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 마닐라 해구(심해저에서 움푹 들어간 좁고 긴 곳)에서 진도 9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거대한 쓰나미가 2시간 이내에 홍콩에 도달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렇게 되면 인근의 원자력발전소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데이비드 위엔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남중국해에서 대형 쓰나미가 발생할 경우 15분 후 대만 남부에 도달하며, 홍콩 등 중국 동남부 연해안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5~8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해일이 일어 대만과 중국 남부의 원자력 발전소에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광둥성 대아만(大亞灣)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홍콩 전체사용 전력의 20~25퍼센트를 공급받고 있으며,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확보하는 전력량을 2020년이내에 50퍼센트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일본 대지진 이후 중국과 홍콩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다이야만의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홍콩의 환경운동가들은 홍콩 정부에 대해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전력정책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닐라 해구는 해양판이 지각 아래로 가라앉는 섭입대(subduction zone)에 위치해 있어 지난 400~500년 간 대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거대한 압력이 이 지역에 응집되어 있다는 것으로, 거대한 지각 단열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는 홍콩의 지리적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는 일반적인 시각과 대치되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위엔 교수는 아시아에 이 같은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으며 치명적인 재앙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향후 10년 안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겠지만 50년 또는 100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지역에 세워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재앙과 같은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대 지질과학 교수도 지난 19일 "이 같은 재앙은 천 년에 한번씩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생) 위험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은 너무 짧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근에 발생한 지진에만 주목한다.
지난 100년 동안의 지진 기록만 보고서 낮은 진도의 지진만 발생했고 중국의 남쪽 연안을 따라 일어났기 때문에 홍콩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한 지진전문가는 "홍콩에 쓰나미가 몰려올 경우 멀리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지진과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인 아시아는 경제 발전과 막대한 인구 증가로 인해 원전 개발에 한창이다.
반면 중국, 대만 등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는 곳들에서 이들 지역이 지진으로부터 정말로 안전한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782년 남중국해에 10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고, 그 결과 대만 남부지역에서 약 4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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