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팬데믹 2년차였던 2021년을 보내면서 느끼신 소감을 부서별로 부탁드린다
유치부 하수경 부장선생님: 코로나19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 가장 먼저 적용되는 학년이 유치부다. 온라인수업이나 휴교에 가장 우선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정부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 대면수업을 할 수 있을지 뉴스에 가장 귀기울이는 1년이었다. 작년은 온라인수업보다 대면수업을 더 많이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아이들 얼굴보면서 수업하는 것이 감사했다. 최근 (5차 확산으로)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돼서 속상하다.
초등부 박미란 부장선생님: 5학년을 맡고 있는데 작년 대면 수업하면서 많은 성장과 발전이 있었다. 상호작용이 많다보니 말하기나 글쓰기 등 모든 면에서 학습효과가 컸다.
특히 저희반은 유치부 때부터 꾸준히 다닌 학생들이 많아서 평균적으로 교육 수준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 일기장에 제가 학생별로 남겨준 문장이 동기가 되어서 글쓰기를 더욱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해 보았고 효과도 있었다.
한국어부 김경희 부장선생님: 2020년 팬데믹 초기에는 두려움 때문에 (수업을) 많이 쉬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계속 방치할 수 없어서 토요학교에 대거 등록했다.
학부모님들의 교육열이 전년에 비해서 높아진 걸 느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어부 교사들이 느끼는 점은 한국어부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당수가 자녀의 한국어 수준에 상관없이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하면 재미있게 즐겁게’ 한국어를 배울지에 관심이 많아지셨다. 또 이전보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아져서 다문화에 맞는 한국어 수업을 해야 한다고 먼저 생각하시고 계신다.
한국어부 학생이 늘고 대기자도 있을 정도다. 많은 보람을 느낀 한 해였다.
중고등부 박미진 부장선생님: 온라인수업이 보편화면서 교사와 강사의 기로에 선 느낌이다.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하다보니 강사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의 역량에 따라서 동영상이나 다양하게 기술적으로 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각적으로만 의존하다보니 학생들도 많이 지쳤다.
미래의 불확실함으로 다음주엔 (대면수업을) 할 수 있을까. 대면수업 한번이 매우 소중하게 다가왔다. 눈으로 직접 만나던 일상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Q. 직접 겪어본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의 차이점이라면?
유치부 하수경: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특히 부모님이 항상 옆에 계신다. 어쩔 땐 화면이 꺼졌다 켜지면 아이가 울고 있기도 한다.
엄마한테 혼나서(웃음). 온라인 수업 매주가 (학부모님이 참석하는) 참관 수업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떨리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평면적인 수업교재를 영상이나 입체적으로 준비하기도 한다.
효과음이 나게 한다던가, 화면속 인물의 애니메이션 효과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대면 수업 준비보다 몇배 더 힘든 것 같다. 부모님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중고등부 박미진: 제3의 눈(?)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온라인 수업 중에 학부모님들이 화면속에 보이진 않지만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서늘하게’ 느껴진다(웃음).
수업 과정에 필요해서 동영상을 보여줄 때도 있는데, 옆에서 “왜 이걸 봐야하지” 소리가 나거나, 시간 떼우기용으로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한국어부 김경희: 대면수업에 비해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면 아이들의 반응을 다 볼 수 없다. 인원이 많아서 페이지를 넘겨가며 아이들의 얼굴을 봐야한다.
인터넷 속도도 문제인데, 저희 집뿐만 아니라 학생 집 속도 등 영향도 있다. 특히 디스커버리베이 쪽이 (인터넷) 문제가 있는 듯 하다. 가끔 끊어졌다가 다시 들어오고. 제가 말을 하면 보통 2~3초 있다가 아이들의 반응이 온다.
아이들이 글을 잘 썼는지, 잘 알아 들었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초등부 박미란: 지난 학년에는 초등 1학년을 맡았는데 시간이 되시는 부모님들께 동참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교과서를 펴주거나 집중할 수 있게.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부모님들께 얘기를 한다면 굉장히 긍정적이고 효과도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예절을 배워야 하는 수업 과정에서는 직접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주이정 교감: 저도 2년 전 온라인 수업을 처음할 때 부들부들 떨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제 나이에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서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버튼 하나하나가 낯설고, 제가 잘못 누르면 줌(ZOOM) 채팅룸에서 학생들을 두고 나가게 될까봐 엄청 긴장하면서 진행했었다. 교사들 중 제가 가장 연장자인데 얼마나 교사 생활을 더 하겠다고 이런 걸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현대를 살아가야 하는데 이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나, 이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토요학교 교사 생활도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는데 도중에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었다.
올해 중등부는 줌으로 시험까지 치르는 시도를 한다. 팬데믹 시기에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중등부 박미진: 중등부 시험을 줌으로 치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화면에 보여지는 만큼만 문제를 낼 수 있었다. 어차피 공개된 시험이니 오픈북 시험으로 결정했다.
부모님들의 도움을 기댈 필요없이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오픈북 시험을 치르게 됐다. 답안지는 정해진 시간 내로 메일로만 접수 받는다.
성적은 시상으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소 어렵지만 온라인 시험을 결정하게 됐다.
Q. 토요학교 교사들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다면?
한국어부 김경희: 전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었다. 토요학교에서 기회가 주어지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별 어려움이 없겠지 생각하고 왔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어른보다) 더 많은 정성과 더 많은 노력을 부어야지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천천히 발전하는 아이들을 볼 때 더 큰 보람과 희열이 있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교육이지만 인성 교육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발전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면 보람된다. 특히 토요학교 자체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학기말에는 즐겁게 학교에 오고 한국어가 재미있다고 말해줄 때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그맛에 토요학교에서 일하는 것 같다.
유치부 하수경: 유치부 아이들이 오자마자 하는 말은 “언제 간식 먹어요”이다(웃음). 언제 쉬는 시간인지도. 집중 시키기가 어려워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웃겼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수업이 마치면 굉장히 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다.
한편, 아이들에 집중하다보면 부모님이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국제학교나 로컬학교를 다니다보니 한국인 선생님과 면담이나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으신 것 같다.
부모님들과 면담해보면 한국사람들 끼리 통하는 뉘앙스나 공감되는 게 많아 속이 시원하신 것 같다. 부모님들과의 관계도 큰 보람이 된다.
초등부 박미란: 한국에서 27년간 교사 생활을 하고 왔는데 해외에서 자란 한국인은 어떨까 호기심이 있었다. 아이들이 똑똑하고 훌륭한데 한국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민 학생들은 반대로 한국의 학생들은 어떤지 궁금해 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한국인, 정체성,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중등부 박미진: 토요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 중에서 해외로 떠난 학생이 뒤늦게 메일을 보내주거나 편지를 보내올 때 눈물나게 고마움을 느낀다. ‘캐나다에 있는데 아직 홍콩에 계세요? 토요학교 잘 있나요? 선생님이 해주신 말 때문에 제가 지금 그 길로 가고 있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보람을 느낄 때면 토요학교가 중독처럼 느껴진다. 토요학교 선생님들에게는 토요일이 없다. 불타는 토요일이다. 불금은 없다. 항상 주말에 수업이 있으니 모든 것을 토요학교에 올인해야 한다.
주이정 교감: 오래전에 홍콩에 와서 학부모로서 필요에 의해서 토요학교를 보낸 것도 있고, 토요학교에서 시원하게 한국말로 상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반대로 한국인 교사로서 시원하게 학부모님들에게 상담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도 보람됐다. 홍콩 한인사회의 토요학교는 큰 상징이고 가장 큰 커뮤니티다.
이곳에서 들어와 가르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교사분들 중에는 동시에 학부모인 경우도 있을텐데 장단점도 있을 것 같다
주이정 교감: ‘엄마가 토요학교 선생인데 니가 안가면 (엄마가) 뭐가 되니’ 이런 말로 토요일 아침에 실랑이 벌이지 않는 교사 가정이 있겠나. 협박과 유혹을 오가며(웃음).. 제 친손녀도 토요학교에 다니는데 정말 한국어를 못한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매주 가다보면 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중고등부 박미진: 자녀가 학교에서 IB과목으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그 영향이 토요학교 때문이었다. 영어에 익숙하던 아이가 토요학교에 와서 한국어에 관심이 생기고 IB과목으로 선택할 정도가 된 것이다. 아이와 한국 소설과 문학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Q. 교감 직책은 예전에 조성건 전임 교장이 무급 교감체제로 시도했었다가 어려움이 있었는데, 김재수 교장선생님이 유급으로 정식 요청하여 작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이정 선생님은 토요학교에서 정년을 마치시고 교감이 되신 첫번째 사례이신데 직접 해보시니 어떠신지 소회 부탁드린다.
주이정 교감: 홍콩 한인역사 70년 중에 토요학교 역사가 60년이 된다. 교장이 없을 때는 교사 중의 한 분이 교장이나 교감의 역할을 했었다. 이후 한인회에서 교장을 선임했고, 조성건 교장선생님이 시도를 했었었다.
작년 2월 정년을 앞두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재수 교장선생님이 제의해주셨다. 교감은 학사운영을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2년마다 바뀌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간의 가교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학사와 교사들의 운영을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께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또 교사와 교사간의 소통도 주요한 역할이다. 다들 잘 가르치시지만, 교사들간의 의견과 입장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할 것 같다.
이날 인터뷰는 김재수 교장선생님도 포함되었으나 부장선생님들이 편하게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참석하지 않았다. 대교 홍콩법인장을 맡고 있는 그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전염병과 싸우며 전례없는 온라인 수업을 주도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쳤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작은 아이부터 큰 학생까지 허물없이 소통했다. 가장 까다로운 업무인 특별 상담(학부모 면담)을 직접 일일이 상담하며 교사들의 짐을 덜어주었다. Covid-19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김재수 토요학교장을 비롯해 주이정 교감선생님, 각 학년 부장선생님, 일선 교사, 인턴, 한인회 지원 인력까지 소리없이 빛나는 영웅들이다.
글, 사진 |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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