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애프터눈 티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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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애프터눈 티 이야기 - 1

허기를 참지 못했던 한 여인으로부터 유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약 20년 전 홍콩에 왔을 때였다. 

 

지금이야 한국에도 애프터눈 티가 보편적으로 전파되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문화였다. 

 

침사추이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처음 영접한 삼단 트레이는 새로운 음식 문화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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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이 혼재된 홍콩의 경우 애프터눈 티는 영국으로부터 받아들여진 문화이다. 

 

재미있는 것은 차 문화가 17세기경 중국에서 영국으로 수출되었고, 애프터눈 티 문화는 19세기에 영국에서 중화권인 홍콩으로 역수출되었다는 점이다. 

 

차와 관련된 일종의 가공 문화였던 셈이다.  

 

애프터눈 티의 시작은 배고픔을 참지 못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세기 영국인들은 12시 점심 시간 후 오후 8~9시가 되어야 저녁을 먹었다. 

 

때는 바야흐로 1840년대였다. 

 

공작 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 러셀은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하인으로 하여금 종종 버터, 잼, 빵, 케이크를 내오게 하여 차와 함께 즐겼다. 

 

그녀의 개인적 기호와 식습관은 초대된 지인들에 의해 확산되어 나갔고, 영국 황실까지 전파되었다.



로우 티? 하이 티? 애프터눈 티?  


그런데 애프터눈 티를 언급할 때 종종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로우 티(low tea)와 하이 티(high tea)이다. 얼핏 보면 로우 티는 저급, 하이 티는 뭔가 있어 보이고 비싼 느낌이 든다. 

 

하나 여기서 말하는 ‘로우’와 ‘하이’는 저급, 고급이 아닌 테이블의 높이를 말한다. 

 

영국의 황실과 귀족들이 즐기던 티 테이블은 일반적으로 높이가 낮았다. 

 

로우 티는 애프터눈 티의 다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하이 티는 태생이 전혀 다르다. 

 

로우 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갖춰 입은 상류층의 문화였다면, 하이 티는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식사 시간 외에는 계속 일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오후 6시가 되어야 비로소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들은 빵, 치즈, 야채, 고기 등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이때 사용된 식탁은 티 테이블보다 높았고, 이로 인해 하이 티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홍콩식 애프터눈 티


그런데 홍콩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다른 현지식 애프터눈 티가 공존한다. 

 

3시가 넘어가면 차찬텡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메뉴판을 바꾸느라 분주해진다. 

 

한자로는 맨 위에 ‘하오차(下午茶)’라 쓰여 있는데, 애프터눈 티의 중국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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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현지 식당에서 3시 반이면 내놓는 하오차 메뉴인 것이다. 

 

차찬텡의 대표적 애프터눈 티 메뉴는 네모난 버터를 물고 있는 파인애플 번, 혹은 두툼한 프랜치 토스트에 밀크 티가 곁들여진다. 

 

그 외의 현지 식당 애프터눈 티 차림표는 라면, 국수, 햄, 소시지, 계란, 토스트에 밀크티나 커피, 각종 음료들로 구성된다. 

 

가격대 역시 홍콩 달러 30불대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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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점심 시간에 홍콩식 프랜치 토스트가 먹고 싶어 차찬텡에서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애프터눈 티 시간에만 제공된는 말을 듣고 입맛을 다신 적이 있다. 

 

홍콩 차찬텡의 파인애플 번과 프렌치 토스트는 보통 3시 반 이후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만 만나볼 수 있다.   


홍콩식 애프터눈 티는 공장, 신문사, 오피스 빌딩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오후 3시가 되면 직원들은 주머니 돈을 갹출하여 부근 식당에 연락, 간식을 배달시켰다. 

 

주로 샌드위치, 토스트에 밀크티, 레몬티, 커피 등이 배달되었고 사장님들도 인간미를 발휘하며 눈감아 주었다.


이러한 애프터눈 티 문화는 식당에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심과 저녁 시간의 중간을 비우지 않고 계속 식객들을 끌어 모아 영업 활동을 지속시켜 주기 때문이다.



삼단 트레이의 구성, 그리고 먹는 순서


영국식 애프터눈 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층층마다 간식을 담아 나오는 삼단 트레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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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성 및 먹는 순서도 나름 원칙이 있는 것일까?


보통 아래층으로부터 시작하여 위층에서 끝난다. 

 

아래층은 짭짤한 맛, 중간층은 스콘, 위층은 단맛으로 이루어진다. 

 

아래층의 경우 식욕을 돋우는 에피타이저의 기능을 하는 짠맛, 즉 샌드위치나 파이류가 등장한다. 

 

모양은 먹기 쉬운 기다란 사각형의 형태를 띤다. 

 

그리하여 붙은 이름이 핑거 샌드위치. 이중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가 최상급으로 여겨진다. 

 

오이는 온실에서만 재배가 가능하여 상류층 인사들이 주로 즐겼기 때문이다.

 

중간층은 영국의 대표적 베이커리인 스콘이 자리 잡는다. 

 

보통은 손으로 스콘을 둘로 갈라 잼을 바른 후 버터를 입힌다. 

 

나이프로 자를 시에는 칼이 접시에 부딪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식탁 매너이다.

 

위층은 달달이들이 올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종류나 유행하는 디저트들이다. 

 

예를 들면 마카롱, 미니 케이크, 과일 타르트 등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음식의 구성과 배치에 있어 레스토랑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 주 칼럼에서는 홍콩의 유명 애프터눈 티 레스토랑을 몇 곳 추천하고자 한다. 

 

나와 다른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 소개하겠다.

 

 

< 참고 자료 >

https://hkccda.org/2022/04/13/26foodcul1/

https://www.takungpao.com.hk/culture/237140/2019/0305/255741.html

https://www.givegift.com.hk/blog/post/zh/HIGH-TEA--LOW-TEA--MIDDLE-TEA--AFTERNOON-TEA-~299

https://www.hkthebox.com/web/newsDetail/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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