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사람들에게 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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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사람들에게 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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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보다 가정이 우선인 홍콩 사람들

오래 전 우리 학원에 중국어를 배우러 저녁반을 다녔던 직장인이 있었다. 미혼 남자로 홍콩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었다. 그는 다국적 회사 직원으로 한국인이라고는 자기 혼자였다고 한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이런 애로 사항을 털어 놓은 적이 있다. 

 

“한국처럼 퇴근 후 동료들에게 간단히 술 한잔 하자고 하면 다들 도망가 버려요. 집에 일찍 가야한다는 거예요. 집에서 뭔 일을 하는지 퇴근하기 무섭게 집으로 내빼네요. 홍콩 생활 재미없고 심심해요.”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첫째, 홍콩인들은 음주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 둘째, 한국같은 회식 문화가 없고 개인 생활과 가정을 중시하여 일과 후 일찍 귀가한다. 즉, 홍콩인들 중에는 패밀리맨들이 많다.  실제로 이제까지 만났던 많은 홍콩인들 중에 음주를 즐기는 이들은 소수였다. 

 

가끔 밤에 공원을 지나가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 앞에는 술이 아닌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홍콩 직장인들의 경우 위 교민의 말처럼 퇴근 후 바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국제 도시인 홍콩의 특성상 외국인, 홍콩인들이 뒤섞여 맥주나 칵테일을 즐기는 술집들도 곳곳에 많다. 

 

하지만 이곳 현지인들에는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나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홍콩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은 미식 즐기기, 여행, 운동, 게임, 드라마/영화 시청, 쇼핑 등이다. 

 

특히 미식 탐방을 좋아하여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 굳이 한국처럼 한잔 곁들이지 않아도 좋아하는 음식을 통해 충분히 즐거움 얻고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하다. 


홍콩의 음주량 – 아시아 14위

술과 친하지 않은 홍콩인들의 생활은 주량 통계에서도 증명된다. 위생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곳 현지인들은 1,627만 리터의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수영장 8.6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1인당 소비량은 2.46리터다. 필자의 생각으로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2018년의 2.85리터 대비 15.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소비량은 현저히 떨어진다. 

 

아시아에서 연간 1인 음주량이 가장 많은 곳은 10.7리터의 라오스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이 자랑스럽게(?) 2위에 올라있다. 음주량은 9.7리터다. 홍콩은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북한보다도 아래에 있는 14위다. 

 

그러면 홍콩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2021년 통계청의 수입 자료에 따르면 1위는 맥주로 총 1억 6백만 리터가 유입되었다. 그리고1795만 리터가 수입된 포도주가 2위를 차지했으며 사과, 배, 꿀을 원료로 한 발효주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를 보면 소위 ‘빼갈’이라고 불리우는 중국의 백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보다는 순하게 마시는 주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반전의 통계가 눈에 띈다. 


포도주 소비는 아시아 최고!

이는 바로 홍콩이 포도주 소비만큼은 아시아 최고라는 사실이다. 세계 와인 및 주류 무역상 모임의 VINEXPO 통계로 살펴 보자. 

 

2016년 기준 홍콩의 1인당 포도주 소비량은 5.3리터로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싱가폴 대비 두 배나 높은 수치다. 홍콩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포도주는 프랑스산으로 전체 소비량의 31%를 차지했다.

 

개인 취향이 있겠지만 홍콩 사람들에게 좋은 프랑스산 포도주를 선물한다면 환영 받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 뒤를 이어 호주산(19%), 미국산이 (13%)가 2, 3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홍콩인들은 매년 포도주 구입에 1인당 5,000홍콩달러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홍콩인들은 왜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것일까? 우선 홍콩의 포도주 수입은 관세가 없다. 알코올 도수가 30% 이상의 주류에는 관세 100%가 부과되는 것에 비하면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슈퍼마켓이나 와인 매장에 가면 전세계 각지에서 가격도 천차만별인 포도주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한 홍콩의 경우 각자의 상황에 맞게,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다. 

 

다음으로 순한 술을 마시는 홍콩의 음주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로서 서구의 와인 문화가 오래전부터 유입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손님 초대시 포도주로 체면을 세우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인들은 백포도주보나 적포도주를 더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 빨간색의 레드 와인이 보혈(補血)에 더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작용한다. 


필자가 주재원으로 홍콩에 왔을 때 중국 대륙을 다니며 접대를 위해 들이켜야했던 백주를 마시지 않아 좋았다. 홍콩의 접대 문화에서 술은 그냥 가볍게 한 잔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알딸딸해지고 싶은 충동도 없지 않으니, 필자가 홍콩에 18년을 살았어도 아시아 주당 2위 나라의 후손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참고 자료:

https://www.hk01.com/港人飲酒量創16年來新低-啤酒-紅酒以外港人最愛這種酒

https://kknews.cc/zh-hk/food/kz5m9ev.html#:也許是飲食習慣生活,品酒課也是層出不窮。

https://www.rfi.fr/tw/港人葡萄酒量亞洲之冠中國人喝烈酒天下無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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