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염정공서(ICAC:반부패조사국)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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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염정공서(ICAC:반부패조사국)를 아십니까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 – 공수처 도입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정치 관련 보도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수처 도입이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의 줄임말이다. 여권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야권은 집권 세력 비호를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도입 반대 입장에 서 있다. 

2019년 국회에서 공수처 도입을 위해 발의된 내용을 보면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 실제 이런 취지와 기조로 설치된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은 공직자 비위 근절과 함께 국가적 반부패 풍토 조성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이라며 공수처의 롤모델로 홍콩의 염정공서를 언급하였다. 

염정공서는 한자로 ‘廉政公署’, 영어로는 ‘ICAC’(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이니 반부패 독립조사국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그럼 염정공서란 어떤 기관인지 알아보기 위해 탄생 배경부터 살펴보자.

홍콩 염정공서의 탄생 배경
 

인구가 급증하고 경제적 성장을 구가하던 60~70년대의 홍콩은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중 심각했던 것은 공직 사회를 포함해 곳곳에 만연된 부패 및 비리였다. 

노점상은 매일 순경에게 ‘찻값’이라며 몇 푼을 찔러 줬다. 공립병원에 입원했을 때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해주는 아주머니에게 ‘팁’을 주지 않으면 그 환자는 방치되었다. 거의 모든 공영부문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홍콩 경찰의 부정부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찰이 불법 도박장, 매춘업소, 마약 밀매업자 등을 소탕하는 것은 범죄를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검은 돈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경찰들은 악당들로부터 돈을 건네 받으면 일정 기간 이들의 영업을 눈 감아 주었다. 이 어둠의 세력들은 경찰이 상사에게 제시할 업적까지도 마련해주었다. 악당들은 자기 부하 중에서 감옥에 갈 사람을 경찰에 제공하고 증거까지 챙겨서 건넸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민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갔고 결국 이것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1973년, 영국 출신 경찰 고위 간부인 피터 고드버가 부정 축재로 의심되는 430만 홍콩 달러에 달하는 재산에 대해 경위 보고 압박을 받자 영국으로 도피하게 된다. 

빅토리아 파크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고 시민들은 ‘반부패, 고드버 소환’의 현수막을 써서 시위에 나섰다. 이를 통해 부패가 만연한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게 된다. 홍콩 정부는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염정공서이다. 



염정공서의 역할

염정공서는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1974년 2월에 출범하였다. 이 독립 기구는 크게 세 개의 부서로 나누어져있다. 부패 처벌 집행부, 부패 방지부,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 관계부이다. 

부패 처벌 집행부는 공공기관 및 기업의 부패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투서에 의해 조사가 시작된다. 부패 방지부는 현행법과 제도, 업무 수행 중 부패가 일어날 만한 구멍이 없는지를 들여다본다. 사회 관계부는 부패의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서 교육등을 통해 공직자와 시민들이 바른 길로 향할 것을 인도한다. 

염정공서는 독립된 기구로서 정부의 어느 행정 부문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염정공서의 최고 책임자는 홍콩의 행정장관이 임명한다. 또한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닌 채용을 통해 모집이 된다. 예산도 독립적으로 따로 편성되며 어떤 정부 기관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만약 염정공서의 직원들이 부패에 연루된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감독 부서가 설립되어 있다. L부서라고 하여 염정공서의 본사가 있는 노스포인트 빌딩 안에 있지 않으며 어디에 있고 누가 소속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염정공서 식구들은 알지 못한다.  


염정공서의 성과

결론적으로 부패를 없애기 위한 염정공서의 역할은 매우 컸다. 이 독립 기구가 처음 설립된 당시 경찰과의 크고 작은 충돌이 이루어지면서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홍콩은 우리가 알듯이 세계에서 가장 첨령한 국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2012년 발표한 세계 청렴도 순위에서 홍콩은 싱가폴 다음으로 아시아 2위를 기록했다. 

염정공서가 설립된 이래 총 7만건이 넘는 사안에 조사가 이루어져왔다. 염정공서 설립의 촉매제가 되었던 인물인 피터 고드버도 1974년 홍콩에 소환되어 4년간 옥살이를 했다. 2017년, 선홍카이 그룹과 비리 연루건으로 전 행정장관인 도날드 짱을 감옥에 보낸 것도 염정공서의 역할이 컸다. 통계적으로 홍콩 사람들이 염정공서에 보내는 신뢰도는 90% 정도로 매우 높다. 


태생적 배경이 다른 공수처와 염정공서 

앞에서 한국 공수처의 롤모델로 염정공서를 언급했으나 두 기관의 탄생 배경은 사뭇 다르다. 공수처 도입은 검찰 권력 견제를 위한 필요성으로 대두되었고 염정공서는 공직자 및 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출범되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고위 공직자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염정공서는 사회 전반의 비리를 다루고 있다. 또한 기소권이 있는 공수처와 달리 염정공서는 기소권이 없다. 따라서 두 기관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어째든 부패 사회 홍콩을 청렴한 국제 도시로 만드는데 공헌한 염정공서에 대한 평가가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문헌: 《香港文化導論》, 王國華主編, 中華書局, 2014
               《13·67》, 찬호께이, 한스미디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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