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무형문화제로 등록된 홍콩 지역 축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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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무형문화제로 등록된 홍콩 지역 축제는?

 
 
브라질의 리우 축제, 이탈리아의 베니스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등 나라마다 유명한 전통 지역 축제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강릉 단오제가 있고 역사는 짧지만 최근에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보령 머드 축제와 화천 산천어 축제도 있다. 

홍콩에는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된 4개의 전통 지역 축제가 있다. 비물질문화유산은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제에 해당한다. 

이들은 쳥챠우 빵축제(長洲太平清醮), 타이오 단오절용선경기(大澳端午龍舟遊涌), 타이항 용춤(大坑舞火龍), 우란절행사(潮人盂蘭勝會)로 중국 정부에서 2011년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승인하였다.


이 빵을 먹으면 1년 내내 평안해진다 - 쳥챠우 빵축제

 
쳥차우 섬에서 열리는 빵축제는 홍콩의 유명한 지역 축제다. 매년 4월 초파일에 3일간 열린다. 이 축제의 유래는 청나라 말, 역병이 유행하여 많은 희생자가 생기면서부터다. 
섬마을 주민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혼령을 위로했는데 이후 전염병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축제의 중국어 이름은 ‘쳥챠우 타이핑칭지우(長洲太平清醮)’다. 제사를 지내 태평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쳥챠우 주민들은 제삿상에 빵을 올리고 제사가 끝나면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빵에는 평안함을 기원하는 의미의 ‘平安’이라는 글씨가 빨간색으로 찍혀 있다. 그래서 이 빵을 ‘핑온빠우(平安包)’라 부른다. 주민들은 이 빵을 먹으면 1년 내내 평안해진다고 믿는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4미터 높이의 빵으로 만든 산에 올라가 빵을 담는 쳥빠우산(搶包山) 대회다. 주민들은 위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하늘의 신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빵이 최고의 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앞다투어 올라가 빵을 담는 경기를 한다. 


배를 타고 다니며 전염병을 쫓기 위해 시작 - 타이오 용선 경기
 
 
독특한 수상 가옥으로 유명한 타이오 지역에는 매년 단오절이 되면 용선 경기가 열린다. 타이오 용선 경기의 역사는 청챠우 빵축제와 비슷하다. 

약 100여년 전, 역병이 돌면서 이 행사가 시작되었다.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 쳥챠우섬에서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마을을 돌며 기원을 했다면 타이오 주민들은 제사와 함께 배를 타고 주변을 돌면서 신과 혼령을 위로하였다.  
  
단오절에는 불결함과 불길함을 없애기 위한 소독 및 방역을 하는 전통이 있다. 또한 단오절인 음력 5월 5일은 길하지 않은 날로 여겨져 마을 사람들은 이날 용선을 타고 마을을 돌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안전을 기원하였다.

용선 경기 시 주의 사항이 있다. 배가 수상 가옥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건드리면 매우 불길하다고 여겨져 승선한 사람들은 이를 특별히 조심하였다.     


추석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타이항 용춤

용은 중국에서 길함을 상징하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이 축제의 중국어 명칭은 ‘大坑舞火龍(타이항 모우포롱)’이니 영어로 표기하면 ‘타이항 파이어 드래곤 페스티벌(Tai Hang Fire Dragan Festival)’이다. 

타이항은 중앙도서관 인근 지역인 코스웨이 베이의 서남쪽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이 용의 형상을 들고 춤을 추는데 몸통에는 불을 밝힌 향으로 가득하다.

이 축제는 추석의 전날과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 이렇게 3일 동안 진행된다. 이 축제의 유래 역시 100여년 전 역병과 관련있다. 마을 사람들은 병을 쫓기 위한 방법으로 용을 떠올렸다. 용의 모습을 빌려 사악한 기운을 없애며 복을 기원했다. 

이날 등장하는 용은 머리만 48kg이고 32개의 마디로 나뉘어지는 몸체의 길이는 67미터나 된다.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붙어 장관을 연출한다. 

 


귀신의 달에 치러지는 우란절 행사

홍콩에 최소 70만 이상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주인(潮州人)들은 음력 7월이 되면 우란절 행사를 연다. 불교와 관련이 있고 역시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다. 

우란절의 명칭은 ‘우란분(盂蘭盆)’에서 유래했다. 이것은 고대 인도 언어 중 하나인 범어로서 곤경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우란절의 기원은 옛날 목련이라는 불교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아귀도(불교에서 말하는 지옥 중 하나로 음식에 너무 탐을 낸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음식을 옛날 밥그릇인 ‘우(盂)’에 담아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하였다.

그래서 우란절 행사는 귀신의 달이라고 부르는 음력 7월에 열린다. 중화권 사람들은 굶어죽은 혼령들이 귀신의 달에 세상을 돌아다닌다고 믿는다. 

우란절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대규모로 치러치는 일종의 합동 제사라 볼 수 있다. 행사는 코스웨이 베이 빅토리아 공원을 비롯하여 홍콩 곳곳에서 열린다. 이날이 되면 행사 참가자들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도로에서 시가 행진을 하기도 한다.

쳥챠우 빵축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한 염원을 담아 시작된 것이 이 행사의 유래라면 요즘같은 상황에 오히려 더 성대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인원 제한을 하고 말이다. 내년 이맘 때에는 3년만에 열리는 반가운 축제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 
 
 
참고자료:
《图解香港史》,周子峰编著,中華書局香港有限公司,2020
《香港文化導論》中華書局(香港)有限公司,2014
香港大坑舞火龍 傳承130年的特有文化 www.youtube.com/watch?v=eiT5nNhUC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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