬 중심지를 가로지르며 8개의 외국어로 명소 안내가 이루어진다.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성인은 150홍콩달러, 아동은 95홍콩달러이다. 여행객들에게는 이틀간 트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탑승권도 선사한다.
트램 전경투어는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 이후 운행이 중단되어 있다. 하지만 여행업 부흥을 위해 동분서주중인 정부의 분위기로 보아 조만간 운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에 제안한다 – 트램 레스토랑 도입
나는 홍콩 정부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트램에서 식사를 즐기며 관광을 하는 트램 레스토랑이 있다.
홍콩도 도입해 보는 것이다.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트램 내에서 딤섬과 같은 상징적 현지 음식을 즐기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트램이라는 훌륭한 관광 자원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 참고 자료 >
香港電車 https://hktramways.com
https://www.hk01.com/社區專題/73476/電車之謎-叮叮點解唔過海-九龍原來兩次錯失-良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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