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박사의 교육칼럼] 달려갈 길을 다 달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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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박사의 교육칼럼] 달려갈 길을 다 달려가야 한다

3학년 학기말 성적 D, F가 뜨면 
합격 대학 취소 가능성

무너진 국내고 3학년 교실, 한국의 미래가 없다 



성경 디모데오 후서에 보면 사도 바울이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음으로..”라는 말이 있다. 

이 이야기는 바울이 로마에서 처형당하기 이전 신앙을 고백하는 장면이지만 필자는 종종 대학입시에 이 말을 인용한다. 

어렵게 미국 명문 대학에 합격했는데 어느 날 한 학생에게 대학에서 한 통의 메일이 날라왔다. 합격을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얼마전 일인데 그 대학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면 학생이나 그 부모는 얼마나 황당할까? 이는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실제로 매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금년 대학입시에도 이런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최근 몇 명의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국내고) 3학년 학기말 시험을 망쳤는데 대학 합격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에게 서다.

국내 3학년들은 이미 졸업을 했고, 해외고 12학년들은 마지막 학기가 진행중이다. 미국 대학들은 합격한 학생에게 마지막 최종 성적표를 받는다. 학생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가 판단을 한다. 만일 학기말 성적표가 심각한 상태라면 합격은 취소될 수 있다.

국내고를 지난 2월에 졸업한 A 군은 수능을 보지 않았고 미국 명문 주립대학에 지원을 해 여러 대학에서 합격을 받았다.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는 다른 학생들보다 잘했다. 

이런 영어의 장점을 이용해 미국 주립대학에 지원을 했다. 다행히 금년에 SAT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옵셔널이라서 어려움이 없었다. 합격을 했지만 문제는 3학년 학기말 성적이다. 

A 군은 국내 대학에 지원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3학년 2학기 성적이 엉망이 됐다. 한국의 고3 교실이 무너졌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고3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지도 않고, 3학년 학생들은 교실에서 잠을 자거나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한다. A 군은 이런 '놀자판' 분위기에 편승하여 3학년 2학기 학기말 고사를 엉망으로 봤다. 

자신 있는 영어를 제외하고 국어, 수학 등 기타 과목에서 E를 받았다. E는 곧 F다. F 학점이 여러 과목에서 떴다. 이 사실을 안 A 군의 어머니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하소연의 상담 요청 전화가 왔다.

B 군은 국내 자사고 학생이다. 그도 역시 여러 명문 주립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3학년 학기말 성적표를 합격한 대학에 보내는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학기말 성적표를 보게 됐다. 

이 학생 역시 여러 과목에서 성취도 D, E를 받았다. 무려 성적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미 아이의 누나를 미국 대학에 보낸 경험이 있는 B 군의 부모는 이 상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조언을 구했다.

우리 속담에 "후회는 아무리 일찍 해도 늦는다"라는 말이 있다.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학생의 경우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은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처분을 하늘에 맡길 수 밖에..
문제는 아이에게도 있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대한민국의 교육에 문제에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서 지원한 국내 대학에 합격을 해 놓으면 마지막 학기는 아무리 엉망으로 해도 괜찮다. 

국내 대학들은 학생의 3학년 성적표를 보지 않는다. 이미 합격한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 대학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다. 이게 대한민국의 교육이다. 이게 고3 교실이다. 

결승점 마지막까지 다 달려가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고 엉망인 생활을 해도 대학에 가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로 서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달려갈 길을 다 달려가야 영광의 면류관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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