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재벌 이야기: 4대 가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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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재벌 이야기: 4대 가문은 누구?

 
 
얼마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로 그의 일가가12조를 납부해야 한다는 뉴스가 발표되어 화제가 되었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시중 은행 두 곳에서 상속세 납부 자금 마련을 위해 수천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은 홍콩의 재벌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홍콩에는 소위 ‘4대 가문’이 있다. 리카싱(李嘉誠), 리샤우께이(李兆基), 궉닥생(郭得勝), 쳥유통(鄭裕彤) 일가로 어마무시한 갑부들이다. 이들은 부동산으로 최고의 갑부 자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산 40조, 명실상부 홍콩 최고의 갑부 리카싱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홍콩 부호 1위는 리카싱으로 2021년 기준 미화 354억(한화 약 40조)이다. 광동성 챠오져우(潮州) 출신인 리카싱은 12살 때 전란을 피해 홍콩으로 넘어왔다. 

1년 후 부친이 세상을 떠나 장남인 리카싱은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12세의 나이에 시계방 직원, 플라스틱 공장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한 리카싱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22세에 대출을 받아 5만 홍콩달러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회사가 지금의 청쿵(長江) 기업이다. 플라스틱 회사로 시작하였지만 이후 부동산 등을 운영하는 그룹사가 되었다.

리카싱이 갑부가 된 것도 부동산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금은 54개국에 500개의 기업을 이끌고 있다.  

파킨샵 슈퍼마켓, 의약 및 미용품을 파는 왓슨스, 가전제품 판매점 포트리스, 전기를 공급하는 홍콩 일렉트릭이 모두 리카싱 제국에 속해 있다. 그의 차남 리차드 리는 인터넷 & 통신 거대 기업PCCW 의 총수다.



가스 공급 독점, 넘버 투 리샤우께이

 
2021년 기준 포브스에서 발표한 리샤우께이의 자산은 미화 305억으로 리카싱에 이어 홍콩 자산가 2위에 올라 있다. 

부동산과 부동산 관리, 건축, 투자가 주요 업무인 핸더슨 그룹을 이끌다가 2018년 은퇴를 발표했다. 또한 타운가스(Town Gas)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기업은 홍콩에서의 가스 공급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리샤우께이는 여러 면에서 리카싱과 비교된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이(李)씨에 1928년생 동갑이며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하지만 리카싱이 소년 가장으로 자수성가를 했다면 리샤우께이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부친이 교육자였던 리카싱은12세때부터 몸으로 부딪치며 경영 감각을 익혀왔던 반면 리샤우께이는 금과 외환 거래로 부를 쌓은 아버지 밑에서 6세 때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리샤우께이는 리카싱에 가려 부호 순위에서 만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작년인 2020년, 드디어 리카싱을 누르고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재미있는 것은 라샤오께이의 둘째 아들 이름도 리카싱(李家誠)이라는 것이다. 리카싱을 넘지 못한 리샤오께이가 한이 맺힌 나머지, 아들에게 재벌 1위의 이름을 붙였다는 말이 세간에 전해진다. 



IFC, ICC, apm등을 세운 최고 부동산 그룹 선홍카이의 궉닥생


1911년 마카오에서 태어난 궉닥생은 의류를 포함한 잡화상으로 부를 쌓기 시작했다. 사업적인 안목이 좋았던 그는 1963년 리샤우께이, 펑킹헤이와 함께 부동산 기업인 썬홍카이(Sun Hung Kai)를 창업했다. 

리샤우께이는 1973년 독립하여 핸더슨 그룹을 설립한다.

썬홍카이 그룹이 세운 건물들은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 1, 2위인 ICC와 IFC(50% 투자)를 비롯하여 한국 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는 완차이의 센트럴 플라자(50%), 코스웨이베이의 월드트레이드센터 등이 있다. 

홍콩 포시즌 호텔(50%), 아파트로는 시티 원 샤틴, 정관호의 윙스, 그리고 상가는 쿤통의 apm, 정관호의 팝콘 등이 썬홍카이 그룹의 프로젝트 하에 건설되었다. 
 
창업주 궉닥생은 1990년 별세하고 썬홍카이 그룹은 그의 삼남에게 승계된다. 장남인 월터 궉이 총수로 그룹을 이끌다 2008년 내홍을 겪는다. 

월터 궉은 1997년 장즈치앙에게 4일간 납치된 바 있는데, 이후 후유증 및 경영 문제로 두 동생과 연합 전선을 펼친 어머니인 퀑시우힝에게 총수직을 내준다. 2012년 차남인 토마스 궉과 막내 레이먼드 궉은 뇌물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기도 하였다.   



보석상 주대복(周大福)의 남자, 쳥유통


리샤우께이와 같은 동향, 즉 광동 슌더 출신이다. 1925년 출생하였고 포브스가 홍콩 자산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린 2016년 세상을 떠났다. 

부친의 동향 친구로 마카오에서 보석상 주대복을 세운 쪄우즈위엔 아래에서 회계 관리로 업무를 익힌 후 훗날 책임자의 위치까지 오른다. 1943년 쪄우즈위엔의 딸과 결혼하여 주대복 가문의 사위가 된다. 

1945년 홍콩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1956년 주대복의 경영권을 승계받는다. 

하지만 그를 더욱 부유하게 만든 것은 역시 부동산이다. 1979년, 썬홍카이 그룹의 궉닥생과 함께 ‘신세계발전(New World Development)’을 세운다. 

완차이의 국제전람센터 및 침사추이의 K11이 신세계 그룹의 작품이다. 청유통은 또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1988년 방송사 aTV를 인수하였고 2000년에는 파산 선고를 한 소고백화점을 인수하였다. 

또한 홍콩의 5개 버스 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업체인 퍼스트버스(First Bus)와 시티버스(City Bus) 운영권도 갖고 있다. 퍼스트버스에 쓰여 있는 ‘新巴(싼빠)’는 ‘신세계제1버스(新世界第1巴士)’의 줄임말이다. 시티버스는 공항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12조 상속세 소식을 접한 리카싱의 두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국에서라면 아버지 재산의 50%인 20조 이상을 나라 곳간에 채워야 하지만, 상속세가 없는 홍콩에서는 전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우리가 진정한 금수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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