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부 지방정부가 삼자경(三字經) 등 고전의 일부 내용이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오도할 수 있다며 이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중국청년보 등 언론에 따르면 산둥(山東)성과 후난(湖南)성 교육청은 최근 삼자경과 제자규(弟子規) 등의 고전 가운데 일부 내용을 교육하지 말도록 일선 초.중학교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새로운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 지방 정부는 "고전의 일부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봉건시대 사상을 담고 있어 학생들의 가치관을 왜곡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삼자경에 등장하는 '맹모삼천지교'는 주변 환경이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고, 사람을 가려 사귀어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함으로써,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권학시(勸學詩) 편에 등장하는 '서중자유황금옥(書中自有黃金屋.책속에 본래부터 황금으로 지은 집이 있다)'이라는 구절도 학업을 입신양명의 수단으로만 삼았던 봉건시대 사상을 담은 것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교육의 이념으로 삼는 지금과는 동떨어진 관념이라고 지적했다.
후베이(湖北)대 류촨어(劉川鄂)교수는 "논어나 삼자경 등이 신분 차별이 있었던 농경시대 제작돼 현대적 인도주의나 교육 이념과 차이가 있다"며 "가르칠 필요가 있는 부분만 선별해 교육해야 한다"고 산둥과 후난성의 결정을 지지했다.
중국중앙(CC)TV '백가강단(百家講壇)'에 출연, 제자규 등을 풀이했던 푸단(復旦)대 첸원중(錢文忠) 교수 역시 "제자규나 삼자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다면 사회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이들 고전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고전을 부분적으로 발췌해 교육하는 데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에게 삼자경과 제자규를 의무적으로 암송토록 하는 우창(武昌)의 한 초등학교는 "중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익히고 중화문화 발전의 흐름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교사들이 적절히 지도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고전의 대가인 우한(武漢)중학교 샤오싱궈(蕭興國) 교사도 "취사선택해 가르친다면 고전이 담고 있는 정수를 학생들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극히 사소하고 지엽적인 것을 문제 삼아 정작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삼자경은 일기 쉽게 한 구를 3자로 구성, 인간의 도리나 일상생활에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유교적 관점에서 풀이한 것으로 송(宋)나라 왕응린(王應麟)이 편선했으며 제자규는 청(淸)나라 이육수(李毓秀)가 향촌에서 훈장을 할 때 훈몽교재로 제작한 것으로 역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다루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청소년들이 민족정신과 우수한 전통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2007년 9월부터 초.중학교에서 이들 고전을 가르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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