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단오절 바다를 수놓는 용선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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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단오절 바다를 수놓는 용선 경기

 
 
 
 
단오절의 상징 - 쫑즈와 용선

여름 한복판인 6월로 접어들었다. 달력을 보면 이달에 한차례의 공휴일이 눈에 띈다. 전통 명절인 단오절로서 음력 5월 5일이고 양력으로는 올해 6월 14일 월요일에 위치해 있다.
  
홍콩에서는 ‘단오절이 될 때까지 겨울 옷을 넣어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시기적으로는 여름이지만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오절 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는 쫑즈와 용선(드래곤 보트) 경기다. 쫑즈는 삼각형 모양의 연잎 안에 찹쌀과 고기와 야채, 견과류 등의 재료가 들어 있는 음식이다. 용선 경기는 단오절이 되면 홍콩의 유명 해변을 수놓는 전통 해상 스포츠이다. 

단오절, 쫑즈, 용선의 유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하나의 기원으로 집결된다. 바로 강물에 투신한 초나라의 애국 시인이자 충신이었던 굴원(屈原)이다. 

존경받는 위인의 투신으로 마을 주민들이 앞다투어 배를 타고 다니면서 그의 시신을 찾고자 나섰는데, 이것이 용선의 유래가 된 것이다. 아울러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체를 뜯어먹지 않도록 음식물을 강물에 던져 넣은 것이 쫑즈의 기원이다. 단오절 또한 애국 시인 굴원을 기리는 것에서 시작된 명절이다. 

사실 단오절은 이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용선의 유래 역시 굴원 이전 소수 민족의 의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중화권에서는 보편적으로 굴원 관련설을 단오절과 용선의 기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80개의 팀과 연중 160차례의 대회, 전통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용선 경기

쫑즈를 먹으며 용선 경기를 관람 혹은 참가하는 것이 중화권 사람들의 단오절을 즐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용선 경기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주윤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첩혈쌍웅(1989)>이다. 

이 영화에서 주윤발이 살인 청부업자로 나오는데, 용선 경기일을 택해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이행한다. 드래곤 보트 경기가 벌어지는 와중에 주윤발은 보트를 타고 그 주위를 돌며 저격에 성공한다. 

대학생 때 본 영화지만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인상깊게 남은 것이 아마도 훗날 홍콩과의 깊은 인연을 예고한 것 같다. (유튜브에 이 영화 전체가 올려져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용선 경기가 주로 강에서 열리지만 홍콩은 지리적 특성상 대부분 바다에서 진행된다. 현재 홍콩에는 약 280개의 드래곤 보트팀이 결성되어 있으며 한 해에 대략 60차례의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린다. 대회의 횟수와 팀의 구성으로 보면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따라서 홍콩 사람들에게 용선 경기는 단오절에 치러지는 전통 행사일 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용선은 크기에 따라 대룡, 중룡, 소룡 등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기교와 전술이 필요하다. 

홍콩의 챔피언쉽 대회는 일반적으로 300미터 경주이며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약 100~120차례의 노가 물살을 가른다. 

국제경기에 참가하는 용선은 중룡으로서 18~20명의 노잡이, 북을 치는 한 명의 고수, 그리고 방향을 조정하는 키잡이 한 명으로 구성된다. 2010년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되어 한국은 여자 남북 단일팀이 2018년 아시안게임 5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한국 동호회도 있다! – 유나이티드 코리아 드래곤 보트팀

▲유나이티드 코리아 드래곤보트팀 단체 사진

홍콩의 바다 물살을 가르는 해룡(海龍)들 중에는 한국인들로 구성된 용선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5년의 역사를 지닌 유나이티드 코리아 드래곤 보트팀(이하 코리아 드래곤팀)이다. 20~50대 연령으로 구성된3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중에는 4명의 여성과 한 명의 홍콩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이 동호회 활동을 통해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홍콩 현지인들, 그리고 외국인들과 다양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이 동호회의 장점으로 꼽은 이용석 캡틴의 답변이다.  

이용석 씨는 홍콩 거주 15년차의 금융인으로서 코리아 드래곤팀에 가입한 지는 6년이 되었다. 지인의 강력한 권유로 시작하여 작년부터 동호회 회장격인 캡틴을 맡고 있다. 

최근 합류한 주재원 허웅 씨도 용선 경기의 매력에 빠져 있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를 저으며 나아가잖아요. 

이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죠.” 허씨는 스탠리 바닷가에서 용선 경기를 본 후 호기심을 갖던 중 마침 이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동문회 선배의 추천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호흡과 박자가 중요하기에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체력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오절에 진행되는 공식 대회가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때문에10월 10일로 연기되었다. 이 대회를 목표로 코리아 드래곤팀은 주말을 이용하여 5월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아이를 못 가진 분도 이 동호회에 들어온 후 아이가 생겼어요.” 보통의 운동량이 아닐 거 같다는 질문에 이용석 캡틴은 이와 같이 대답했다. 코리아 드래곤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고 가입하면 노젓는 기본부터 지도해 준다고 한다. 

2세가 잘 생기지 않거나(?) 운동이 필요한 사람, 해외에서의 특별한 취미 활동에 도전해 보고 싶은 교민에게 딱일 것 같다.

홍콩내 약 80% 이상의 용선팀에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중화권 전통 문화의 하나로 계승되어 온 용선 안에 홍콩을 상징하듯 세계 여러 민족들도 동승한 것이다. 이들이 어울어져 함께 노를 저어 나가는 모습이 마치 홍콩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2019년 대만 가오시웅 대회 참가 사진
 
유나이티드 코리아 드래곤 보트팀 가입 문의:
캡틴 이용석 ( andy2861@gmail.com 혹은 852-9449-7770)

 
참고문헌: 《香港故事》, 閔捷, 三聯書店,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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