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금융 제국 HSBC는 어떻게 탄생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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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금융 제국 HSBC는 어떻게 탄생되었나

 

▲센트럴에 위치한 HSBC

82개국에 1만 여개 지점을 갖고 있는 세계 4위 금융 그룹 HSBC. 글로벌 제국 HSBC를 탄생시키고 성장하게 한 곳은 바로 이 곳 홍콩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홍콩 총독, 자딘 메디슨사와 HSBC의 최고위층 인사, 그리고 자키 클럽의 주석이 식민지 시절 홍콩 정책을 결정해 온 4인방이라 언급한 바 있다. 

오늘은 이 중 150년이 넘도록 금융 제국으로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HSBC가 탄생된 배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홍콩의 대외 개방으로 산업이 융성하던 시대적 배경

아편전쟁이 끝나고 1842년 남경조약 체결 후 홍콩은 대외 개방을 하게 된다. 각국의 양행들은 앞을 다투어 홍콩에 몰려들면서 융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양행(洋行)은 18,19세기에 광저우와 홍콩을 중심으로 무역, 건축, 중개업무 등을 하던 업체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홍콩섬 북쪽 일대의 공터는 건축 자재 창고 및 기업들의 사무소가 설립되어 중외 무역의 집결지가 되었다. 

1850년대 들어 홍콩에서의 무역 및 해상 운수 산업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선박 구매, 보험업 설립에 필요한 융자의 수요가 급증한다. 

이로 인해 해외 은행들 또한 자연스럽게 홍콩으로 몰려들게 된다. 최초로 발을 들인 은행은 뭄바이에 본사를 둔 오리엔탈 뱅크로서 홍콩에 지사가 설립된 것은 1845년이었다. 

홍콩 개항 후 1865년까지 적어도 11개의 은행이 홍콩에 지사나 사무소를 개설한다. 당시 대부분은 외자 은행으로서 무역과 관련된 어음 발행이 주요 업무였으며 대중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 금융 업무와는 거리가 있었다. 

또한 이들 은행의 본사는 영국, 인도 뭄바이 등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큰 규모의 대출 업무를 신속히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홍콩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양행과 무역상들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 즉시 자금을 공급해 줄 현지 은행에 대한 필요성이 절박했다. 금융 제국 HSBC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탄생하였다.  

▲토마스 선덜랜드


현지 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부응해 세워진 HSBC  
 
1864년 7월 22일, 대영증기선회사(Peninsular and Oriental Steam Navigation Company)의 홍콩 지사장이었던 토마스 선덜랜드는 뭄바이에서 온 자사 선박 ‘싱가폴’호의 선장과 한담을 나눈 후 자리를 뜨려 했다. 

이 때 선장은 뭄바이에서 입수한 주요 정보가 있으니 선장실에 가서 얘기를 나누자며 선덜랜드를 이끈다. 

“로얄중국은행이 홍콩에 본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어요. 홍콩과 중국, 일본을 왕래하는 무역업에 돈줄을 대는 업무를 할 거예요. 이 은행은 지금 주식 모집을 준비 중입니다.

공모 전에 주식을 샀다가 되팔면 70% 이상에 달하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거요!” 필자였다면 웬 떡이냐며 덥석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덜랜드의 생각은 더 멀리 가 있었다. 

홍콩에서의 현지 금융 기관에 대한 절박한 수요를 간판하게 된 그는 은행 설립을 통해 장기적인 투자를 결심하게 된다. 

선덜랜드는 5일에 걸쳐 홍콩 최대 양행들에 연락을 취하였고 곧 은행 설립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하여 임시 위원회를 설립한다. 계획서 표지에 쓰인 설립 은행의 이름은 “The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mpany”였다.

당시 대영증기선회사는 명망 높은 기업이었으며 홍콩 대표인 선덜랜드는 ‘소황제’라고 불리울 정도로 위세가 드높았다. 덕분에 내노라하는 양행이 거의 대부분 참여하였고 14명으로 이루어진 은행 임시 위원회가 구성된다. 

선덜랜드는 당시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며 HSBC가 많은 양행들의 지지를 받는 은행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는 곧 시행될 주식 공모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창립 자금이 불과 500만 홍콩달러에 불과했지만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주식 공모 결과 홍콩에서는 일주일만에 금액 초과의 매수가 이루어졌다.

1864년 12월, 임시 위원회는 홍콩 최고 행정 수장인 로빈슨 총독에게 서한을 보내 HSBC가 법규에 충실히 따르며 홍콩 정부의 감독하에 운영됨으로써 상인 및 대중들이 신뢰하는 은행이 되고자 함을 알린다. 로빈슨 총독은 이에 특허증을 발급해주며 지지 및 협조의 뜻을 전한다. 

▲첫 번째 관리 책임자 Victor Kresser (첫 줄 가운데), 1871


HSBC의 성공 비결은?

HSBC는 이렇게 영국 업체 중에는 처음으로 중국을 범위로 자금을 조달하여 현지 은행으로서 법인의 지위를 취득한 최초의 은행이 되었다. 그럼 HSBC가 부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당시 유수한 양행들의 지지를 얻어 이들을 동참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영국 정부와 홍콩 정부, 그리고 영국이 관할하고 있는 중국 세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외자 기업의 실재 수요에 부응하여 환어음 업무 등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지지하에 청나라 조정의 외채 차입시 대출자로서의 역할 등을 꼽을 수 있다. 

500만 홍콩달러의 자금으로 시작해 자산 규모 미화 1조 8610억 달러의 금융 거인으로 성장한 HSBC. 센트럴 퀸스 로드 1번지에 위치한 HSBC 본사가 150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큼이나 이 금융 제국은 오랜 명성과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참고 자료: 
《香港史100大事件》,蔡思行著,中華書局香港有限公司,2014
《图解香港史》,周子峰编著,中華書局香港有限公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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