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중화권과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가장 큰 전통 명절 중 하나이다. 추석을 중추절(中秋節: 광동어 발음 ‘쭝차우짓’)이라 부르는 홍콩 역시 이날은 중요한 명절이며 다음 날 하루는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추석 당일 직장인들은 일찍 귀가하고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밤 늦게까지 명절을 즐긴다.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홍콩인들은 이 전통 명절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달 감상
달을 감상하며 월병을 먹는 일은 중화권 사람들이 추석 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우리 나라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지만 홍콩에서는 사람들이 달을 향해 소원 성취를 기도하지는 않는다.
(하긴 한국도 지금은 이런 풍경을 많이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예전 역사를 보면 중국도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달을 향해 가족의 안녕과 복을 빌곤 하였다.
추석의 유래에 관한 전설 중에 창어(嫦娥) 설화는 중화권에서 유명하다.
창어는 남편이 얻어 온 불사약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삼켜버렸는데 몸이 공중에 뜨면서 달나라로 가게 된다. 아내를 그리워하던 남편 허우이는 음력 8월 15일에 유난히 달이 밝은 데다가 창어 모습으로 보이는 달속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매년 이때 제사를 지낸다.
백성들도 이를 보고 함께 제사를 지내면서 추석을 기리기 시작했다는 전설이다. 중국은 야심차게 추진한 달 탐사 우주선에 창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2. 월병 먹기
월병은 둥근 달을 상징한다. 추석날 가족의 수만큼 잘라서 한 조각씩 나눠 먹는다. 그 자리에 없는 식구가 있어도 그의 몫을 잘라 남겨 둔 후 나중에라도 맛 보게함으로써 추석이 갖는 가족간의 단합과 화목함을 표현한다.
월병은 중국의 넓은 땅덩어리만큼 종류도 다양하여 베이징식, 광동식, 쑤저우식, 윈난/꾸이저우식, 챠오져우식, 타이완식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너나 없이 주고 받는 월병이 사실 홍콩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명절이니 선물은 하지만 공급 과잉으로 버려지는 월병 또한 상당하다. 더구나 밥 네 공기에 맞먹는 월병 한 개의 높은 칼로리는 마냥 명절 음식이라 즐기기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추석과 월병이 연관성을 갖게 된 것은 명나라 황제 주원장으로부터 기원되었다는 설이 있다. 몽고가 지배하던 원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주원장은 세력을 규합하여 몰래 연락을 취한다. 이때 ‘음력 8월 15일 밤에 봉기한다’는 메세지를 월병 안에 숨겨 전달하였다.
이 비밀 작전은 성공하였고 주원장은 명나라의 황제에 등극한다. 이후 그는 추석을 백성과 함께 즐기도록 하는 한편 원나라를 무너뜨리는데 공헌한 월병을 신하들에게 선물하였는데, 이는 곧 민간에도 퍼지게 되었다는 유래이다.
3. 연등 행사
홍콩에서 추석 때마다 볼 수 있는 연등은 달빛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이날의 주인공인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내면 가족과 함께 여러가지 모양의 연등을 들고 나와 추석의 분위기를 즐긴다.
또한 정부에서는 매년 코스웨이 베이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연등 행사도 연다. 필자도 홍콩 생활 초창기에 가족과 방문하여 사진도 많이 찍었던 기억이 있다. 이곳에 가면 홍콩의 추석 분위기를 물씬 늘낄 수 있다.
최근 들어 타이오에서 열리는 연등 행사도 인기가 많다. 타이오는 수상 마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추석 때가 되면 이곳에서는 연등 제작 프로그램 및 연등 시장, 문화 체험관 등이 문을 연다. 8월에 열리는 행사는 3개월간 이어진다. 마을 곳곳에 켜진 연등 행렬은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4. 드래곤 파이어 페스티벌
드래곤 파이어 페스티벌은 가장 전통적인 색채가 짙은 홍콩의 추석 행사이다. 2011년 중국 중앙 정부에 의해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두 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코스웨이 베이의 따이항과 폭푸람으로 모두 홍콩섬에 위치해 있다. 특히 따이항에서는 음력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열린다.
따이항 축제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용의 길이는 약 70여 미터에 달하며 몸 전체에는 장수를 비는 향들이 불을 머금은 채 가득 꽂혀있다. 300명이 달라 붙어 춤추는 용의 모습을 연출하는 장관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5. 포멜로 먹기
월병 외에도 포멜로는 추석 때 빠질 수 없는 명절 과일이다. 포멜로는 현지인들이 광동어로 록야우(碌柚)라고 부른다. 둥근 모양이 가족의 화합을 상징하기도 하며 특히 포멜로의 새콤달콤함은 월병으로 느끼해진 입맛을 가시게 한다.
영양학적 가치도 풍부한데, 포멜로 100g에는 성인이 1일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 C가 101%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현지인들은 추석 때 포멜로를 먹고 난 후 이를 이용하여 연등을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올해도 작년에 이어 고국에 가서 추석을 보내기 힘들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이국에서 맞이하는 명절이 우리 교민들에게 뜻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자료:
https://hk.news.yahoo.com/中秋好去處-由來-習俗-舞火龍-花燈-0726104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