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훈 변호사] 안 불어도 되나요 [음주운전단속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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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안 불어도 되나요 [음주운전단속법편]

Q 저는 주재원으로 연말에 동창회에서 술을 잔뜩 마셨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만 도로변에 세워놓은 제 차에 들어가서 시동을 걸고 잠이 들어 버린 모양입니다. 길거리 행인이 경찰에 연락해서 저는 두 가지 죄목으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호흡측정거부죄이고, 둘째는 음주운전 한 죄입니다. 빠져나갈만한 방법이 없는지요? A 연말연시에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측정요구는 거부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옛날이야기입니다. 호흡측정 기술이 없는데다 음주운전만 단속하던 홍콩에서 한 때에는 호흡측정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홍콩은 1995년도에 호흡측정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검사하는 법을 발효했으니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은 제도 입니다. 1995년에 혈액 100ml에 80mg의 알코올이 나오면 음주운전이 된다고 했다가 1999년에는 50mg으로 낮추어 음주운전에 걸리기 쉽게 되었습니다. 미국 등의 북미 국가는 아직도 80mg이 최대 허용량이고 일본, 프랑스, 독일, 호주 등은 50mg 이상이면 걸립니다. 보통 체력을 가진 사람이 캔맥주 한 캔 반, 포도주 한 잔 정도 마시고 1시간 이내에 운전하면 나오는 알코올 농도라고 합니다. 도로교통법은 혈액 알코올 농도가 음주운전죄로 걸릴만한 양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단 호흡측정을 거부한 것 자체가 유죄행위가 되도록 명시했기에 일단은 기소건이 됩니다. 그러나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 판례는 아직 없지만 치과에 가서 대수술을 받고 입이 퉁퉁 부어있는 사람이 호흡측정을 거부했다고 해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한국인은 경찰이 호흡측정기를 입에 대기 전에 성냥유황을 씹어 검사기를 혼란시켜 음주운전죄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과학적으로 분석된 기록도 없어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혈액알코올 농도159mg을 기록한 음주운전자가 면허취소형을 받자, 경찰이“입을 헹굴 기회를 안 주었다”고 주장해 면허취소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합니다. 입을 헹구면 알코올 농도가 내려가는지 내려가도 얼마정도가 내려가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습니다만, 추측컨대, 경찰의 부당한 대우를 트집 잡아 성공한 사례로 보입니다. 법에는 "운전중"뿐만 아니라 "운전을 시도"하려고 했을 때도 음주운전에 해당한다고 했으나, 상식적으로 볼 때 술을 마시고 자동차에 키를 단순히 꽂은 상황이면 정확히 100% 운전을 시도했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자동차에 물건을 찾으러 들어가 어두워서 실내등을 켜기 위해서 키를 꽂을 수도 있고, 더워서 에어콘을 틀려고 시동을 걸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귀하의 경우는 음주운전죄에서 벗어날 확률은 큽니다. 왜냐하면 키를 꽂고 정신이 말똥말똥한 상태로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고 졸다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음주상태라도 주차된 차에 시동은 걸었지만 기어를 넣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으로 간주 못한다는 사례가 있으나 홍콩에서는 "운전시도"라는 별도 규정이 있어 한국 사례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기어를 아직 안 넣은 상태이기에 주장을 한 번 해볼 만도 합니다. 만약 잠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 걸렸다면 운전기사나 친구가 있어 대신 운전 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귀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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