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물(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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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홍콩 수도국장이 타이포 앞바다 Plover Cove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하나의 아이디어가 전광석화처럼 스쳐갔다. 이 cove(만)를 양쪽에서 막아버리고 그 속을 온통 담수로 채울 수 있다면 하는 정말 꿈같은 생각을 해냈다. 그러나 결국 이 실현 불가능해 보이던 아이디어가 먹혀들 정도로 물 부족은 심각하였는지 결국 灣의 입구를 양쪽에서 막는 거대한 댐 공사를 착수하게 되어 1968년도에 댐이 완성된다. 댐이 완성된 후 그 속에 있던 바닷물을 퍼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며 또 맑은 물을 계속 집어넣어 과거 바다였던 밑바닥을 헹구어 내야 했기 때문에 대단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주로 심천 東江에서 수도관을 통해 홍콩으로 들어온 물은 지하 수도관을 통해 풀로버 코브 저수지로 흘러가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담수호를 완성 시킨 것이다. 10년 후 그보다는 적지만 비슷한 공법으로 사이쿵의 하이 아이랜드 담수호도 만들어진다. 이제 홍콩은 물 부족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중국의 문화 대혁명 등으로 또 한차례 피난민의 물결이 홍콩을 내습하여 인구는 다시 2배 이상 급증, 현재는 680만의 인구를 갖게되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들어오는 심천의 동강 물과 그물이 플로버 및 하이아이랜드 저수지에 저장시켜 수시로 물을 뽑아 쓰고 있기 때문에 물부족 현상은 크게 심각하지 않게 되었다. 홍콩의 150년 한 많은 물을 실컷 볼 수 있는 트레일이 이번 주 나의 트레일이다. 만성 물 부족의 恨을 풀어준 플로버 코브 저수지를 현지인은 船灣 담수호라고 한다. 이 호수를 일주하는 트레일 이다. 이번 주 트레일은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소요되는 힘든(strennous) 길이다. 그러나 홍콩에 살면서 꼭 한번은 해 봐야 하는 필수 트레일 이다. 우선 트레일을 걷는 사람의 물 부족이 나오지 않기 위해 2리터 이상 물을 준비해야한다. KCR로 타이포 마케트 역까지 나간다. 타이포 마케트 역에서는 일요일(또는 공휴일)에만 신랑탐(bride's pool)이 있는 우커우탕 까지 버스가 있다. 그러나 토요일 경우에는 버스가 "타이메이 둑"까지 만 간다. 타이메이 둑에서 다시 택시를 합승해야 한다. 택시로 우카우탕까지의 호반의 길 드라이브는 20분이 소요된다. 우카우탕에서 등산로 입구를 찾아야 하는데 주차장 한 쪽에서 곧바로 연결된다. 거대한 등산지도가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어 길 찾는데 도움이 된다. 플로버 코브 담수호가 발 아래로 바라다 보이는 거대한 우카우탕의 척추를 타고 간다. 몇 번이고 오르고 내리길 2시간 정도 하면 정말 힘들구나 싶을 정도로 속에서 단내가 난다. 그 아름다운 호수도, 멀리 바라다 보이는 토로 해협의 푸른 바다도 귀찮아질 정도가 된다. 이 때는 충분히 쉬어야한다. 가져온 물을 충분히 마시고 가급적 오렌지를 계속 까서 먹는 것도 좋다. 비닐 병을 아무 데나 던져서는 안되지만 오렌지 껍질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므로 던져도 무방한 것 같다. 멀리 북동쪽으로 미르배이가 바라다 보인다. 앞에는 바다 같은 플로버 코브 호수가 펼쳐지고 뒤로는 호수 같은 미르배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멀리 중국의 산 그림자가 첩첩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호수의 북쪽 산등성이를 타고 토로 해협 쪽으로 나오다 보면 70도의 가파른 비탈길을 만난다.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다시 산을 가파르게 오르면 토로 해협과 평형하여 1시간 정도 둑길 같은 산길을 따라 내려오게 된다. 힘든 코스는 모두 끝나고 이제는 한 팔에 호수를 다른 한 팔에 바다를 안고 걷기만 하면 된다. 소금기 바닷바람과 신선한 호수 바람을 섞어 마시면서 걷는 길이다. 이렇게 이상적인 트레일이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환상적인 길이다. 길은 아쉽게도 다 끝나고 댐이 나온다. 이는 보조 댐으로 주 댐인 플로버 코브 댐까지 갈려면 또 한번 산등성이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산길은 아니고 컨트리 파크 서비스 자동차가 다니기 좋을 정도로 아스팔트 도로다. 주 댐은 2km 이상의 둑길이 연결된다. 이른바 코즈웨이다. 코즈웨이를 따라 나오면 버스 종점이며 택시를 합승한 바 있는 타이메이둑 주차장으로 나온다. 다리가 천근처럼 묵직하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타이포 마케트 역까지 버스가 줄을 서있다. 종점이라서 피곤한 몸을 앉힐 수 있어 좋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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