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국은 김이박, 영 . 미는 스미스, 홍콩은 OO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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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국은 김이박, 영 . 미는 스미스, 홍콩은 OOOOOO


대한민국 통계청에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성씨 분포는 총 498개이다. 이중 2015년 기준 한국의 최대 성씨는 김(金) 씨로 전체 인구 4970만 명 중 1068만명이다. 무려 21.4%을 차지하고 있으니 한국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은 김 씨인 셈이다.


그 뒤를 이어 이(李) 씨가 14.7%, 박(朴) 씨가 8.4%이다. 소위 말하는 한국의 주요 성씨 김, 이, 박이 무려 44.5%에 달해 전체 인구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주요 성씨의 편중 현상이 심한 것 같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홍콩의 성씨는 어떨까? 한국같이 주요 3대 성씨가 존재할까?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성씨의 사람들이 많은가?



중화권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성(姓)씨


성씨를 나타내는 ‘姓(성)’의 한자를 보면 부수가 여자 ‘女’이다. 이로 보아 성씨의 유래는 원래 어머니쪽, 즉 모계 사회에서 기원을 찾아야 할 듯 하다. 우리의 역사는 원시 시대 모계 씨족 사회에서 부계 씨족 사회를 거쳐 노예 시대, 봉건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줄곧 성씨를 매우 중시했다. 중국어 표현 중에 ‘성씨가 어떻게 되세요?(您貴姓?)’라는 표현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인사이다. 한국어에서는 주로 이름을 묻지 성씨를 콕 집어 질문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중화권에서 성씨가 중요한 이유는 장기간에 걸친 봉건 사회에서 성씨가 종종 한 사람의 혈통과 사회적 지위를 대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임금, 공신, 귀족들은 권력으로써 자신들의 성씨에 위세를 더하였고 이는 명문 대가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설사 빈곤하고 몰락한 신세라도 권위있는 성씨로 자처하거나 그런 방법을 통해 재기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삼국지의 유비이다. 유비는 돗자리를 짜고 신발을 팔아 생활할 정도록 빈곤했다. 하지만 황건적의 난 때 자신이 한나라 황제의 유(劉)씨의 후손으로 당시 황제인 헌제의 숙부임을 내세워 군사를 일으킨 후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현대 사회에서도 중화권 사람들은 여전히 성씨를 중시한다. 속담에 ‘同姓一家親’이란 말이 있다. 같은 성씨는 일가와 같이 가깝다는 뜻이다.



홍콩에서 가장 많은 성씨 – 진(陳):10.11%


홍콩 현지 매체인 <每日頭條>에는 홍콩의 100대 성이 등재되어 있는 바, 이를 토대로 소개해 보겠다. 홍콩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진(陳)씨이다. (이 칼럼을 쓰기 전, 점심에 진라면을 먹은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광동어로 ‘찬’, 푸통화로는 ‘쳔’으로 발음한다. 우리 학원의 광동어 교재에도 ‘챤씬상(陳先生)’이 제일 많이 등장한다. 전체 인구의 10.11%이니까 홍콩 사람 10명 중 한 명은 진씨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대만에서 가장 흔한 성씨도 진씨인데 총 인구 대비 11.15%를 차지하여 홍콩과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에 진씨가 많이 분포하는 것 같다.



홍콩의 유명인 중 진씨는 누가 있을까? 홍콩 사람이라면 다 아는 가수 겸 배우인 켈리 챤이 우선 떠오른다. 추석이 가까울 무렵이면 어김없이 맥심 월병을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남자 가수  이슨 챤(Eason Chan)도 유명하다.




그 뒤로 황(黃), 이(李), 양(梁), 장(張), 임(林) 씨까지가 홍콩의 6대 성씨이다. 이 주요 성씨가 홍콩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6.75%로 나타났다. 홍콩의 유명인 중 황 씨로는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영화 배우 황추생(Anthony Wong), 이 씨는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과 배우 이소룡, 양 씨는 영화 배우 양조위와 전 행정장관 렁춘잉(CY Leung)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장 씨로는 배우 장국영과 4대 천황 중 장학우, 임 씨는 현재 행정장관 캐리 람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왕(王), 오(吳), 유(劉), 채(蔡)까지 더하면 홍콩의 10대 성씨가 된다. 이제 중국 대륙으로 눈을 돌려 보자.



중국의 3대 성씨: 이(李), 왕(王), 장(張)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중국성씨기편(中國姓氏記編)>에 수록된 성씨는 무려 5730개나 된다. 이중 중국에는 3대 성씨가 분포하는 바, 바로 이(李), 왕(王), 장(張)이다. 이 세 성씨는 인구가 거의 비슷하여 통계에 따라 순위와 비율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하긴 그 많은 인구를 우리가 일일이 다 세어 볼 수도 없고, 그저 참고로 삼아야 할 듯 하다.


2015년 발표된 <100가 성씨 제6차 중국 인구 조사 순위101위>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성씨는 이(李)씨이다. 전체 인구의 7.94%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의 북부에 많이 분포한다. 그 뒤를 이어 왕 씨(7.41%)와 장 씨(7.07%)가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에서 가장 많은 진씨는 중국 전체에서는 5번째 많은 성씨이다.


내친 김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제 1 성씨도 알아 보자. 이웃 나라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은 사토, 영국과 미국은 모두 스미스이다. 이 외에 스페인은 가르시아, 독일은 뮐러, 이태리는 로시로 나타났다.


처음 만나는 홍콩 사람이 있다면 다음의 광동어 표현을 하나 익혀 물어 보자. “네이 꽈이 씽(你貴姓?: 성씨가 어떻게 되세요?)”. 혹시 알랴, 여러분과 같은 성씨를 만나게 될 지.

 


참고 문헌: <중국 문화에 담긴 중국어 이야기>(다락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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