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식당 문화와 한국 식당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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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식당 문화와 한국 식당 문화



여러분은 홍콩의 식당에서 한국과 다른 식당 문화로 당황스러움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필자가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코스웨이 베이의 한 작은 일본 식당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종업원이 가로 세로 약 1미터 남짓한 식탁으로 나를 안내했는데 순간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식탁에는 한 젊은 여자가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르는 사람과 한 식탁에,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머리 뽀뽀도 가능할 것 같은 지근거리에 마주보고 앉게 하다니.. (기분은 살짝 좋았다^^). 그 여자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겠지만 나는 수시로 입을 닦으며, 또는 고개 숙일 때는 머리에 신경쓰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식사한 기억이 있다.

홍콩에 살면서 이곳의 식당 문화가 한국과 다른 것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식당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시간별로 구성하여 비교해 보자. 일단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한국은 유독 전문 식당이 많고 그런 식당은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

 ‘OO냉면’, ‘OO부대찌개’, ‘OO족발’, ‘OO갈비’ 이런 식이다. 이에 반해 홍콩에서는 웬만한 일반 중국 식당에서 멀티플레이어 주방장이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을 마술봉을 휘두르듯 뚝딱하고 만들어낸다. 

식당을 선택하여 문을 들어서게 되면 한국에서는 우선 종업원들의 인사 소리를 듣게 되는 반면 이곳의 직원들은 인사는 생략한 채 일행이 몇 명인지 인원수를 먼저 물어본다. 이때 식당에 당당하게 들어가 빈 자리에 아무데나 앉는 우리 동포들이 있는데 먼저 인원수에 따른 자리 배정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대로 처음 보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서 마주 보며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한번은 이에 익숙한 한 홍콩 사람이 한국에 여행가서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가 홍콩에서 하던 대로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는 식탁 앞에 턱 앉으니까 아주머니가 놀라며 “어머, 저쪽에 빈자리 많아요. 왜 사람있는데 앉아요? ”라고 했다나.  

착석 후 중국 식당에서는 먼저 차를 주문한다. 이때 일행이 다 안 왔다는 이유로 “좀 있다 시킬게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곳 식당 문화에 맞지 않는다.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릴 때에도 일단 차는 먼저 시켜야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 앉으면 먼저 물이 올라온다. 한국 식당의 물은 무료, 홍콩의 차는 유료이다. 

그런데 한국 여행을 갔다 온 홍콩 사람들이 종종 물어보는 것이 있다. “한국 음식점에서는 왜 추운 겨울에도 찬물을 줘요?”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이 일상화되어 있는 홍콩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다. 

그런데 필자의 지인이 한번은 여름에 홍콩에 와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아니, 이 나라는 이 더운 날에도 뜨거운 물을 주네.”라고 말해 찬물을 따로 요청한 적이 있다. 한국은 추운 겨울에도 찬물을, 홍콩은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재미있는 한국과 홍콩 식당의 문화 차이이다. 

그리고 나서 반찬이 나오는데 사실 홍콩의 식당에서는 반찬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어쩌다 한 두개 나오는 것은 모두 유료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식당은 보기에도 좋게 반찬들이 줄을 지어 올려진다. 홍콩 사람들은 이 점을 좋아한다. 무료이기 때문이고 추가도 가능하다. 

식사가 시작되며 즐겁게 얘기도 나누다 보면 홍콩에서는 어느새 90분 룰을 의식해야 한다. “식사는 90분 안에 끝내셔야 돼요” 전화로 예약을 하면 종종 듣는 레퍼토리이다. 한국의 식당에서도 사람들이 줄 서있는 인기 음식점의 경우 다 먹었으면 눈치껏 일어나야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간의 구애를 받지는 않는다. 

자, 식사를 다 마치고 계산을 해야 한다. 홍콩은 보통 앉은 자리에서(작은 식당은 카운터에서 하기도 한다), 한국은 카운터에 가서 계산한다. 홍콩 생활에 익숙한 필자는 예전에 한국에 가서 식사 후 “여기요! 계산할게요”라고 말했다가 아내에게 옆구리를 찔린 적이 있다. “여기가 홍콩이야?” 아뿔싸..

그리고 홍콩에서 계산서를 받으면 보통 음식값의 10% service charge가 떡하니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흠, 10% 가치의 서비스를 받기는 한건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라야지.

이상 한국과 홍콩의 식당 문화 차이를 정리해 보았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편으론 재미있지만 신경써서 지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위와 같은 차이점들을 참고하여 이곳의 식당 문화에 익숙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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