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살면서 ‘홍콩’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유래됐는지, 그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알다시피 한자로는 香港(향항), 영어로는 Hong Kong라고 쓴다. ‘香’은 한자로 ‘향기로울 향’이며 중국어로는 형용사로 ‘향기롭다’, 명사로 ‘향(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港’은 항구를 지칭한다. 자, 오늘 ‘홍콩’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 유래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설과 관계 있는데 <홍콩고대사신편(香港古代史新編,中華書局出版)>에서 소개된 내용을 인용하여 소개한다.
1. 첫째, '향고(香枯)'라는 해적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
청나라 시기에 임(林)모라는 해적과 그의 아래 향고(香枯)라는 부부가 있었는데 청나라 장군 이장경(李長庚)에게 격퇴되어 남편은 대만으로, 아내 향고는 잔당들과 함께 홍콩섬에 거점을 두고 머무르게 된다.
훗날 사람들은 아내 향고의 이름을 따서 이 섬을 ‘향항도(香港島)’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홍콩 어디에서도 향고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해적을 증오하는 바, 해적의 이름을 따서 지명 이름을 부르게 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 둘째, 홍콩섬의 ‘향로산(香爐山)’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
코스웨이베이 틴하우 사당 앞에는 예전에 빨간 향로가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그 향로는 먼 곳에서 떠내려오다가 사당 앞 모래사장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당에 갖다 놓고 그 사당 뒤의 산봉오리를 홍향로산(紅香爐山), 그 앞의 바닷가는 홍향로항(紅香爐港)이라고 칭는데, 그것이 홍콩섬 전체의 명칭으로 불러지게 됐다는 설이다.
하지만 <신안현지(新安縣志)>에 실린 지도를 보면 홍콩섬 한 쪽에는 홍량로산이, 또 다른 곳에는 홍콩촌이라는 지명이 동시에 존재한 바, 홍향로산의 이름이 홍콩의 유래라는 설은 사실과 멀다.
3. 셋째, 폭폭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
오늘날 광동어로 폭푸람(薄扶林)으로 불리는 곳의 남쪽에는 와푸촌(華富邨) 폭포공원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이 폭포는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한 계곡물에서 시작되었다. 옛날 이 물은 맛이 좋아 음료로 사용되었고 이 용수를 향강(香江)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폭포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항구에는 향항(香港), 즉 홍콩이라는 명칭이 붙었고 이것이 홍콩섬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향강이라는 이름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단어로서 ‘홍콩’보다 먼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밝혀져, 폭포수의 이름에서 유래가 됐다는 설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4. 네번째, 침향의 생산지이며 향을 운반하는 항구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
홍콩은 명나라 때부터 유명한 침향의 생산지였다. 당시 동관, 심천, 홍콩 등지에서 생산된 침향은 현재의 침사추이에서 작은 배를 이용하여 에버딘 지역으로 운반된 후, 다시 상업용 배로 옮겨져 광주, 소주, 항주까지 운반, 판매되었다.
향나무와 향제품은 지금의 홍콩섬에 있는 에버딘 항구에 모아진 후 각 지역에 보내졌는데, 이로 인해 이 지역의 동북쪽으로 향하는 수로를 ‘향항(香港)’, 즉 홍콩이라 명명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영국 사람들에 의해 ‘Fragrant Harbour’로 불렸는데 ‘향기로운 항구’라고 뜻이다.
또한 이 마을에는 ‘향항촌(香港村, Hong Kong village)’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곳이 바로 오늘날 홍콩섬 남단에 위치한 에버딘 웡축항(黃竹坑)이다. 에버딘의 중국어 지명은 지금도 ‘香港仔(홍콩자이)’이다.
그런데 이 곳의 이름이 홍콩 전체를 대표하게 된 까닭은 영국군과 관계가 있다. 영국군이 처음으로 홍콩섬에 발을 디딘 곳이 오늘날 스탠리마켓으로 유명한 스탠리 지역이다. 이곳에 상륙한 영국군은 이 지역의 진군(陳群)이라 불리는 현지 단민(蜑民)의 안내를 받아 행진을 하게 된다.
단민은 중국 남부 지역의 연안에서 수상(水上)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영국군은 향항촌(香港村), 즉 홍콩촌과 폭푸람을 거쳐 센트럴까지 오게된다. 향한촌을 거치게 될 때 영군군이 이곳의 이름을 물었는데 진군은 단민어 발음으로 ‘홍콩’이라고 대답했고, 이것을 들은 영국인은 영어로 ‘Hong Kong’이라 적게 되었다. 이로인해 이 마을의 이름이 곧 홍콩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는 유래이다.
이상이 ‘홍콩’이라는 지명이 붙은 유래에 대한 소개였다. 여러분이 주재원이라면 한국 본사에서 온 임원에게, 일반 교민이라면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서 아는 척 좀 해 보시라. 여러분은 그날 ‘뭘 좀 아는’ 가이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