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홍콩 생활의 장점 10가지를 나열해 봤다. 오늘은 홍콩 이주를 주저하게 만드는 단점들을 알아 본다.
1. 비싸고 좁은 집
홍콩은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홍콩 생활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주재원으로서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고 한국에서와 같은 평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처음 홍콩의 집값을 접한 사람치고 까무러치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예전 칼럼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홍콩의 평균 집값은 2020년 기준 972만 홍콩달러(한화 약14억원)로 세계 1위이다.
이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평균 면적은 642스퀘어피트이며 평수로 환산하면 18평이 채 되지 않는다. 임대의 경우 3인 이상 가족이 최소 642 스퀘어피트 혹은 그 이상의 평수에서 거주하려면 월세는 2만 홍콩달러(한화 280만원)를 상회한다.
2. 덥고, 습하고, 긴 여름 날씨
지난주 칼럼에서 홍콩 생활의 장점 중 하나로 따뜻한 겨울 날씨를 언급했었다. 하지만 홍콩의 여름에 대해 논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고 길다. 사실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날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견디기 힘든 무더움을 선사한다. 홍콩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작년 6~8월의 평균 기온이 32.6도로 홍콩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고 한다. 우기인 2~3월의 날씨 또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고 답답하게 한다.
3. 비싸고 불편한 의료
홍콩의 의료 시설은 크게 국립 병원과 사립 병원으로 나뉜다. 국립 병원은 저렴하지만 오래 기다려야 하고, 사립 병원은 접근성이 좋지만 비싸다.
홍콩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립 병원의 경우 간단한 진료만 받아도 한국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예전에 필자는 가벼운 피부 질환으로 약 5~10분 정도 진료를 받고 연고를 하나 얻어왔는데, 800홍콩달러(한화 약 11만 4천원)를 낸 적이 있다. 치과의 경우도 비용과 시설면에서 한국과 비교가 안된다.
4. 빽빽한 공간, 높은 인구 밀도
홍콩은 주변이 바다로 둘러쌓인 도시이다. 아름다운 야경과 매력적인 도시의 모습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막상 살아 보면 좁고 답답하다.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와 빌딩들이 시야를 가로막으며 빽빽히 들어서 있다. 또한 길은 비좁고 사람은 너무 많다. 홍콩의 인구 밀도는 마카오, 모나코, 싱가폴에 이어 세계 4위이다.
5.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
전 세계 133개 도시의 물가를 비교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은 2019년 기준,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로 싱가포르, 프랑스 파리와 함께 홍콩을 공동 1위에 올려 놓았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한국보다 살짝 높은 느낌이다. 식비도 비싸고 특히 수리비라든가 미용실 등 손이 많이 가는 인건비가 높다. 살인적인 집값과 더불어 홍콩에서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6. 냉장고 같은 에어컨
여기서 비유한 ‘냉장고’는 부정적인 의미다. 홍콩은 역설적이게도 외부는 덥지만 실내는 추운 곳이다. 이는 많은 여행객이나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부분으로, 홍콩 사람들은 냉방중독증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관 등 실내에 오래 있게 된다면 얇은 겉옷을 따로 챙겨야 한다. 2016년, 환경단체인 그린센스에서 7~8월에 걸쳐 주요 쇼핑몰의 실내 온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결과는 10곳 중 9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환경국이 규정한 적정 실내 온도 24~26도를 대부분 밑돌았던 것이다.
7. 경력 단절
사실 이 부분은 홍콩 뿐만 아니라 해외 생활의 경우 감수해야 하는 문제다.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홍콩에 발령을 받게 되면 반가움보다는 가정에 큰 고민거리가 안겨진다. 휴직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홍콩 생활이 너무 길어져 휴직 연장이 어렵게 되자 아쉽게도 복직을 포기한 사례를 본 적도 있다. 또 우리 학원 수강생 중 주재원 남편을 따라온 한 여성분은 복직을 위해 어쩔수 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남겨둔 채 홀로 귀국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8. 학원이 많지 않다
홍콩에 국제학교가 많아 좋은 교육 환경을 기대하고 오지만 막상 주변에 마땅한 학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처럼 학원 버스가 집까지 학생들을 바래다 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일단 선택지가 많지 않다.
필자는 홍콩을 ‘학원의 무덤’이라고 표현한다. 한국 학원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이유는 15,000명 정도의 교민(2017년 한국 영사관 기준)이 거주하여 그 숫자도 많지 않고 이들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다 보니 학원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부활절 방학, 여름방학, 설 방학 등 1년의 반은 방학인데 이때마다 많은 교민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도 학원 운영을 어렵게 한다. 필자는 오늘도 사투 중이다.
지난 칼럼에서 장점을 열 가지로 언급한 것에 비해 단점은 여덟 가지 정도로 정리해 봤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래도 홍콩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도시인 것 같다. 우리 교민들의 행복한 홍콩 생활을 기원하며 이주를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오늘의 칼럼이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