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역사를 문화적 공간에 담은 타이쿤 & 더 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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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역사를 문화적 공간에 담은 타이쿤 & 더 밀스

 
 
필자는 지난 부활절 연휴 동안 홍콩의 역사가 문화적 공간에 간직되어 있는 두 곳을 다녀왔다. 

홍콩의 19세기 사회를 담고 있는 센트럴의 타이쿤과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췬완의 더 밀스이다. 모두 새 단장을 하고 비교적 최근에 재개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센트럴 타이쿤 - 19세기 경찰서와 법정, 그리고 감옥이 한 곳에

 

센트럴 할리우드 로드 10호에 위치한 타이쿤(大館)은 3대 고적, 즉 중구 경찰서, 중앙 재판소, 그리고 빅토리아 감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1841년 홍콩 최초의 법정 및 감옥으로 설립되었고 경찰서까지 들어선다. 이후 타이쿤은 법 집행과 심판, 그리고 처벌 및 교화로 이어지는 원스탑 행정의 장소로 이용되었다. 

이 역사적 장소는 2006년 자신의 임무를 끝내고 문을 닫은 후 2018년에 이르러 문화 및 예술 공간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홍콩 정부와 자키 클럽이 공동으로 손을 잡고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16동의 역사 건축물과 예술관, 그리고 카페등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당시는 일요일이라 사람들로 붐볐다. 좁은 입구로 들어가 건물 하나를 빠져 나오면 고풍스러운 건물로 둘러쌓인 넓은 마당이 나온다. 

그리고 맞은편의 건물로 들어 서면 타이쿤의 역사를 안내하는 전시관으로 연결된다. 시대별로 이곳이 어떤 스토리들을 간직해 왔는지 살필 수 있는 곳이다.  

타이쿤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는 당시 죄수들을 수감시켜던 감옥이다. 쇠창살에 갖힌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홍콩의 경찰 총독부로 이용되었고 100여년 동안 영국, 인도등 세계 각국의 경찰들이 주둔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시관을 방문하면 당시의 이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목격할 수 있다. 

 
타이쿤은 이 외에도 다양한 공간들을 품고 있다. 중국 역사를 보여주는 미니 박물관이 있고 미술관도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예쁜 디자인으로 설계된 미술관 계단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센트럴을 조망할 수 있는 시원한 시야의 발코니가 카페 한편에 위치해 있다.

이제 건물을 나와 맞은편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조형물들이 설치된 마당을 지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 노천 극장이 보인다. 무료이며 방문 당시 외화가 상영중이었다. 


홍콩의 경제 번영을 간직한 더 밀스

 

더 밀스(The Mills)의 중국 이름은 남펑사총(南豐紗廠)이다. 이곳은 과거 홍콩 공업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장소이다.

남펑사총은 홍콩의 유명한 방직 회사 이름인데 이 공장의 경영인 찬인와(陳延驊)는 한때 홍콩의 ‘방직대왕’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5,60년대의 홍콩은 40%에 가까운 인구가 방직업에 종사했었다. 

당시 수많은 여공들이 췬완 일대의 방직 공장에서 근무하였다. 이후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으로 공장들이 대륙으로 이전하여 홍콩의 방직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남펑사총은 부동산 개발을 병행하는 남펑그룹으로 변신하였고 3개동의 공장 건물은 곧 철거될 운명에 놓인다. 
 

2013년, 이 그룹의 제 3세대 후계인인 졍팀람(張添琳)이 하버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드나들며 많은 추억을 간직한 그녀는 이 공장 부지를 역사적 터전으로 보전하리라는 계획을 갖는다. 

또한 방직 공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희망의 상징 및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도 하게 된다.

결국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짐으로써 더 밀스는 과거와 미래가 교감하는 장소로 탈바꿈되었다. 이때가 2018년이니 새 단장을 하고 개방을 한 타이쿤과 역사가 같다. 
 
 
이곳에서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예술 및 상업이 공존하고 있다. 홍콩의 방직 역사를 살펴보는 동시에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각종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한 교실의 창문 너머로 앞치마를 두른 꼬마 주방장이 옆에 서 있는 엄마와 한참 요리에 몰두중이었다. 이달의 문화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안내문에는 다양한 일정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숍 플로어(shop floor, 南豐店堂)에는 카페와 식당,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 전체가 예술 공간으로 되어 있어 카페와 식당마다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개성있다. 

또한 매장에는 방직 기술을 이용해 만든 옷이나 천 제품들, 그리고 액세서리 외에도 환경을 위한 재활용품들도 눈에 띄었다.

2층으로 올라오면 방직 문화 예술관이 들어서 있다. 그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형 실내 놀이터가 유료 방문객을 맞이한다. 2, 3층에는 외부로 연결되는 노천 휴게실도 있다. 

더 밀스는 창업의 공간으로도 운영중이다. 제 3구역은 2층짜리 사무실로 설계되었는데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제공된다. 
 

건물을 나오니 뒷편에서 방문객들이 사진 찍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기념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이곳은 SNS 에 많은 사진이 올라오는 핫스팟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한 두 곳은 모두 무료 개방이다. 란카이펑 위쪽에 위치한 타이쿤은 센트럴 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 

더 밀스는 췬완역에서 내려 A4 출구로 나오면 20분 간격으로 운행중인 셔틀 미니버스를 이용해 방문이 가능하다. 도보로도 15분이면 도착한다. 홍콩에 거주한다면 한 번쯤 가족과 함께 들러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참고문헌: 《香港故事》, 閔捷, 三聯書店有限公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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