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죽어라 이놈아!" 홍콩의 민간 주술 다시우얀 (打小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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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죽어라 이놈아!" 홍콩의 민간 주술 다시우얀 (打小人)

 
 
 
 
증오 대상, 신발로 때리며 저주를

“딱딱딱 딱딱딱!” 필자의 홍콩 생활 초창기 시절, 퇴근 후 버스를 타러 타임 스퀘어 옆 고가도로를 지날 때마다 독특한 풍경을 목격하곤 했다. 

연세 좀 있으신 아주머니들이 쭈그리고 앉아 아낙네가 냇가에서 빨래하듯 뭔가를 열심히 내리치는 것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신발이 쥐어져 있었다. 이는 홍콩 사람들이 증오하는 대상에게 저주를 선사하는 의식,  ‘다시우얀(打小人)’이었다.  

다시우얀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거나 타인에 대한 보복의 행위로 치르는 민간 주술로 홍콩과 광동의 주강 삼각주 일대에서 행해지고 있다. 

2009년 미국 타임즈에서 ‘2009년 아시아 최고(The Best of Asia 2009)’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으며 홍콩의 480개 비물질문화재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우얀을 우리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타소인’이며 해석하면 소인을 때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소인’은 한국어에서 말하는 ‘소인배’와 의미적으로 통하는 것 같다.

이 민간 주술이 행해지는 곳은 코스웨이 베이와 완차이 사이에 있는 고가 도로 아래, 캐널 로드(Canal Road)다. 홍콩섬 중심가 타임 스퀘어 바로 옆이다. 시내 한 복판에서 이런 의식이 펼쳐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귀신이 모이는 곳: 그늘진 다리 아래의 삼거리

그럼 왜 이곳일까? 다시우얀은 전통적으로 그늘진 곳, 삼거리, 다리 아래에서 행해져 왔다. 그 까닭은 이들 지역이 초혼(招魂), 즉 귀신을 부르기 쉬운 곳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삼거리는 사악한 기운이 강하며 소인을 해하기 좋은 장소라는 이유의 설도 있다. 여하튼 그늘진 다리 아래 삼거리,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는 곳이 코스웨이 베이의 캐널 로드다.

다시우얀은 주로 언제 치러질까? 특정한 때를 가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점은 24절기 중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경칩은 보통 양력 3월 5일경인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 있다. 소인 역시 이때 사악한 짓을 하기 위해 기지개를 펴기 때문에 더 힘을 쓰기 전 기세를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의 기승전결 

다시우얀의 절차에 대해 알아 보자. 의뢰인이 도착해서 의자에 쪼그려 앉으면 주술사는 향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뢰인으로 하여금 신들에게 절을 시킨다. 

앞에는 관음상, 관운장, 손오공, 웡타이신상이 사이좋게 나열되어 있다. 절을 마치면 손님은 저주 대상의 이름, 사진, 태어난 시, 옷등 그를 대신할 만한 것을 종이 위에 쓰거나 종이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의뢰인의 이름은 화를 쫓고 재물운을 부르는 부적 위에 쓴다. 할머니는 곧 종이와 손님의 이름을 적은 부적을 각각 향에 태운다. 

이제 의식의 정점에 진입한다. 작은 선지로 된 다시우얀 종이를 벽돌 위에 놓고 신발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딱딱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주술사의 입에서는 주문인지 악담인지 구분하기 힘든 문구들이 쏟아져 나온다. 

“맞아라 이 자식아, 사업이 끝장나도록 네 머리를 때린다! 죽음에 이르도록 네 눈을 때린다! 듣지 못하도록 네 귀를 때린다!” 등 신체 부위 하나하나를 때려가며 살기등등한 저주를 퍼붓는다. 


신발로 때리며 온갖 저주를 – “맞아라 이 인간아, 죽어라 이놈아!”

이윽고 너덜너덜해진 선지를 노란색 종이 호랑이 안에 넣고 그것을 돼지 피가 묻은 돼지고기 위에 올려 놓은 후 불을 붙인다. 곧 종이와 호랑이를 함께 불로 태워 버림으로써 내가 증오하는 사람이 호랑이 먹잇감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제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다. 종이 호랑이 위에 쌀과 콩을 뿌려 재앙을 없애는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장수, 평안등의 축원등을 상징하는 귀인의 부적을 의뢰인의 몸에 대고 탁탁 두드린 후 연소시킨다. 마지막으로 금,은 종이를 귀신에게 태워 보냄으로써 다시우얀의 모든 절차가 끝난다. 

여기서 신발 바닥으로 때리는 행위는 싫어하는 대상을 내 발로 매몰차게 밟아버린다는 의미다. 이 의식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옆에서 보는 의뢰인은 간접적인 통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니 심리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단돈 50불로 말이다.

대상은 지인 외에도 정부 지도자 같은 유명인을 타겟으로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저주의 화살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향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이 다시우얀은 또한 타인을 배제하고 순수히 의뢰인 자신을 위해 복을 비는 의식으로도 행해진다.

어느날 이상하게 몸이 쑤시고 병치레를 한다면 한번쯤 의심해 보자. 내가 요즘 누군가의 심기를 과하게 건드린 적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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