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타우의 타이거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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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타우의 타이거 헤드

우리가 홍콩을 생각할 때는 홍콩섬 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행정구역으로서의 홍콩 즉, 중국의 홍콩행정특구(SAR)에는 홍콩섬은 물론 중국 심천 남쪽의 옌롱, 타이뽀, 구룡반도, 사이쿵반도 그리고 란타우 등 많은 섬이 포함된다. 홍콩섬은 전체 홍콩의 7%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전체 홍콩을 대변한다. 그렇게 된 것은 영국이 중국(淸)에 대해 1차 중영전쟁(아편전쟁)에서 승리한 후(1841년) 빼앗아낸 것이 홍콩섬 이었기 때문이다. 급한대로 창고(godown)지을 장소로 홍콩섬 하나 달랑 얻어 놓았지만 섬 하나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코앞의 尖沙咀에서 중국군대가 서성거리고 있고 그들이 언제 어디서 섬을 공격해 올지도 모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카오처럼 은근 슬쩍 눌러 살면서 중국에 렌트(地代)내고 타협한 것도 아니다. 전쟁을 했기 때문에 중국인의 영국에 대한 감정이 아주 나빴다. 두 번째 중영전쟁의 승리에서 구룡반도의 일부와(지금의 바운더리 로드 남쪽) 스톤컷터섬을 영구할양 받는다(1860). 항구로는 빅토리아 하버로 충분했지만 홍콩섬을 지키기 위해서는 홍콩섬을 바라볼 수 있는 구룡반도 일부와 스톤컷터섬이 필요했다. 영국육군은 구룡반도 (지금의 이스트침사cb이와 구룡성 사이), 해군은 스톤컷터섬에 군사기지를 구축하였다. 그러다가 이른바 신계지역이 홍콩으로 넘어온 것은 거의 40여 년이 지난후 1898년이다. 그때는 일본이 중국(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어 중국이 껍데기 뿐 임이 천하에 알려져 열강들이 "하이에나"처럼 쓰러진 코끼리를 물어 뜯어내는 상황이었다. 영국도 이 기회를 놓칠새라 산동반도의 위해시와 지금의 신계를 차지하게 된다. 영구 할양받기가 미안했는지 당시로는 영구와 마찬가지 의미로 1997년 6월 30일까지 99년간 조차를 했다. 란타우섬도 사이쿵반도, 옌롱, 타이뽀 등과 함께 영국 입양 동기생이다. 란타우섬은 홍콩섬의 2배나 되는 큰 섬으로 홍콩에 비하면 큰형 같은데도 홍콩에서 '아일랜드'하면 홍콩섬으로 이야기하고 란타우는 235개 離島의 하나로 치고 있다. 란타우는 영국사람들이 처음 왔을 때 당시 원주민들이 해란(海蘭)이 많이 자라고 있는 섬의 의미로 "蘭島"라고 했다고 하기도 하며 그 섬의 최고봉 봉황산이 대모산과 나란히 있다가 떨어져 나갔다는 의미로 亂頭島(broken head island)라고 불렀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란타우는 珠江河口와 홍콩섬 사이에 거대한 방파제처럼 버티고 있다. 주강의 퇴적물이 홍콩섬에 닿는 것을 차단한다. 란타우가 있기 때문에 마카오와 달리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가 수심이 깊고 푸른 하버를 유지할 수 있다. 큰형 란타우가 자리를 잘못 잡아서 (또는 간택이 안 되어서) 덩치 값은 못하고 있지만 홍콩 동생이 세계적 항구가 된 것도 큰형 란타우 덕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1840년 영국상인들은 홍콩섬과 란타우를 한동안 저울질했다고 함) 또한 란타우가 하나의 거대한 컨트리파크로서 홍콩시민의 휴식처를 제공해 왔고 최근에는 첵랍콕 공항건설로 홍콩의 관문역할을 잘 하고 있다. 디즈니랜드가 란타우에 들어옴으로써 홍콩의 장래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홍콩의 란타우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가족 관광센타로 다시 태어날 것 같다. 란타우는 섬인데도 높은 산이 많다. 홍콩은 빅토리아 피크가 552m, 파카마운틴이 532m 정도지만 란타우는 큰형답게 최고봉인 란타우 피크(봉황산) 934m, 산세트피크(대동산) 869m로 전체 홍콩의 최고봉인 따위산(957m)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새해 들어 워밍업이 필요하다. 너무 높은 산은 피하고 홍콩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란타우의 동북쪽 타이거헤드 "로푸타오(老虎頭)"가 이번 주 나의 트레일이다. 새해에 호랑이 머리에 올라보는 것은 새 출발의 기상이다 란타우의 로푸타오를 가는 길이 많이 있지만 우선 란타우의 정문인 銀鑛灣(silver mine bay)의 무이워(梅窩)를 거쳐 홍콩섬을 바라볼 수 있는 트레일을 택한다. 무이워는 새로이 만든 센트럴의 離島行 부두 7번으로 나가서 훼리를 타면 간다. 7번부두로 나가면 30분마다 훼리가 있다. 요즈음은 고속훼리가 다녀, 값은 좀 비싸지만(주말 경우 일반훼리 편도 15불, 고속훼리 30불, 주중에는 각각 10불과 20불) 가는 시간은 일반 훼리의 절반 시간인 30분이면 도착한다. 급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 훼리가 운치가 있다. 고속 훼리의 창문이 밀폐된 것과 달리 일반 훼리의 이층 데커에는 바닷바람을 그대로 쐴수 있어 좋다. 그러나 겨울철이나 비바람이 칠때는 고속 훼리를 권하고 싶다. 부두를 출발한 훼리는 長洲를 지나는 가 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서 은광만으로 들어간다. 곧 무이워부두에 닿는다. 무이워에 닿으면 란타우 곳곳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버스터미널 반대방향으로 무이워 마을로 들어간다. 은광만의 유일한 비치가 길게 펼쳐져 있다. 붐비지 않은 계절 탓으로 비치가 한가롭다. "실버마인 비치호텔"이 70년대 식의 단조로운 시골호텔 모양을 하고 있다. 여름 한철 비행기를 못 타는 홍콩의 피서객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비치주변에는 쓸만한 비어홀도 몇 개 있다. 베란다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넘실거리는 바다를 볼 수 있다. 마을을 돌아 뒷산으로 오르면 은광의 입구가 나온다. 영국사람이 이곳을 silver mine이라고 이름지었지만 란타우가 영국에 귀속되기 전인 1860년대 초 이미 중국정부에 의해 은광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당시는 괜찮은 은광이었다고 전해지지만 20년 정도 채굴된 후로는 광맥이 다했다는 것이다. 그후로는 은광의 질이 떨어져서 폐광되고 만다. 그때가 1886년경이었다고 하니 란타우가 영국에 귀속되는 1898년도 보다 12년 전의 이야기로 영국사람들은 은을 구경도 못한 셈이다. 무이워도 광산촌으로 개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초 은광 동굴입구가 3군데나 있었다고 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은을 캔다고 드나들게 되어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지금은 모두 시멘트로 막아버려서 동굴 속으로는 갈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무이워 뒷산의 은광 동굴 앞을 지나 홍콩섬의 케네디 타운의 아파트 숲을 바라보면서 로푸타오가 있는 디스커버리베이 방향으로 야산을 오른다. 이 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트레일이 아니라서 길 표시가 잘 안되어 있고, 길도 정비되지 않아 길은 가다가 없어지고 다시 연결되곤 한다. 그러나 높지 않은 산이면서 나무도 없고 산등성이를 따라 가는 길이라 앞이 빤히 보여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무이워를 벗어나서 2시간 가량 된 것 같다. 왼편으로 첵랍콕 공항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실버마인베이와 헤이링차우섬이 내려다 보이면서 바로 앞쪽으로 디스커버리베이 골프장이 엿보인다. 들과 억새가 뒤섞인 거치른 산을 보다가 녹색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페어웨이를 보니 골프장의 그린 피가 비싼 이유를 알 것 같다. 구릉이 낮으막 해 걷기에는 불편이 없는 길이다. 일반 등산객의 골프장진입을 막는 철망이 오히려 길을 안내하고 있다. 길은 골프장의 철망을 따라 이어져 있다. 30분 정도 걸어나가면 디스커버리베이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앞에 우뚝 바위명으로 뭉쳐진 '로푸타오'가 나타난다. 이름그대로 '타이거 헤드'이다. 그러나 호랑이 머리에 올라서서는 호랑이 머리인줄 모른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호랑이 머리이다. 구룡만은 라이온산(사자산)이 굽어보면서 지키고 있다면 愉景灣은 타이거가 수호하고 있는 형상이다. 로푸타오에 서면 디스커버리 베이 주택가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빌라스타일로 지중해연안의 별장지역 같다. 디스커버리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몇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19세기초 홍콩이란 이름이 알려질 무렵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이 지역 수심을 측량하였는데 당시 측량선의 이름이 "디스커버리호"였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본래 어촌인 이곳에 온 영국사람이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잘 못 들어 조개를 캐고 있다고 (와시엔)답한 것이 "파시엔(發現)"으로 들어, 그것이 디스커버리로 영역되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초 홍콩흥업(HONGKONG RESORT)의 차(査濟民)씨 가족이 이곳에 주택지와 골프장을 개발하였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디스커버리베이는 차씨 왕국이라고도 한다. 디즈니랜드가 인근 페니베이에 옴에 따라 한때 홍콩흥업의 주식이 천장부지로 뛰었다고 한다. 로푸타오가 홍콩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는 것은 그 곳에 오르면 란타우 뿐 아니라 홍콩, 구룡 신계를 360도로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에서 페리부두까지 셔틀버스가 부지런히 내려간다. 왼편으로는 대모산과 츄엔완, 튜엔문 사이로 타이람 컨트리 파크가 보이고 그 앞쪽으로 디즈니랜드가 들어올 페니베이도 조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너머로 칭마브릿지가 언덕 사이로 보였다가 말았다가 한다. 파노라마처럼 홍콩전체가 내 앞에 펼쳐진다. 팔만 벌리면 홍콩이 그대로 품에 안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불과 465m의 높지 않은 봉우리 인데도 이렇게 시계가 잘 트인 곳은 정말 드물 것 같다. 이름 그대로 좋은 경치라는 의미의 愉景灣을 실감할 수 있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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