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 A사는 홍콩의 거래처 B사와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계약서 조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B사는 분쟁이 발생하면 언어적인 문제와 한국 법에 대한 이해부족을 이유로 관할 법 및 법원을 홍콩법과 홍콩법원으로 지정하자고 건의했다.
A사는 지인에게 전해 듣기로 영미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홍콩법은 한국법과 차이가 있으니 별도 법률자문을 구하라고 건의하는데…….
흔히들 계약은 계약일뿐,영미법이라 하여 특별한 것이 뭐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계약이라는 것이 법을 논하기에 앞서 거래당사자 간에 합의에 따라 무언가를 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행위이기에 큰 의미로써의 계약은 홍콩의 것과 한국의 것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영미법계의 계약법은 대륙법계의 그것과 몇 가지 분명한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우스갯말로 영미법체계 하에서는 특정 사건을 몇몇 다른 법원에 각기 심리하도록 하면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
이렇듯 영미법 체계하의 법이란 science가 아닌 art라고 비유할 정도로 견해와 주장이 다양하고 그만큼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따라서 홍콩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두 법체계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특성 외에도 구성원들이 계약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한국에서 갑(제조사)과 을(도매업)이 계약을 체결하여 갑이 을에게 3년에 걸쳐 제품을 공급하기로 약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후 1년이 지나고 경제가 나빠져서 을이 남은 2년 동안 제품을 갑으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제일 쉽게 생각하는 것이 물건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거나 자금 사정을 이유로 갑에게 사정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을사가 홍콩기업이었다면 담당자는 계약서를 꺼내서 하자가 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고,조금이라도 가능성을 확인하면 소송을 통해서 계약이 원천무효라는 판결을 꾀하는 시도를 해볼 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어떤 것이 옳거나 그릇된 것이라던가 어떤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가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관습 및 문화적인 차이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홍콩에서는 우리가 태어난 한국에서 대처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자세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는 구두계약이 매우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설령 문서화 한다 해도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하여 홍콩 사람들은 상거래를 하기 위하여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비교적 보편화되어 있다.홍콩인 혹은 기업과 거래를 할 경우,계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홍콩을 포함한 영미법체계에서도 구두계약이 인정되고 있으며 분쟁 발생 시 입증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을 뿐,구두로 한 계약도 유효하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만land property와 관련된 계약은 반드시 문서화를 필요로 하고 있고 3년 미만의 임대차는 구두계약이 가능하다).
다음 호에서는 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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