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건물들에 숨겨진 풍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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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건물들에 숨겨진 풍수의 비밀

 
 
홍콩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풍수 문화

아시아의 금융 중심으로 번영을 누려 온 홍콩. 그 성장과 발전의 이면에는 홍콩의 유리한 풍수지리가 작용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생각인 것 같다.

빅토리아 항구는 바람과 파도가 온화하고 동서쪽 모두 산맥이 막고 있어 ‘보물을 담는 대야’의 형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침사추이 지역을 중심으로 돌출되어 있는 구룡반도와 안으로 들어가 있는 홍콩섬의 지형도 풍수적으로 길하다. 상하이의 와이탄도 비슷한 지세를 이룬다.

홍콩인들은 풍수를 미신도 과학도 아닌, 하나의 상업 문화로 인식한다. 일반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 사람들까지 풍수 열풍에 동참한다. 예를 들면, 홍콩의 유명한 외국 기업 CLSA는 1990년부터 ‘풍수지수’를 매년 연초에 발표하여 그해의 홍콩 증시 및 부동산 시장을 예측한다.

홍콩 곳곳의 유명 건물에도 풍수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중 완차이 컨벤션 센터부터 소개해 본다.


거북이가 육지를 향하는 모습의 컨벤션 센터, 베이징을 향해 세워진 바우히니아 동상


풍수에 불길한 센트럴의 반궁수(反弓水: 물이 굽은 활처럼 등지고 흐르는 형상) 지형을 바꾸기 위해 컨벤션 센터의 조형물을 거북이 머리 모양으로 설계하였다. 

이것은 거북이 몸통 형상의 센트럴 지역과 연결되어 있는데, 거북이가 천천히 육지를 향하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거북이를 연안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거북이 알의 모습을 띤 침사추이 우주박물관이 맞은편에 일직선상으로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완차이의 바우히니아 광장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식이 열린 장소다. 이 광장에는 홍콩의 국화(國花)인 바우히니아 형상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 동상 또한 풍수 전문가의 조언이 작용했다. 

뒤로는 태평산, 앞으로는 침사추이와 대치하고 있는 바우히니아 광장에 세워진 이 조형물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동상이 향하고 있는 곳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다.


풍수 대전 – HSBC와 중국은행의 빅 매치


창업 후15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HSBC 본사 사옥은 설립 당시 풍수에 몹시 신경을 썼다. 이 건물이 위치한 산 아래 자락은 용의 혈로 불리는 곳으로, 말이 머리를 숙여 빅토리아항에서 물을 마시는 지형을 취하고 있다. 

HSBC 측은 앞에 다른 건물이 세워져 말이 물을 마시는 음수혈(飮水穴)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 일대의 대지를 모두 사들여 공원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센트럴의 황후상광장이다.

HSBC는 이후 번창하며 홍콩 최고의 은행으로 위치를 다진다. 그러나 HSBC의 성장 가도는 반갑지 않은 이웃이 들어서며 한풀 꺾인다. 높이 317.4m, 총 70층으로 이루어진 중국은행 사옥이 세워진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마디가 자라는 디자인으로 설계된 이 빌딩은 우후죽순과도 같은 성장의 염원을 담고 있다. 

또한 세 개의 날카로운 칼날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바, 이 칼날들은 각각 홍콩 총독사무실, 영국 군부대, HSBC를 향해 있었다. 1990년 중국 사옥이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HSBC의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심지어 멀리 영국에 있는 본사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이제 HSBC 측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해에 HSBC 사옥의 양쪽에 길이 17미터의 포문 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은행 건물을 마주하고 있는 포문은 대포의 불(火)을 빌려 칼날의 쇠(金)을 극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은행에 끼인 리카싱 빌딩의 선택은? 그리고 관람차의 비밀


1994년, 홍콩 총독은 빌딩을 세우려는 청쿵 기업에 이 두 은행 사이의 부지를 매각한다. 청쿵 기업의 총수 리카싱은 기가 센 두 건물 사이에서 청쿵센터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한다. 그리고는 세가지 방안을 채택한다. 

첫째, 높이를 283미터로 하여 180미터의 HSBC 사옥보다는 약간 높게, 중국은행 건물보다는 20m 낮게하여 칼과 포가 부딪히는 전선을 피한다. 둘째, 빌딩을 ‘방탄유리’로 둘러 칼과 대포가 날아오는 충격을 막고자 했다. 

셋째, 건물을 사각형으로 설계한다. HSBC의 화(火), 중국은행의 금(金) 중간에서 토(土)를 의미하는 사각형 빌딩을 세움으로써 오행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였다. 

센트럴에 위치한 관람차에도 풍수와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다. 소위 ‘풍수륜(風水輪)’, 즉 풍수바퀴라 하여 재물을 부르고 화를 피하고자 함인데, 음양오행설과 관련이 있다. 풍수바퀴가 돌아가면서 형성된 기세가 쉬지 않고 순환을 하여 재물을 불러 모은다는 이론이다.    
 

풍수가 홍콩에서 기세를 떨치는 이유는?

중국 매체인 봉황 뉴스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첫째, 풍수를 신봉하는 중국의 객가인들이 홍콩에 몰려오면서 중국의 풍수 신앙을 현지에 뿌리내리게 하였고, 

둘째, 홍콩의 대중 매체들이 풍수와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내보냄으로써 풍수가 유행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으며, 마지막으로, 상업적 성공과 개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의 형태로 다른 중국의 전통 문화와 함께 계승되어 왔다는 것이다.

홍콩응용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일찍이 풍수 스캔들에 시달린 적이 있다. 과학 인재를 키우는 연구원이 사무처 이전 당시 수십만 홍콩 달러를 들여 풍수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것이다. 홍콩 사회에 풍수 사상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알려주는 사건일 것이다.
 
 
참고자료:  
凤凰新闻 https://ishare.ifeng.com/c/s/7pUFIfeVSt1  
每日頭條https://kknews.cc/zh-hk/geomantic/3na9bpa.html 
每日頭條https://kknews.cc/zh-hk/geomantic/6lbmp4q.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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