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9시 20분. 나는 홍콩에서 가장 사기 힘들다는 과자 구매 미션을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남녀노소 중 ‘소’만 빼고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노인들이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그 행렬이 60미터는 되어 보였다.
판매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되었다. 나는 줄을 서면서 바로 앞에 있는 청년에게 여기서 파는 과자를 먹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알고 보니 태국에서 온 여행객. 어머니께 드리고 싶어 왔다는 효자였다.
이번에는 뒤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이곳 과자가 그렇게 맛있냐고 물어보았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별로예요”. 그럼 왜 왔냐고 물으니, “친구가 사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사실 현지인들은 사러 안 와요”라고 한다.
즉, 여기 줄을 선 사람들 중 상당수는 지인들의 부탁을 받고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다른 브랜드 중 맛있는 곳도 많다며 그중 하나를 휴대전화에서 찾아 보여주었다.
‘에그롤 퀸(Eggroll Queen)이라는 브랜드였다. 곳곳에 지점이 있단다.
날씨가 그나마 27~28도로 (홍콩에서는) 시원한 편이건만 줄을 서는 동안 내 몸에서는 연신 땀이 흐르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땀을 닦아가며 서 있었고, 노인들 중 일부는 옆에 앉아 기다렸다. 얼마 후 내 뒤로도 약 20미터 줄이 더 이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가는 속도였다. 판매가 시작되었건만 인파들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긴 줄보다 거북이 행렬이 더 힘들었다.
결국 20분 경과 후 손을 들었다. “나 돌아갈래!” 아~ 정말 홍콩에서 제일 사기 힘든 과자라더니 명불허전이군. 내가 졌다, 덕싱호(德成號, Duck Shing Ho) 에그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덕싱호는 원래 식용류, 쌀, 소금 등을 파는 식료품 상점이었다. 이후 수제 에그롤이 인기를 끌며 업종 전환을 하였다.
노스 포인트에 위치한 이 상점은 우리 학원 인근에 있어 종종 그 앞을 지나가곤 했다. 하나 정작 관심은 없었다.
다른 브랜드의 에그롤들도 먹어봤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차와 함께 하는 에그롤 애프터눈 티는 간식으로 환상적이다. 단, 높은 열량이 부담스럽다. 20g 에그롤 한 개의 열량은 106 칼로리다.
티스푼 하나 분량의 식용류가 함유되어 있고,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33분간 뛰고 와야 한다.
이렇게 높은 열량도 평소 에그롤과 거리를 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며칠 전, 중국어 시간에 한 수강생의 질문을 받았다.
“덕싱호 에그롤 먹어 보셨어요? 거기가 그렇게 맛있나요? 오늘 오전에 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다 팔리고 없더라고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우리 학원 이름이 ‘진솔’인데 먹어본 것처럼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후 나는 중국어나 한국어 수업 때 수강생들에게 덕싱호 에그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접해 본 사람들 중 일부는 바삭한 식감을 특징으로 떠올렸다.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맛의 비결도 역시 ‘바삭함’과 ‘깊은 맛’이었다.
과자를 구성하는 겹겹이가 다른 에그롤에 비해 더 많은 층을 이룬다고 한다.
한국의 어머니 수강생 한 분은 선물로 받아 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기 힘들 만큼 잘 부서진다고 했다.
참고로 에그롤은 개봉을 하면 빨리 먹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줄을 서기 하루 전날, 점심 식사 후 덕싱호를 방문했다. 입구에 ‘우리 가게는 인터넷이나 페이스북에서 주문 판매하지 않으니 사기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었다.
한편에는 네모난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고, 세 명의 점원이 분주히 작업 중이었다.
에그롤을 만드는 곳은 내부에 있는지 밖에서는 볼 수 없었다. 매주 목, 금, 토 주 3회만 판매가 이루어지며 오전 9시 반에 문을 연다.
대략 몇 시까지 와야 살 수 있냐고 물으니 오전 10시까지는 와야 한단다. 이때 여행객으로 보이는 젊은 한국 커플이 들어온다.
에그롤이 다 팔렸다는 말에 ‘가자..’라는 말을 남기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다.
덕싱호 에그롤은 모두 세 종류가 있다. 오리지널, 버터, 코코넛 맛이다.
큰 통과 작은 통으로 나눠 판매가 이루어지는데, 큰 통은 2백불대($223~231), 작은 통은 1백불대($117~126)의 가격이다.
1인당 큰 통으로 2개, 혹은 작은 통으로 4개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이렇게 사전 정보를 입수하여 다음날 줄서기 행렬에 호기롭게 동참했던 것이다. 하나 나의 기다림은 결국 새드 엔딩이었다.
사실 그날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홍콩 사람들의 인내심이었다. 그런데 이 행렬에는 부탁을 받았거나 대리 판매를 위해 줄을 서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다.
우리 학원의 한 수강생 말에 따르면 지인이 줄을 서는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구입한 사실이 있었다고 했다. 용돈벌이가 목적인 노인들은 구매 후 다른 상점이나 약국에 넘기기도 한다.
실제로 셩완의 제니 쿠키 매점 옆 가게에서 덕싱호 에그롤을 판매한다는 목격담도 들려왔다.
나는 덕싱호 에그롤 구매 미션에 실패했다. 하나 관심있는 교민들은 도전해 보기 바란다.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기려 한다.
< 참고 자료 >
https://www.hongkongd.com/north_point/41945/德成號
https://www.nutracare.com.hk/load.php?link_id=44162&news_id=408727#:~:text=以常見的蛋卷,半飯的熱量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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