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백 로드(龍脊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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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백 로드(龍脊道)

금년은 중국의 12간지 중 유일하게 實在 하지 않는 龍에 해당되는 해다. 따라서 금년에 태어난 사람은 龍띠가 된다. 중국사람들은 자신들을 용의 자손(龍種) 이라고 한다. 용이란 상상의 동물을 창조한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일부에서는 龍(lung)이 靈(ling)과 발음이 유사하여 초능력을 믿는 중국사람들이 추상적인 靈을 구상적인 龍으로 대체하였다고 본다. 중국 사람들의 민화에 물고기, 사슴, 박쥐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 발음이 여유로움과 벼슬이 높아짐과 복 많이 받는 것과 관계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인가 중국 황실에서 용을 빼앗아 갔다. 용을 황제의 상징으로 삼고 일반백성들은 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백성들의 반발로 나중에는 황실 龍과 백성 龍을 구분토록 하였다는데 그것을 龍의 발가락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발가락이 5개이면 황실용이고 발가락 3개가 될 경우 백성용이었다고 전해진다. 북경의 자금성은 중국의 明과 淸조의 正宮인데 온통 용의 그림과 조각으로 뒤덮여 있다. 거대한 용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 중국은 왕정이 없어지고 民國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용은 다시 황실에서 백성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리가 사는 홍콩은 용과 관계가 많은 도시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9마리의 용이 있다 해서 九龍이라는 지명이 홍콩에 있다. 중국이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이 이루어지고 경제가 발전할 때 흔히들 중국을 끌고 갈 두 마리의 용이 있다고 했다. 한 마리는 상하이를 용머리(龍頭)로 한 양자강 델타(3각주)와 또 한 마리는 홍콩을 용머리로 한 주강 델타를 말한다는 것이다. 홍콩과 상하이가 각각 주강과 양즈강 연안을 이끌어 중국 근대화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 만큼 홍콩의 역할이 중요한 것 이다. 홍콩이 용두라면 680만 홍콩주민 모두가 용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평소에 이러한 기분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홍콩섬에서 이러한 것을 현실적으로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한군 데 있다. 그곳이 문자 그대로 드래곤 백(龍의 등) 이다. 이번주 나의 트레일은 홍콩의 드래곤 백을 올라 21세기를 향한 홍콩의 기상을 느껴보는 것이다. 드래곤 백은 홍콩 섬의 남동 끝 부분인 섹오 컨트리 파크에 있다. 홍콩의 지상 전차가 끝나는 홍콩섬 동쪽의 사우케이완에서 섹오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는 파카 마운틴의 산허리를 잘라만든 길을 따라 왼편으로 차이완 시가를 바라보며 타이탐 로드로 향한다. 타이탐 로드와 섹오 로드의 갈림길인 타이탐 갭에서 버스는 좌회전하여 섹오로 향한다. 이 길은 타이탐 만의 벼랑길을 깍아 만든 길로 홍콩에서 경치좋은 드라이브 코스의 하나이다. 섹오로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타이탐 만과 레드 힐의 그림 같은 지중해 식 빌라촌이 보인다. 누군가는 프랑스 남쪽의 니스 모나코 가는 길과 비슷하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벼랑길이라 아주 아름답지만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다. 그래서 뛰어난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운전하여 가는 것 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길도 2차선으로 자동차가 왕래해야 할 정도로 좁기 때문에 경치에 한눈이라도 팔면 마주오는 차를 조심해야하고 절벽도 위험하다. 섹오에 자동차 데이트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커플이 가끔 신문에 난다. 버스가 윈디갭(섹오고개)에 닿기 전에 하차한다.(승용차를 끌고 가는 분은 근처 lookout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킬 수 있다) 드래곤 백으로 통하는 등산로 입구는 홍콩 트레일 7번 구간과 일치한다. 홍콩 트레일은 피크 트램 터미널이 있는 빅토리아 피크 광장 근처에서 시작하여 홍콩섬의 남쪽 기슭의 몇 개의 컨트리 파크를 지나 섹오의 다퀼라 반도에서 끝나는 8개 구간으로 된 전장 50km의 홍콩섬 트레일이다. 홍콩 트레일 일부이기도한 드래곤 백은 홍콩 트레일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등산로 입구는 길옆에 숨어 있기 때문에 버스를 하차한 후 동쪽으로 산길을 살피면서 온 길을 거슬러 오다 보면 찾아낼 수 있다. 길 반대편은 산 아래 토타이완 촌에서 올라오는 홍콩 트레일 6번과 연결되어 있다. 이 구간은 타이탐 호 근처에서 출발하여 水路(catch water)를 따라 이어져 있어 조금 지루하지만 평탄한 길이다. 그러나 홍콩 트레일 7번 구간에서 오르는 드래곤 백 트레일은 산의 비탈길로 나무도 없고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아니하여 돌 뿌리를 피하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금씩 올라야한다. 타이탐만을 등지고 40분 정도 오르면 산등성이가 좌우로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몇 번의 산모퉁이를 돌아 겨우 산등성이에 오른다. 드래곤 백으로 오른 것이다. 트레일은 오른편으로 섹오 마을과 왼편으로 타이탐 하버를 끼고 남북으로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간에 섹오피크(284m)가 낙타봉처럼 솟아 있다. 가쁜 숨을 몇 번 더 몰아 쉬어야 닿을 수 있는 봉우리이다. 드래곤 백은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섹오 피크를 지나 콜린손 마운틴(347m)까지의 일직선의 산등성이를 말한다. 가장 드라마틱한 구간이 섹오 피크와 콜린손 마운틴 사이이다. 앞쪽으로 남중국해가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발 아래가 대량만(big wave bay) 이다. 그 오른편으로 섹오의 고급주택지가 펼쳐져 있고 나인홀의 골프장도 내려다 보인다. 섹오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해안은 바위덩어리이다. (중국지도에 보면 바닷가에 澳라는 지명이 많다. 배가 닿을 수 있는 灣으로 영어로 bay와 같은 뜻이라고 한다) 영국사람들은 이곳을 문자그대로 Rocky Bay 라고 부른다. 홍콩섬의 중심을 센트럴이라고 하면 센트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바로 섹오다. 섹오는 홍콩섬 속의 離島같은 분위기를 주는 곳이다. 타이탐 갭에서 윈디 갭까지의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깎아, 자동차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탠리나 사이완 호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홍콩섬에서도 가장 깊숙히 숨겨진 곳으로 부자들의 별장이 많다. 지금도 섹오에서 수백 평의 널찍한 정원을 갖춘 고급 저택은 홍콩에서 상위급의 재력에 속하는 사람들의 현주소이다. 최근까지 섹오는 중국인이 살지 못했다고 한다. 법이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곳에 이사하기 위해서는 섹오 커뮤니티 카운슬을 통과해야 하는데 백인들, 주로 토박이들로 구성된 카운슬에서 중국인의 입주를 꺼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섹오 옆의 대량만은 작은 어촌으로 전쟁 중에는 항일 게릴라의 비밀아지트로 일본 헌병대의 눈을 피해 비밀회의가 곧잘 이루어 졌다고 전해진다. 대량만과 섹오가 바라보이고 멀리는 동룡도와 클리어워터 배이가 손에 잡힐 듯 하는 드래곤 백의 전망은 많은 등산객을 끌어들인다. 하산길은 홍콩 트레일 7번을 따라 콜린손 마운틴 산자락을 돌아 차이완이 내려다보이는 방향으로 180도 꺾어 돈다. 다시 왼편으로 포틴저 피크(312m)가 있고 콜린손 마운틴이 오른편에서 보인다. 가다보면 섹오 컨트리 파크의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은 차이완 주민의 아침 조깅 코스이기도 하다. 휴게소에서 차이완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 나가면 대량만으로 내려갈 수 있다. 홍콩 트레일 7번 구간은 대량만에서 끝난다. 대량만에서 사이완호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자동차를 트레일 입구에 주차해 두었을 경우 택시나 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나갈 수 있다. 드래곤 백에서의 하산길은 빠른 걸음으로도 한시간은 충분히 잡아야 한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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