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心’흔들리는 요즘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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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心’흔들리는 요즘 중국인들

 

베이징에 사는 학원강사 스샤오판(28)은 지난달 이후 한 달 가까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그는 "중국 최대 육류 유통업체인 솽후이 공사가 판매하는 돼지고기에 독성물질인 글렌브테롤이 함유됐다는 얘기를 듣고 돼지고기에 손을 뗐다"고 말했다.

 

주부 가오리핑(49)은 시장을 볼때 시금치, 상추와 같은 노지재배 채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채소에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스씨와 가오씨는 모두 "불안에서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인들에게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주 광둥성 등 남부지방에서는 누리꾼 사이에 '음성 에이즈'로 불리는 괴질이 만연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번주 들어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매년 8만명이 숨지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항생제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당국은 소문이 모두 사실은 아니며 공포심에서 나온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문과 시민들의 불안감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중국인에게 불안은 일상이다. 요즘 중국 사회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탄터'. '마음이 불안하다' '안절부절못하다'는 뜻의 이 단어는 마음(心)이 붕붕 떴다(上), 폭삭 꺼졌다(下) 하는 바람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신문과 인터넷에는 '탄터'를 제목으로 한 뉴스가 매일 수십개씩 등장하고 있다. 가히 '탄터 증후군'이라고 부를 만하다.


탄터: 마음이 붕 떴다 폭삭 꺼졌다하는 불안한 상태

 

전문가들은 탄터 증후군의 원인(遠因)으로 중국인들이 국가와 사회의 고속성장과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화 지체'를 꼽고 있다.

 

중국들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는 자국의 경제에 놀라고,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불안해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원전 사고, 중국의 잇단 지진, 각종 식품 사고는 탄터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천일 소금이 방사능 피폭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국민들이 너도나도 소금사재기에 나선 일은 '탄터 증후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탄터 증후군이 확산되면서 '불안'을 상품으로 내건 사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탄터 현상'을 특집으로 조명한 시사주간지 '신주간(新周刊)' 최신호는 중국 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사이트만 2만5000여개에 달한다면서 '탄터'가 아이디어 사업의 새로운 소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주간'에 따르면 유료 욕사이트인 '중궈헌'(中國恨墻, www.hatewall.com)이나 스트레스 배설 장소인 '쿠바',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심리상담소 '웃음치료센터' 등은 꽤 성공한 사례들이다. 특히 2006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문을 연 '웃음치료센터'는 지금까지 100만여명이 웃음치료 체험 및 강의에 참가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탄터' 가수 궁린나탄터 증후군은 대중문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초 여가수 궁린나가 발표한 '탄터'는 탄터 현상을 반영하며 해가 바뀐 뒤에도 1년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탄터'는 특별한 가사 없이 '아아오아이~아지디아지동아지다러디거동'과 같은 의성어만으로 이어지는 노래다. 그러나 소프라노 가수인 궁린나는 '아줌마 패션'으로 불리는 기괴한 복장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듯 고음과 저음을 섞어가며 노래를 부르며 젊은층과 지식인들을 파고들고 있다.


현재 궁린나는 중국 누리꾼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대중가수 가운데 한 명이다. 중국 언론은 궁린나를 따르는 누리꾼을 2억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 구샤오밍 교수는 중국인들의 불안 심리와 노래 제목, 궁린나의 독특한 창법이 어우러져 '탄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사회변화, 재난재해, 사건사고 추세로 볼 때 '탄터 현상'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한다. 더구나 사회보장 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탄터 증후군'의 치유는 개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탄터특집'을 내건 '신주간'은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내일엔 또 다른 새벽이 열린다'(베이다오의 시구절)며 위로와 희망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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