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광저우 백운공항에서 발생한 대규모 마약 밀반입 사건으로 광저우 전역 한인들이 충격에 빠졌었다. 한인 야구동우회 연합팀 30여명중 14명이 36kg 규모의 마약 운반혐의로 광저우발 호주행 비행기 안에서 긴급체포됐다.
이틀간 철야조사와 4주간의 구치소 생활끝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중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홍콩 교민 3명은 약 7개월의 시간을 낯선 땅에서 보내야만 했다.
결국 무혐의로 12명이 풀려나 전기범 씨를 포함한 홍콩 교민 3명은 8월 말에야 홍콩 집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2명은 불구속 상태로 계속 수사 중이다. 야구 원정경기에 참석하려다 ‘지옥문 앞까지 다녀온’ 전기범 씨를 만났다.
► 인터뷰 결심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떤 용기로 마음 먹으셨는지.
소명하는 것이 인터뷰 목적이다. 이제 잃을 게 없다. (홍콩에서) 12년 살면서 집 사고, 차 사고, 직장도, 급여도 괜찮았고. 그런 홍콩중산층 생활을 4년여 누렸는데… 지금은 다 잃어 버렸다. 제로. 통장에 제로다. 지금까지 카드로 버텼다. 8월까지 못왔으면 파산이었다. 내 얼굴이나 실명이 나가더라도 거리낄 것이 없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지만 최소한 지금은 소명의 기회를 갖고 싶다. 다만 팀원들을 생각 적절한 선에서 이야기 하고 싶다.
► 호주 야구팀과 어떻게 알게됐나
작년 12월 사건이 발생하기 전 광동성 한인야구연합팀과 호주 야구팀의 친선교류전은 이미 3차례나 있었다.
2014년 2월경에 (홍콩팀을 제외한) 광동성 연합팀이 1차 친선경기로 호주에 다녀왔다. 약 20명 정도. 2차, 3차 친선경기는 호주의 팀이 심천으로 날라왔다. 호주팀을 처음 본 것은 8월에 열린 3차 경기였다. 사건이 발생한 12월에는 4차였다. 광동성연합야구팀은 광저우 3개, 심천 1개, 홍콩 1개 총 5개 한국야구팀이 선수를 구성했다.
호주에서도 두번이나 원정을 왔었기에 광동성 입장에서는 두번째로 호주를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 모든 교류전을 호주의 한인 독지가라고 하는 A가 항공편과 호텔비용까지 모두 부담했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A는 심천과 광저우에 각각 거주하는 야구동우회 임원 B와 C에게 향응과 용돈을 수차례 제공하며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 호주에 가는 모든 비용이 완전 무료였나
완전 무료는 아니다. 광동성 연합팀을 준비하는 B와 C는 이번에는 홍콩팀에도 함께 가자며 참가비를 요구했다. 단체유니폼, 선물비용 용도로 홍콩팀 4명이 참가자 1인당 2000위엔씩 요구해서 흔쾌히 냈다.
► 문제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었나
출발전 공항에서 나눠들게된 가방을 열어보니 U자형으로 된 마사지 패드 1개, 셋탑박스 1개, 술병 1개, 그리고 짝퉁 가방 1개가 있었다. 흔히 중국에서 선물용으로 사갈 수 있는 형태였기에 자세히 보지 않았다.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U자형 마사지 패드를 칼로 찢어보니 손가락 두마디만한 진공포장된 얼음형태의 마약 14개가 우루루 떨어졌다.
술병은 뚜껑을 여니 액체가 나오던데 필로폰을 녹일 용액인 것 같았다. 술병을 깨니 주먹만한 얼음 덩어리 같은 마약이 나왔다. 셋탑박스 속에는 가짜회로만 있고 어묵봉지 형태의 마약 한봉지가 있었다. 한 셋트(가방)당 약 2.5kg, 14개 가방, 총 약 36kg이 나왔다.
► A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을 운반할 계획을 가졌을까. (전씨는 수사과정에서 A씨가 이미 1차, 2차, 3차 교류전 때 중국산 선물을 가져간 것을 들었다고 한다. 전 씨는 그 선물을 마약이라고 추측했다.)
(호주로 갔던) 1차 (친선교류전) 때도 선물을 개인 여행가방에 넣어 가졌다고 한다. 소량으로. 간을 본거다. (호주팀이 원정왔던) 2차, 3차에도 (문제의 가방 내용과) 동일한 물건들을 소량으로 가지고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까지 아무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 4차에 크게 터뜨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식으로 1년 넘게 사전조사와 테스트하는 장기적인 플랜이 깔려 있었다. A는 자기만의 인맥으로 마약이 든 가방을 다 준비해 놓고 B와 C에게 맡긴 후 호주로 먼저 돌아갔다. B와 C는 출발 당일날 백운공항에서 선수단들에게 1개씩 나눠 들게 했다. 30인중 14명이 무작위로 문제의 여행가방을 나눠들게 됐고 B의 여행가방 2개에도 문제의 제품이 들어있던 걸로 들었다. 그런 수차례의 정황으로 봐서 두명이 지금까지도 주장하는 몰랐다'는 말을 신뢰할 수가 없다
► 경찰조사에서 B와 C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마약 거래 자체가 현금 거래다. 경찰이 6개월동안 계좌와 전화 통화내역 등을 모두 조사했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 조사까지 갔지만 거기서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14명 중에서 12명은 보석 해제, 무죄 석방 조치하고 나머지 두명에 대해서만 계속 불구속 수사중이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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