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끈 홍콩의 화교 자본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끈 홍콩의 화교 자본



경제 특구 40주년, 시진핑 주석의 션젼 방문

10월 14일 시진핑 주석이 션젼을 방문하였다. 중국 개혁 개방의 성공적 본보기인 션젼의 경제 특구 지정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작은 어촌이었던 션젼은 이제 제조업의 중심축이자 금융 중심지가 되었다. 

또한 션젼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그룹 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88년 션젼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두 젊은이 마화텅과 장즈동이 설립한 IT 거인 텐센트 본사도 션젼에 있다. 

션젼은 개방의 선봉에 선 경제 특구로 지정된 이래 고속 성장을 구가하였고 2018년에는 GDP 2조 8천 4백억 홍콩 달러를 기록, 홍콩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션젼의 성공을 이끈, 더 나아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끈 요소로 홍콩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4,000만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와 10년간의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린70년대말 중국 경제는 외부의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때 정치적 역경을 딛고 부활한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과감한 개혁 개방 정책을 취하게 된다. 



션젼, 주하이, 샨터우, 샤먼이 중국 최초의 경제 특구가 된 이유

중국 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한 개방 정책의 첫 걸음으로서 네 곳의 경제 특구가 지정된다. 1980년, 처음으로 대외에 개방한 중국의 경제 특구는 어디일까? 바로 션젼, 주하이, 샨터우, 그리고 샤먼이다. 세 곳은 광동성에, 샤먼은 광동성 위의 푸지엔성에 속해 있다. 

그럼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이 네 곳의 남부 연안 도시가 특구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지도부는 경제 재건이라는 지상 과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기술력과 생산력, 정보등이 부재한 상태에서 갖고 있는 것은 노동력과 자원 밖에 없었던 중국으로서는 결국 해외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해외의 어떤 기업들이 선뜻 이 낙후되고 불안한 공산 국가에 투자를 할 것인가? 아마 누군가가 나서서 투자를 하여 이것이 성공적으로 돌아가면 이후에 너도 나도 중국에 들어오려 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해외 화교였고 중국 지도부는 화교들이 갖고 있던 경제력과 자본에 주목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화교란 넓은 의미로 중국 본토 밖에 나가 있는 중국인 동포를 말한다. 즉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폴,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포함된다. 그리하여 홍콩에 인근한 션젼, 마카오에 연결되어 있는 주하이, 대만의 바다 건너에 위치한 샤먼, 200만이 넘는 화교들의 고향 샨터우 이렇게 4곳이 개방 경제 특구로 지정된 것이다. 



성공적인 개혁 개방을 이끈 홍콩 자본의 활발한 투자

이중 홍콩 기업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홍콩이 앞장서 활발하게 투자를 이끈 90년대 중반, 중국내에서 이루어진 해외 직접 투자 중 홍콩이 차지하는 비율이 93년 63%, 94년 58%, 95년 53%로 앞도적 1위를 기록한다. 

그 다음은 대만, 일본, 미국, 유럽, 아세안 국가들이다. 2위 대만은 10% 정도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10% 이하로서 홍콩과 큰 격차를 보인다. 

홍콩은 특히 중국 경제 성장의 좋은 파트너로서 자본 투자 외에도 경영, 마케팅, 정보, 서비스등에 있어 많은 노하우들을 전수하였다. 

홍콩의 경제인들이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덩샤오핑, 후야오방등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이들에게 간곡히, 진심어린 도움을 요청하곤 하였다. 그리고 실재 투자가 이루어지면 낮은 세금 및 여러 우대 조치로 보답하였다. 

홍콩의 기업인들도 좁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대륙이라는 잠재력 풍부한 투자 시장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의 저렴한 노동력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투자가 활발하던 90년대, 홍콩 기업은 중국내에서 천 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었는데 이는 홍콩내 고용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홍콩 거주민 대다수의 뿌리는 광동 지역으로 홍콩 투자의 약 75%는 션젼을 포함한 광동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고용된 대륙의 노동자들은 향상된 생활 수준을 바탕으로 중국 내수의 소비자로서 경제에 이바지하게 된다.

홍콩은 또한 원료를 수입하여 가공 후 재수출하는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생산은 주로 인근의 션젼, 동관등 광동 지역에서 담당하였다. 그리고 가공된 제품들은 홍콩의 마케팅 채널을 이용해 해외로 수출되었다. 

홍콩이 중국에 투자한 산업 형태를 보면 금융, 호텔, 부동산등 서비스업 기반의 3차 산업 외에도 섬유, 화학 제품등 제조 산업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986~1995년 홍콩의 최대 투자 산업은 섬유로서 전체 산업 중 14.9%를 차지하였다.

 
홍콩을 넘어선 션젼의 경제 규모

화교 자본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중국내의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거대한 시장, 동일한 언어 및 문화적 배경, 지리적 인근성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 최대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홍콩이 있었다. 

제 2의 홍콩으로 만들기 위해 40년전 계획 도시로 개발된 경제 특구가 션젼이다. 이런 션젼의 경제 규모가 오늘날 홍콩을 넘어섰다는 뉴스는 우리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