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홍콩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무엇보다 한류로 인해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관광과 쇼핑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 및 뮤지컬 등을 보러 한국을 찾는다.
필자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홍콩대학교 전업진수학원(HKU SPACE)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씩 고급반 학생들에게 발표 과제가 주어진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발표 주제 중 하나는 ‘한국 혹은 홍콩의 관광 개선 사항’이다. 이들이 한국 여행 중 느꼈던 불편한 점들은 무엇일까? 그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사항들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1.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오르는 지하철 계단
한국 사람들은 나름 편리하고 깨끗하다고 자부심을 갖는 서울의 지하철에 대해 홍콩 여행객들이 받은 인상은 달랐다. 그 이유는 바로 무수히 많은 돌계단과 불편한 환승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특히 무거운 짐가방을 든 여행객들에게 끝없이 뻗어 있는 돌계단은 공포 그 자체이다. 걷고 또 걸어야 하는 환승 구간도 이들에게는 불편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발표 때마다 귀가 따갑게 듣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그것은 홍콩의 지하철 시설이 너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느끼는 상대적 비교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한국 사람들이 평소에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라에서 운동시키는 겁니다!”
사실 필자도 한국에서 지낼 때는 지하철의 계단이 불편한 줄 몰랐다. 그런데 홍콩에 살아 보니 곳곳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짧은 환승 구간으로 인해 이곳 사람들이 한국 지하철에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 쓰레기통은 도대체 어디에 있냐구요ㅠㅠ
여행객들은 길거리에서 간식이나 분식 거리를 먹고 나면 이내 곤욕을 치른다. 휴지통을 찾지 못해 쓰레기를 계속 들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의 삼다도가 ‘돌, 바람, 여자(최근에는 중국인)’라면 필자는 ‘세븐 일레븐, 쓰레기통, 노인’이 홍콩의 삼다도라고 말하곤 한다. 홍콩에서는 어딜 가나 눈에 잘 띄는 휴지통 덕분에 쓰레기를 버릴 때면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서울시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한 후 사람들이 집밖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현상이 증가하자 시내의 휴지통을 줄여 버렸다. 그리하여 1995년 7607개에 달하는 쓰레기통은 2007년 3707개까지 감소하였다.
그러다 작년, 쓰레기통 부족으로 인한 민원 증가로 서울시는 시내의 쓰레기통을 25년 수준인 7597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시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3. 혼자서 2인분을 먹으라구요?!
여행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떠나곤 하지만 혼자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홀로 식당을 찾을 때면 겪는 문제가 있다. 불고기, 부대찌개등 반드시 2인분으로 주문을 해야 하는 음식들이다.
이 음식을 먹고 싶어 찾아 왔는데 말이다. 이로 인해 아쉽게도 주문을 포기한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혼자서도 즐길 수 있게 1인분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해 달라고 호소한다.
4. 한국어만 있는 메뉴판 - 15분 동안 돌리는 번역기
홍콩에 살다 한국을 가 보면 우리 나라의 국제화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더디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식당이나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한국어로만 표시되어 있는 문제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시내를 다녀 보면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음에도 대중 식당은 한국인 손님만 고집하는 듯 하다. 음식 이름이 오직 한국어로만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한 홍콩 학생은 친구와 한국 식당에서 15분간 번역기를 돌려야 했던 일화를 들려 주었다. 영어로 된 설명이나 사진이 있다면 외국인들도 쉽게 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조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고, 구글 맵을 사용하기 어려운 점, 택시 기사의 불친절함이나 바가지 요금, 겨울에도 식당에서 찬물을 주는 서비스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또한 길거리에서 부딪치면 미안하다는 소리 없이 그냥 가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종종 들려온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한번은 필자의 한국어 수업 시간에 젊은 여자 수강생이 목발을 짚고 교실에 들어왔다. 부산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물어 보니 부산 여행시 계단을 내려올 때 어떤 아주머니가 밀어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쳤다는 것이었다.
그 수강생은 수업 때마다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결국 한 학기를 끝까지 완주하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왔던 것은 다리가 낫자마자 그녀가 다시 찾은 곳이 부산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주머니를 찾아 복수하고자 함이 아니었다)
위에서 언급된 지적들은 비단 홍콩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 사항이라 생각된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예전처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이다. 국가 및 개인 사업체 모두 외국인들의 불편 사항에 귀 기울여 다시 맞을 관광 대목을 위해 점검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