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 발생 전 주홍콩총영사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스크 확보였다” 재외국민보호담당 이학균 영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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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믹 발생 전 주홍콩총영사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스크 확보였다” 재외국민보호담당 이학균 영사 인터뷰




팬더믹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했었는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다들 여름이 되면 없어질 거다 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진자가 더 발생하고 댄스사교클럽, 피트니스 클럽 등에서 연이어 확산됐다. 2019년 9월에 부임해서 업무를 배우고 있었는데 2020년 되자마자 솔직히 정말 당황스럽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다. 

당시 경찰 출신인 박경식 부총영사님이 대민 지원업무를 모두 해보신 경험이 있어 Covid-19 발생 초기에 진두지휘를 빠르게 해주셨다. 박 부총영사님이 딱딱 짚어 주는대로 즉각 진행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이 한국에 마스크를 신청한 것이었다. 

당시 홍콩 교민들을 위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전문을 보냈을 때 한국(외교부)에서는 큰 반응이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왜 마스크가 필요한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요청한 마스크 개수는 5만개. 한국에서는 도대체 이렇게 많은 마스크가 왜 갑자기 필요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처음 받은 수량이 1만개였다.


기억난다. 정말 하루가 급박하게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스크 1만개를 받고 보니 한국에서도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홍콩에서는 마스크가 이미 품절돼 약국과 왓슨 등에서 일일 판매량을 제한할 무렵이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화장지 등 소독 및 방역 기본 제품들을 구할 수 없었다. 처음에 교민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할 때도 사실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렇게 빠르게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또 그렇게 많은 교민분들이 몰려 오실지도 몰랐다. 

골 고른 배포를 위해 총영사관 공관과 한국국제학교에서 나뉘어 진행됐다. 저는 학교에서 지원했는데 학교는 그나마 열린 공간이라 긴 행렬이 이어졌지만, 총영사관 내부에서는 대강당에서부터 좁은 통로, 엘리베이터 밑의 복도까지 몰려 건물 관리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인들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생기기도 했다

격리자 시설로 가시는 확진자들이 우리 교민들 사이에서도 한 두분 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분들이 급한 마음에 어떻게 조치를 해야하는지 몰라 어려움에 처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저와 교민담당 영사의 개인 연락처가 포함된 한글 안내문을 한국인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위생처에 요청했다. 한국인 확진자 수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말 작은 수치다. 저희가 전화 통화로 급한 상황을 상담해 드렸고, 방역조치상 직접 가보지는 못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다. 


민원을 접수했던 교민분들 중에 기억나는 사례가 있는지

피트니스 클럽발 확산 사례 때문에 어린 아기를 데리고 페니베이 격리시설로 들어가신 여성분이 계셨는데, 아기가 지내기에는 격리시설이 너무 안 좋아서 간절하게 다른 시설로 이동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영사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 위생처에 공문을 보내 호텔에서 격리를 마칠 수 있게 조치해 드렸다. 

또 다른 한 분은 폐쇄공포증 같은 질환이 있는 분이셨는데 예약했던 호텔이 너무 작아 불면증, 심장이 두근거리는 심장세동이 발생해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원래 격리 중에는 호텔간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이분도 다른 호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위생처와 협의해 도와드렸다.


불평을 직접 들으신 적도 있을 것 같다

최근에 홍콩이 엄격 규제기간을 발표하면서 한국에서 접종한 백신 증명서가 인정이 되지 않게 되자 그때 2~3일간 불평을 많이 들었다. 홍콩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었지만 불만은 우리가 감수해야 했다. 

원래 홍콩 정부는 고위험 A그룹에만 적용하려 했던 것 같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갑작스레 확산되자 B그룹, C그룹 소수 국가에도 적용하면서 한국과 일부 국가가 포함되었고 원성을 사게 됐다. 결국 밤 12시 뒤늦게 번복하며 해프닝처럼 지나가게 됐다.


교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방에는 이런저런 불만도 보인다. 불평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통 민원 전화로 온다. 민원 담당 실무관이 가장 많이 응대를 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당직자들이 받는다. 모든 영사관의 모든 한국인 직원들이 당직제로 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민원전화의 고충 만큼은 잘 이해하고 있다. 칭찬을 바라고 일하는게 아니다. 잘해야 본전인 업무다. 

섭하다는 그런 감정 갖고는 일을 할 수 없다. 너무 마음에 두고 있으면 다른 일을 못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임한다. 불평을 해도 안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무리 해야 한다. 

가끔 크게 민원이 들어올 때면 심성원 경찰 영사님과 민원 담당 이선애 실무관님 등이 다 같이 모여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 뒤에서야 감정을 풀려고 서로 위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드래곤보트 동우회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홍콩 생활의 활력소다.


교민분들께 한 마디 한다면?

교민분들이 보시기에 영사관이 별일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진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차별을 받지 않게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홍콩 정부에 연락해서 시정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희가 하는 일이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물밑에서 백조가 엄청나게 물갈퀴질을 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COVID-19 관련 긴급상황 발생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주홍콩총영사관(이학균 영사:9732-8826, 심성원 영사:9469-8355)에 본인의 영문이름, 격리장소, 격리실번호 등을 알려주시면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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