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 관련 보도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예전에는 설날이나 추석 등 연휴를 앞두면 극장 상영 영화에 대한 검색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신작에 대해 더 많은 검색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우리는 OTT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선두 주자는 여전히 넷플릭스다.
최근 후발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올해 1사분기 기준 북미 지역의 시장 점유율은 44.21%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검색 분류에는 홍콩 영화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볼만한 몇 편을 추천한다. 우리 교민들이 살고 있는 익숙한 지역과 귀에 익은 광동어, 친숙한(?) 홍콩인들이 나오는 영화들이다.
양조위가 나오는 영화라면 일단 관심이 간다.
같이 출연한 져우쉰과 유청운도 중화권 영화계의 내노라하는 주연급 배우들이다.
이 영화는 이름 그대로 대마술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2011년작이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1920년대이다.
신해혁명 후 청나라가 망하고 중국 각 지역의 군벌들 이 난립한 가운데, 일본군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베이징에 장현(양조위 분)이라는 마술사와 그의 일행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장현은 서양에서 선진 마술을 익히고 돌아와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그런데 이들의 목적은 정작 다른 데에 있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신비한 볼거리로 마술에 관심이 많은 군벌의 총사령관 레이(유청운 분)과 그의 일곱번째 아내 인(쪄우쉰 분)에게 다가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양조위의 현란한 마술이 볼 만하다.
헐리우드 영화인 ‘나우 유 씨 마술 사기단’, ‘프레스티지’등은 마술을 스크린에 옮겨도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휴 잭맨과 크리스챤 베일이 마술 대결을 벌이는 ‘프레스티지’는 적극 추천한다.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로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마술의 특성상 ‘대마술사’는 가족 영화로도 좋다.
반가운 얼굴들도 등장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 홍콩의 스타 오언조, 군벌 회의 장면에서는 서극이 특별 출연한다.
서극은 영화 ‘황비홍’ 시리즈 및 ‘동방불패’의 감독이자 ‘영웅본색’의 제작자이지만 종종 영화에도 얼굴을 비친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세상을 들썩이게 한 3명의 전설적 악당들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대낮에 총기를 들고 금은방을 턴 임현제, 재벌 아들을 납치하여 돈을 뜯어 낸 진소춘, 경찰 셋을 죽이고 중국으로 도주한 임가동은 새로운 범죄를 기획하는데, 모두 여의치않다.
어느날, 이들이 중국의 한 식당에 모여 대사건을 꾸민다는 소문이 나돌게 된다.
사실 만난 적이 없지만 이 소문에 흥미를 느낀 탁자강(진소춘 분)은 다른 두 악당을 찾아 나선다.
강도, 살인, 납치 등 각각의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전설들이 만난다면 범죄계의 어벤져스가 될지도 모른다.
이들이 결탁하여 어떤 대사건을 꾸미게 될까? 영화는 세 악당의 만남에 관한 루머가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 중간에 살짝 암시가 주어지는 장면이 있으나 놓치기 쉽다).
이 영화는 2017년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주연상(임가동)을 포함 5개 부문을 석권했다.
당시 영화제 수상식은 중국 본토에도 인터넷 생중계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순간 중계 장면이 끊겼다고 한다.
이유는 영화 중간에 나오는 중국 공무원의 부패 관련 때문이라고.
‘트리비사’는 홍콩 사회에서 악명을 떨친 인물들을 모델로 하였다.
이중 진소춘이 분한 탁자강의 실제 인물은 장즈치앙이다. 필자가 예전 ‘리카싱에게 1600억을 뜯어간 희대의 납치범’이란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홍콩 재벌 1, 2위의 아들들을 차례로 납치했던 전설이다.
비스트 스토커(Beast Stalker)의 중국어 제목은 ‘증인’이다.
같은 영화의 중국어와 영어 이름이 퍽이나 다르다. 하나 두 제목의 의미가 영화 내용에 모두 잘 녹아 들어있다. 장가휘, 사정봉, 장징추 주연의 2008년도작이다.
경찰 반장인 당비는 거물 범죄 두목 장일동을 쫓다 사고로 검사의 딸을 숨지게 한다.
검사는 우연히도 장일동 범죄 사건을 맡은 앤이다.
검거된 장일동을 무죄로 석방시키고자 그의 조직원들은 앤에게 증거 인멸을 협박하기 위해 그녀의 둘째 딸 링을 납치한다. 아이를 사살한 충격으로 경찰직을 그만 둔 당비는 이 납치 현장을 목격하고 링을 구하기 위해 직접 뛰어든다.
영화의 배경이 너무 익숙해 반가웠다. 우리 학원이 위치한 노스 포인트를 주 무대로 사건이 펼쳐진다.
추격신을 찍은 곳이 평소 내가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곳이 아니던가!
‘비스트 스토커’는 2009년 13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악역을 맡은 장가휘는 28회 홍콩 금상장과 46회 대만 금마장 시상식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장가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전직 홍콩 경찰 출신으로 선한 역과 악한 역을 모두 잘 소화해낸다.
작품성과 연기력이 증명된 영화인만큼 추천작으로 손색없다.
홍콩수요저널이 추천하는 집단 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