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추천! 홍콩섬 북부 해안 도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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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추천! 홍콩섬 북부 해안 도보 여행

케네디타운에서 코스웨이베이까지 연결된 해안 공원 

홍콩섬 북부 케네디타운에서 코스웨이베이까지 해안 공원이 연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케네디타운은 홍콩섬 지하철 서부 지역 출발지이자 종착역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바닷가 바로 옆에 괜찮은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내가 즐겨 가는 식당은 피쉬앤칙스(Fish and Chicks)라는 곳으로 피쉬앤칩스와 통닭 요리가 유명하다. 여기서 식사와 곁들여 맥주 한두 잔 마신 후 시원한 바다 바람과 함께 종종 집까지 최대한 걸을 수 있을 만큼 걷는다.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걷고자 했으나 해안길이 중간중간 끊겨서 어쩔 수 없이 시내쪽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 해안 산책길이 뻥뚫린 것이다. 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부활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일찍 학원 문을 닫은 후 짧은 도보 여행길에 나섰다. 피쉬앤칩스와 맥주 한 잔으로 식사를 마친 필자는 케네디타운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보 여행을 시작했다. 오후 약 2시 20분, 뜨끈한 햇살을 뒤로 받으며 동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코스의 시작점인 케네디타운의 해안 공원에는 약 백 미터 간격으로 1에서 4까지 표시된 작은 선착장이 위치해 있었다. 주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고 바닷가 공원에 아이들 놀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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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0미터쯤 걸어가니 도로가 넓어지며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홍콩에서 연을 날리고 싶다면 이곳이 꽤 좋은 선택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쾌청한 하늘과 눈앞에 펼져친 푸른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구룡 반도까지.. 이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음으로 연결된 코스에서는 크고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이 반갑게 보행자들을 맞는다. 옆에 서서 유쾌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저녁때 이 공원에서 빅토리아항의 멋진 야경을 보며 달리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덧 셩완으로 접어들었다. 눈 앞에 넓은 잔디밭 공원이 펼쳐진다. 손얏센 기념 공원(Sun Yat Sen Memorial Park Sports Centre)이다. 손얏센은 우리에게 손문 혹은 손중산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광동 사람으로 신해혁명을 통해 청나라 왕조를 무너뜨린 인물인데, 현대 중국의 아버지라 추앙받고 있다. 

 

그가 중국 역사를 바꾼 거국적 혁명을 준비한 곳이 바로 홍콩이다. 이 기념 공원에는 선탠을 하는 여성들, 축구를 하는 아이들,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서양인들, 매트리스 위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한 폭의 풍경화 안에서 자신들만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손얏센 기념 공원을 지나 다시 바다를 끼고 동쪽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곧이어 셩완의 마카오 페리 건물을 통과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센트럴 페리에 다다랐다. 지금 시간 4시,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며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 간다.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코스웨이베이 해안 공원  

바닷길로 연결된 센트럴과 완차이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처음 걸어보는 공원 길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구룡 방향으로 돌출된 조망대가 곳곳에 위치하여 행인들의 발걸음을 잠시 붙잡아 두었다. 

 

리조트 선베드처럼 약 45도로 누워 맞은편 바다와 구룡 반도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된 의자도 있었다. 아울러 두더지굴 같은 이색 놀이터도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일 듯 했다. 

 

나는 간척을 통해 바다위에 세워진 완차이 컨벤션센터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매년 7월 1일 홍콩 반환 기념식 등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골드 보히니아 광장을 지나 바로 옆 완차이 부두에 다다랐다. 완차이 부두에서는 침사추이로 가는 배가 운행된다. 

 

이 구간의 해안길도 나름의 개성을 간직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개방형 컨테이너식 벤치들이 특징인데 지붕이 있어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이제 코스웨이베이 해안 공원이다. 여기에는 놀이터 및 오리배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가족 단위로 놀러 오기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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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문을 연 포트리스힐 하버프론트 공원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쉽게도 코스웨이에서 틴하우까지는 길이 살짝 끊겨 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틴하우와 포트리스힐 사이에 멋진 해변 공원이 등장한다. 작년 9월에 문을 연 포트리스힐 하버프론트 공원이다. 

 

9,800스퀘어피트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보드를 타는 젊은이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석양을 감상하거나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마침 내가 도착한 시간이 일몰 시간이었는데, 여기서 보는 석양의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포트리스힐과 노스 포인트까지는 도보로 갈 수 있는 해안길이 막혀 있다. 다시 노스 포인트 해변 공원에서 바다를 만난 필자는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하며 거주지 타이쿠싱에 도착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으니 약 4시간의 도보 여행이었다. 지하철로 12 정거장, 홍콩 시내에서의 역대 최장 도보 여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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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바다를 볼 수 없어도 몇 분만 나가면 해안 공원으로 연결된다는 것, 이것이 홍콩 생활의 매력중 하나다. 이중 홍콩섬 동서를 가로지르는 북부 해안 공원은 충분히 즐겨볼 만한 코스다. 다음에는 저녁 식사 후 야경과 함께 걸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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