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홍콩한인회는 75주년 명예의 전당 헌액식과 제4회 홍콩한인회 장학금 수여식을 홍콩한국국제학교에서 성대하게 개최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 활동하는 한인 사회 중에서 홍콩 한인사회는 75년을 자랑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다.
큰 행사 개최를 며칠 앞두고 올해 새롭게 당선된 탁연균 한인회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목걸이와 팔찌, 스타일리시한 면남방에 페인팅 패턴의 청바지까지 편안한 분위기의 탁 회장을 한인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손정호 편집장 : 회장 취임에 축하드린다. 작년말부터 정신없이 바쁘셨을 것 같다. 어떻게 지내셨는지.
탁연균 회장 : 올해 1월 한인회장 임명장을 받고 난 뒤에 솔직히 잘 몰랐기 때문에 전임 회장님들의 일을 파악하는데 노력했다. 전임 조성건 회장님은 정말 큰 일을 하셨고 무엇보다 깨끗하게 투명하게 일하신 것 같다.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한인회의 일과 방향을 투명하게 운영했다. 다만 안타까웠던 점은 혼자 일하시는 부분이었다.
손 편집장 : 조성건 전 회장님은 코로나 시국에 가장 많이 고생하시고 몸소 헌신하신 것 같다. 뒤를 이어 역임하시는데 부담이 되진 않았는지.
탁 회장 : 한인회장으로 당선 된 뒤 나같이 한인들을 잘 모르고 한인사회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할 수 있겠나 생각하면서 한인회가 더 이상 몇몇 사람들의 고생으로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건 전 회장님은 자신의 생활은 거의 포기하고 일하신 분이다. 저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거 아닌가. 그래서 체계적인 한인회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두 달 가량 전력을 다했다.
손 편집장 : 임원단이 예전보다 많이 증원된 것 같다.
탁 회장 : 한 백번은 고친 것 같다. (웃음) 이사 및 자문단까지 포함해서 50여 명이 넘는다. 이렇게 많아진 것은 솔직히 임원 회비를 받는 부분도 필요했었고, 실제 일할 사람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많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구성해 놓으면 최소한 사람들이 조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인회에 전혀 경험이 없는 가 사심없이 진심으로 한인회를 위한 충정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 집행부 조직의 구성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도리어 새로운 분들이 참여하고 싶어하기도 했다.
손 편집장 : 예전과 달리 한인사회 구성이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
탁 회장 : 현재 홍콩에는 1만 6천여명의 교민들이 거주 중인데 교수 약 200여명, 금융계 약 200여명, 회계사 및 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아지면 최근에는 한인 사회가 매우 젊어졌다고 생각된다. 제가 1995년 홍콩에 처음 나왔을 때는 주재원들이 많고 주도하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손 편집장 : 한인회 역할 중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탁 회장 : 한인회의 주 목적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것과 2세 교육이 가장 크다. 그래서 교육부, 청년부를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인사회와 소통을 잘 하기 위해 언론 역할도 잘 하고 싶다.
75년 전 홍콩 한인들은 2명의 교사와 6명의 학생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홍콩한국국제학교 국제부에 26여개 국적의 884명이, 한국부에는 110명이 재학 중이다. 토요한글학교는 522명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인들의 위치는 홍콩 사회에서 크게 자리 잡았는가 물어보았을 때, 한인들의 목소리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인회가 코리안클럽을 추진 중이지만, 다른 외국인 커뮤니티를 볼 때 대부분 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까지도 다 갖고 있다. 물론 우리가 학교(KIS)를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한인사회가 홍콩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손 편집장 : 한인사회가 더욱 뿌리를 내리고 확장되려면 어떤 방법을 구상하시는지.
탁 회장은 : 한인사회가 한인들만의 모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외곽 조직, 서브 조직을 늘여야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한국를 사랑하는 홍콩인들도 포용해야 한다. 홍콩의 8개 대학 중 6개(홍콩대, 중문대, 시티대, 교육대, 이공대, UOW)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학생들도 관심대상이다. 여러 대학에서 한국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하나의 큰 행사로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각 대학마다 한국어 전공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인회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한국에 관련된 행사 규모가 커지고 한인 문화도 풍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조직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손 편집장 : 말씀대로 한인회가 한인사회 확장을 위해 대학, 교육, 청년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성과가 맺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인 회장으로서의 다짐이나 소감 등 한 말씀 부탁드린다.
탁 회장 : 1995년 1월에 홍콩에 와서 30년 가까이 해외생활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사람들끼리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개인 한명 한명은 매우 스마트한데 뭉쳐 있으면 잡음이 많더라. 지나친 경쟁이 결국 우리를 스스로 망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까운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같은 업종간에 같은 물건이라면 가격을 동결하지 혼자 매출을 올리려고 후려치는 일은 없다.
처음 한인 회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1차적으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한인 사회와는 무관심하게 살앙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60년 넘게 살면서 제2의 인생을 고민하고 앞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이왕 한다면 잘해보자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다. 지금까지 잘 해오신 선대 회장님들의 업무를 계승하고 한인들이 서로간에 격려하고 도와주는 그런 역할, 나보다 상대방이 더 잘 되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노력해보고 싶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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