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의 IT칼럼] 홍콩에서 스타트업 하기 1부 - 한국에 본사를 둔 홍콩 지사 스타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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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의 IT칼럼] 홍콩에서 스타트업 하기 1부 - 한국에 본사를 둔 홍콩 지사 스타트업 이야기


홍콩에서 다음 3가지 스타트업 경험을 칼럼 형식으로 3부작으로 풀어볼 예정입니다.


1부 - 한국에 본사를 둔 홍콩 지사 스타트업 이야기

2부 - 홍콩인들로 이루어진 로컬 스타트업 이야기

3부 - 한국인으로 홍콩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2018년 가을 즈음, 홍콩에 와서 한국 어카운트 에이전시랑 계약을 하면서 들은 얘기가 있다. 홍콩에서 IT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분을 받은 것도 참 오랜만이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지금까지 관리하고 계신 한국 스타트업 중에 홍콩에서 성공한 회사들은 몇이나 됐나요.라고 물으니 솔직하게 말하면 없다고 했다.

 

유통이나 무역 쪽 회사들은 잘된 케이스들이 많은데 IT 쪽은 기억이 나질 않는 거 보니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대답을 해줬다. 이제 첫 케이스가 나오겠네요. 그 당시만 해도 한국 본사와 싱가포르 지사에서 성공적인 케이스를 만들고 홍콩에 온터라 자신감이 상당히 있었다.


<시작>


시작은 순조로웠다. 본사에서 정부과제로 지원받으면서 하는 사업이 하나 있었는데, 해외 진출을 할 시 2천만 원 정도 지사 설립 지원금이 함께 나왔다. 버젯(예산)을 채우지 못하면 나머지 돈은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어카운트 에이전시 계약 시 보통 1년으로 하는데 2년으로 늘려서 한 번에 일시불로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홍콩 회사 설립은 에이전시를 통해 하니 매우 순조롭고 빨랐다.


그리고 은행계좌를 개설해야 했는데, 빠르게 승인받고 하기 위해서는 홍콩에 있는 한국계 은행이 좋다고 하여 모 은행으로 오픈을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솔직히 아직까지 좀 아쉽다. 홍콩의 로컬 은행에 비하여 수수료가 너무 비싸고, 오피스도 하나밖에 없어서 은행업무 처리가 매우 불편하다. 

 

최근에 현지 은행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이사가 필자 포함 3명으로 이루어져 최소 2명이 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본사에 있기 때문에 결국 아직도 한국의 모 은행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회사가 세팅이 됐다. 이제는 사무실과 파트너 그리고 고객이 필요했다. 우선 싱가포르에 있던 파트너들에게 전부 물어서 검증된 파트너들을 홍콩에서 만났다. 그중 한 홍콩 파트너는 나와 우리 솔루션을 보고 너무 감명을 받아 당장 파트너쉽을 맺고 비즈니스를 시작하자고 했다. 본인 사무실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주고, 고객들도 당장 라인업 해서 소개해주겠다면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운이 좋게 사무실, 파트너, 고객이 해결됐다.


<영업>


회사 세팅이 완료된 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애초에 본사와 싱가포르 지사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쇼핑몰 인터랙티브 키오스크 솔루션과 홍콩에서 아트가 인기 있는 것에 착안해 미디어 아트 솔루션, 이 2가지로 영업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변수가 생겼다. 

 

첫 번째 솔루션이 이미 중국 업체들이 홍콩으로 넘어와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품질은 우리보다 좀 떨어져도, 가격이 너무나 저렴했다. 그리고 가격 대비 프로젝트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 두 번째 솔루션인 미디어 아트로 집중하기로 했다. 미디어 아트는 중국 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야였고, 프로젝트 규모가 커서 하나만 성공시켜도 연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두 번의 기회가 찾아왔고, 동시에 두 번의 위기가 왔다.


1) 2018년, 리텅 에비뉴 쇼핑몰에 아름다운 미디어 아트 구조물 계약을 맺었다. 고객사가 우리의 제안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으며, 착공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홍콩에서 역대급 태풍이 연말에 찾아왔다. 잠시 스톱되었고 다시 시작되리라 봤지만 고객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프로젝트를 스톱시켰다. 우리는 고객이 계약을 멈췄기에 소정의 페널티 비용을 받긴 했지만, 전체 프로젝트 자체가 캔슬된 건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2) 2019년, 올림피안 시티에 대형 미디어 타워 &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본사, 싱가포르 다 포함시켜도 우리회사의 역대급 계약이었다. 하지만 곧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데모가 급속히 확산되며 많은 홍콩의 쇼핑몰들에도 피해를주기 시작했다. 결국 프로젝트는 연기가 됐고, 취소는 안됐지만 1/10로 축소가 됐다. 고객은 재난적인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했다.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축소돼서 한 행사가 "Think like Leonardo da Vinci" 이벤트였다.


<변화>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안 그래도 악재가 연속으로 와서 쉽지 않던 비즈니스가 코로나로 쇼핑몰들이 위축되면서 우리 솔루션들을 찾는 고개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모든 기회들에 열린 자세로 변화를 시도해봤다.


1) 파트너와의 융합


쇼핑몰 이벤트 에이전시 파트너와 함께 IFC에 최초로 실제 상품이 없는 Digital로만 구성된 Digital Longchamp pop up store를 진행했다.


2) 온라인으로의 확장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IP인 디즈니도 더 이상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을 못해 온라인 디지털 캠페인을 시도하려 했다. Black Widow 오픈일에 맞춰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는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했다.


3) 신규 사업


로컬 스타트업과의 협업 그리고 다양한 공모전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홍콩 정부와의 협업 등 코로나 이후로 기존 사업은 요즘 명함조차 못 내밀고 있다. 새로운 사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변화 중이다.


<생존>


내 파트너는 내게 이런 얘기를 종종 한다. 내가 홍콩에 온 이 3년이 역사상 홍콩의 가장 큰 격변기였다고. 그렇다 난 홍콩 역사의 가장 중요한 지점의 현장에 있다. 이 글을 보시는 홍콩 주민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불안정한 시대에는 기회와 위기가 항상 동시에 찾아온다. 

 

그리고 본사가 한국에 있는 홍콩의 스타트업들에게는 이 시기가 생존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꼭 격변기뿐만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들이 겪는 3년 생존율을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도 3년간 살아남는 스타트업 비율이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론>


1) 한국 또는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솔루션이 홍콩에서도 성공하리란 법은 없다. 홍콩과 가장 경제적으로, 구조적으로 비슷하다는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우리 솔루션도 홍콩에서 타이밍과 여러 변수 덕분에 성공하지 못했다.


2) 홍콩은 굉장히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도시 중에 하나다. 마켓에 맞춰서 스스로 빠르게 변하고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스타트업 정도의 규모로는 한국 본사가 홍콩 시장에 맞춰서 솔루션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홍콩만 놓고 봤을 때는 한국보다 작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3) 홍콩 진출이 중국으로 가는 중요한 브릿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붙어있는 선전과 광저우와도 홍콩은 완전히 구별되며 아직까지 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IT기기들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선전에 많이 있어 조금은 싼 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4) Greater Bay Area라고 광동, 마카오, 홍콩을 잇는 곳을 혁신 사업의 메카로 만들려는 중국의 계획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프로젝트 역시 홍콩과 중국 정부와의 연을 댈 수 없다면 그냥 허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5) 홍콩 정부와의 연을 대기 위해서는 Science Park 또는 Cyberport 이 두 곳에 인큐베이션 형태로 입점을 해서 지원을 받으며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지분의 51프로 이상을 본사가 가지고 있다. 이 구조로는 기본적인 지원자격을 갖출 수 조차 없다.




"초기 들어올 때는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극변 하는 사건들을 경험하며


기존의 IT 솔루션으로는 위에 내린 다섯가지 결론처럼 홍콩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기회들이 있기에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스타트업을경험해보았다. 이이야기는 2부와 3부에서다루도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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