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훈 변호사] 폼 내는 자선 [계약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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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폼 내는 자선 [계약법편]

Q R씨는 최근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여러 은행의 빚을 못갚아 허덕이고 있습니다. 일단 부도가 나니까 사람들의 눈총이 무서워 술집에도 못 가고 근신하고 있던 중에 장학금을 희사하면 누가 알아주겠지 하고 회사명의로 향후 20년간 매년 HK$ 1million을 희사하겠다고 자선단체에 연락하자 신문에서 사진도 찍어 내주었습니다. 자선단체는 이렇게 해도 법적 구속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A 장사를 하든 헌금을 받든 무슨 돈이든지 당장 수중에 받아놓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며칠 전 한국신문에 상당한 기금을 조성한 부도업체가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웬 자선행위냐는 거였습니다. 홍콩계약법상 자선을 위한 약속은 소위 consideration(대위, 대가) 부족으로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약속자에게 도의적인 책임만 남을 뿐입니다. 그래서 누가 헌금하겠다하면 당장 얼마라도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지, 향후 몇십 년 운운은 보장도 없고 계약으로서 효력이 없는 것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형태로 자선하는 사람은 당장의 광고효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선단체에 약은 사람이 있다면, 헌금자에게 소위 "Deed"라는 서류를 내밀어 정식 계약으로 만들어 법적 구속력이 있게 하면 좋습니다. "Deed"를 만들면 consideration이 없어도 됩니다. 만약 헌금자에게 "Deed"를 내밀면 서명하지 않을 확률이 크나 이런 제스츄어에 순순히 동의하는 사람은 진실한 헌금자 입니다. 그렇다고 자선단체가 그 사람이 차후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는다고 민사소송까지 할른지도 의문입니다만, 당장은 확실하게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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