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쪽에서 사틴 고개를 가기 위해 침사츄이의 버스터미널에서 慈雲山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는 구룡성 근처를 지나 웡따이신을 끼고 산으로 오른다. 구룡에서 제일 큰 도교사원 黃大仙廟는 그 규모가 광주이남에서는 제일 크다고 한다. 본래 중국의 토속 신앙인 道敎는 일종의 그리스 신화처럼 多神敎이라고 하는데, 지방마다 좋아하는 神이 있어 그 神이 효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미친듯이 믿어대는 것이다.
홍콩에서 黃大仙神이 바로 그 예다. 옛날 同名人이 살았다는데 이 분은 생전에 좋은 일도 많이 하신 분으로 他界한 후 그 효험이 널리 알려져 홍콩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사원이라고 한다.
黃大仙廟 원조는 광주시내에 있었다고 하는데 1915년 홍콩의 완차이로 옮겨왔다가 6년 후 1921년 지금의 장소로 널찍하게 자리잡았다고 하는데, 지금의 호화찬란한 건물은 1978년에 건립되었다.
홍콩근처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黃大仙神도 북경 쪽 도교사원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웡따이신 묘를 지나 버스 종점 근처에서 하차하여 다시 산 쪽으로 오르면서 아파트 사이로 등산로 입구를 찾아야 한다. 가파른 계단 길로 연결된 길을 따라가면 자운산의 관음묘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다. 관음묘는 크지 않지만 입구에 돌아가신 분들의 화장한 재를 항아리에 넣어 모셔놓은 것이 특이하다. 우리나라처럼 묘지를 사용하지 않고 납골당 아파트 같은 인상을 준다.
절은 적지만 산을 깎아 만든 암자로 암자의 앞마당에서 보면 구룡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암자를 나와 다시 30분 정도 가파른 길을 걸어 오르면 자동차길이 나온다. 옛날에 터널이 뚫리기 전에 자동차로 고개를 넘었던 것으로도 보이며 지금은 컨트리 파크 관리차량이나 젊은 카 아베크족의 단골 길이라고 한다.
그 길에서 왼편으로 꺾어 약간 내려가면 맥러호스 트레일과 연결되어 라이온 록크로 오를 수 있다. 사틴 옛 고갯길을 오른편으로 꺾어 계속 오르면서 SATIN PASS 표지판이 난 곳으로 오른다.
가쁜 숨을 고르면서 10여분 올랐을까 옛 사틴 고갯길과 만난다. 고개마루 답게 주막집이 있다. 옛날 주막집은 아니지만 시원한 음료수가 잘 준비되어있다. 이 곳이 구룡을 둘러싸고 있는 병풍중 구룡성에서 멀지 않으면서 가장 넘기가 수월했다는 沙田고갯길 이다. 그 고갯길에서 왼편으로 난길을 따르면 월슨트레일과 만나고 다시 산의 허리를 감싸 내려가면 구룡水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는 水路(catch water)가 나온다. 수로를 따라 그 길을 계속 가면 望夫石(Amah Rock) 밑을 지나게 된다.
풍랑이 심한 이 곳의 어부들의 많은 아낙네가 아이들을 들쳐 입고 바다를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들으면 그때의 한숨소리도 동시에 石化되어 있는 것 같다.
옛 사틴 고갯길은 고개에서 좀 내려가면 오른편으로 가파른 계단길로 연결되어있다. 골짜기를 그대로 살려 만든 계단길이라 그늘이 짙고 혼자 다니기는 약간 무서울 정도로 호젓한 산길이다. 옛날에는 이 길이 끝나면 바로 사틴 강변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지금은 자동차길이 산 중턱에서 막아버려 길은 그 곳에서 유야무야가 되고 만다.
이 길이 끝나면서 약간 왼편으로 車公廟가 나온다. 車公도 도교 多神敎의 또 하나 경배대상의 神이다. 同名人은 宋나라 시대 장군이었다고 하는데 거구의 장신이다. 車公에게 기도하면 病魔가 놀래 도망을 가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겨울에도 감기 한 번 안 걸린다고 한다. 요즈음 세계적 독감으로 불편해 하는 분은 沙田의 車公廟에 한번 다녀오는게 어떨지...
또 그 아래로 짱다이욱(曾大屋) 있다. 1860년대 채석으로 돈을 크게 번 "짱군만" 이라는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20년이나 걸려 성채 같은 집을 지었다고 전한다. 쳐다만 봐도 틈새 하나 안 보이는 짱다이욱을 보면 하나의 거대한 금고를 보는 것 같다. 고개하나 넘은 등산길이지만 3시간 이상을 걷는 길이다. 사틴에는 시내로 들어오는 차편이 많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