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나도 이제 ‘면잘알’~ 다양한 면 종류를 입맛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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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나도 이제 ‘면잘알’~ 다양한 면 종류를 입맛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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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남기국수(南記粉麵)나 체자이민(車仔麵)은 국수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남기국수는 한국에도 분점을 낼 만큼 인기가 있는 체인점이고, 체자이민은 내 입맛에 맞게 재료를 선택 후 넣어 먹을 수 있는 홍콩의 전통 길거리 국수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수 전문집에서는 한가지 고민거리가 따라 붙는다. 

 

손님들이 면의 재료도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현지인들이야 익숙하겠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다양한 면의 재료를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뭐가 뭐지 혼란스럽다. 

 

그리하여 오늘은 면의 종류를 정리해 보았다. ‘면잘알’이 되어 다양한 국수들을 즐겨 보자.  



미시엔(米線)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의 발길이 잦은 남기 국숫집의 메뉴를 예로 들어 본다. 

 

(표준 중국어 발음으로) 미시엔(米線), 허펀(河紛), 미펀(米粉), 추미엔(粗麵), 요우미엔(幼麵) 등 다섯 종류의 면이 메뉴판에 포진해 있어 주문 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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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시엔이다. 둥글면서 탄성이 높아 육질이 쫄깃하다. 흰색을 띤 면의 표면은 매끄럽고 식감이 부드럽다. 

 

홍콩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운남 국수에 들어가는 바로 그 면이다. 

 

미시엔은 운남성에서 유래되었고 운남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쌀을 주 원료로 만든다. 쌀을 씻은 후 불리고 나서 발효를 시킨다. 

 

찐 후에는 압축과 냉각 등 10여 차례의 가공 과정을 거친다. 수분(국물)을 잘 빨아들이는 특성을 지닌다.



허펀(河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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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의 일종이다. 모양은 칼국수처럼 넓적하지만 쌀로 만든 만큼 식감은 확실히 다르다.


위의 미시엔과 마찬가지로 매끄럽고 쌀 특유의 찰기로 인해 탄성이 있다. 

 

홍콩의 현지 식당에 가 보면 요리 이름에 ‘OO河粉’, 혹은 ‘OOO河’등의 메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모두 허펀이라는 쌀국수 종류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음식명에 왜 강을 의미하는 ‘河’자가 붙은 것일까? 이 면이 탄생한 지명과 관계 있다. 

 

허펀의 기원은 광저우 북부의 샤허전(沙河鎭)이란 곳이다. 

 

허펀의 원래 이름은 ‘샤허펀’인데 지금은 보통 ‘허펀’이라 부른다. 

 

19세기 중엽, 이 지역 사람들은 주변에 위치한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하여 쌀을 빻은 후 여과의 과정을 거쳐 전통 허펀을 만들었다. 

 

이후 약 100여 년의 시간을 거쳐 광동 전역에서 즐기게 되었다.  


나의 경우 허펀은 어묵 국수의 면으로 즐겨 먹는다. 

 

홍콩에는 어묵 국수(魚蛋麵)를 파는 식당들도 꽤 많은데, 일반적으로 면의 종류는 주문하는 사람들이 선택을 한다.



미펀(米粉)

 

위에서 소개한 미시엔, 허펀과 함께 미펀 역시 쌀을 주원료로 한다. 

 

그러고 보니 홍콩에서 즐겨 먹는 중국 음식의 면 종류에는 쌀국수가 꽤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펀은 중국의 동남부 지역, 대만, 동남아 사람들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 면이 가늘고 톡톡 끊기는 특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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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으로는 씽저우차오미(星洲炒米)가 있다. 해석하면 싱가포르식 볶음면 이다. 

 

우리나라의 잡채처럼 여러 야채와 고기가 한데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카레 가루가 살짝 첨가되어 옅은 노란색을 띤다. 

 

남기 국숫집에 가면 미시엔만 찾는 우리와는 달리, 미펀 국수를 주문하여 먹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추미엔(粗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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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粗)’는 ‘거칠다’는 의미를 지닌다. 밀을 빻아 만든 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면이다. 

 

이름처럼 거칠다기보다는 직경이 굵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와 식감이 우동과 매우 비슷하다. 

 

단, 우동이 흰색을 띠는데 반해 추미엔은 노란색과 흰색 두 종류가 있다. 

 

면이 말랑하고 부드럽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상하이 추차오미엔(上海粗炒麵)이다. 

 

추미엔을 먹어본 지 오래되어 어제 점심은 이 요리로 주문했다. 

 

양배추와 돼지고기, 그리고 추미엔에 간장을 넣어 한데 볶아져 나왔다. 

 

국물이 없는 건면인데 겉모습은 자장면과 흡사하다. 하나 맛은 우동볶음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무난한 풍미로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요우미엔(幼麵 / 油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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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한번쯤은 완탕면을 먹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우미엔(幼麵)과는 구면인 셈이다. 쫄깃하고 잘 끊어지지 않는 면발이 특징이다. 

 

색깔은 노란색이며 중국의 일반적인 면보다는 가늘다. 수분 함량이 적어 밀의 풍미가 강하다. 

 

가공하지 않은 생기름과 소금물을 섞어 면을 제조한다. 

 

오늘 점심으로 남기 국숫집에 가서 늘 먹던 미시엔 대신 요우미엔을 넣어 봤다. 

 

오우~ 괜찮은데! 앞으로 미시엔은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으로 주전 자리를 위협받을 듯하다.


같은 발음의 요우미엔(油麵)도 있다(표준 중국어에서 ‘幼’는 성조가 내려가는 제 4성, ‘油’는 올라가는 제2성이다). 가공 후 통풍을 시켜 식힌 기름과 소금물을 섞어 만든다. 

 

역시 노란색에 일반 국수보다 굵은 편이다. 

 

예전에 삼수이포의 유명한 만키(Man Kee) 체자이민을 방문 후 칼럼에 후기를 남긴 적이 있다. 

 

토핑 재료와 면을 선택해야 했는데, 나는 당시 요우미엔(油麵)으로 주문을 하였다. 

 

면의 외관은 추미엔과 비슷하지만, 요우미엔은 이름 그대로 표면에 기름기를 품고 있다.


 가짓수가 다양한 중국 음식은 면의 종류 또한 다채롭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는 법. 이제 새로운 면들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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