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드링커 방어선(Gindrinker's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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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드링커 방어선(Gindrinker's line)

우리가 6월이 되면 6.25를 상기하듯 홍콩 사람은 12월이 되면 12월 8일 일본의 홍콩 침략을 기억한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로서 꼭 100년이 되던 해이던 1941년 12월 25일은 막강 대영제국이 당시 떠오르는 태양 일본에게 지금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항복을 한 치욕의 블랙 크리스마스 였다. 신고딕 식으로 잘 지어진 지금의 입법회의 화강암 건물이 당시 악명높던 일본 켄베이다이(憲兵隊)의 본부였으며, 당시 홍콩상하이 은행의 건물이 일본의 총독부 였다. 지금 황후 광장에 황후가 없어진 것도 그때의 일이였다고 한다. 1941년 12월 8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 기습 공격과 함께 미.영에 선전포고를 하고 동시에 수년전 이미 점령하고 있던 중국 광동성에서 발진한 일본 폭격기가 카이탁 공항을 공습, 영국공군기 5대, 미국의 팬아메리카 회사 소속 민항기 8대 등을 파괴시키면서 대홍콩 침략이 시작된다. 육로는 심천주둔 일본육군이 영국이 난공불락으로 생각했던 방어진지, 이른바 "진 드링커 라인"을 돌파한다. 진 드링커 라인은 췐완의 진드링커 베이(췐완과 칭이섬 사이)에서 城門水塘(싱문 리저봐르) 남쪽에서 沙田으로 연결되는 방어진지이다. 그중에 城門水塘의 방어진지는 싱문 리저봐르가 九龍의 생명수로 적에게 내 줄수 없을 뿐 아니라 방어선 자체가 九龍의 심장으로 통하는 전략요충(咽喉)이었기 때문에 빼앗겨서는 안되는 방어선 이었다. 1937년 7월 7일 일본이 중국 북경 근처에서 7.7 사변을 일으킨 후 사천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중국을 점령하게 되자 홍콩의 영국군은 언젠가 있을 일본의 홍콩 침공에 대비 방어 진지를 구축 하고 최 정예부대로 여금 지키도록 하였지만 일본군의 침공에 결국 굴복, 진 드링커 방어선을 포기하고 홍콩섬으로 퇴각 한다. 58년전 격전지 "진드링커 라인"이 이번주의 나의 트레일이다. 城門水塘 저봐르는 홍콩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컨트리 파크의 하나라고 한다. 해발 957m의 大帽山이 배경으로 버티어 있고 넓은 호수 그리고 울창한 수림, 신선한 공기, 바베큐장소도 잘 갖추어 있어 도시생활에 찌든 홍콩 주민들이 하루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손색없는 시민공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일요일은 "싱문의 몽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호젓한 등산 분위기가 깨지므로 토요일이 적당한 것같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대륙에서 불법 이민자가 산속에 숨어있다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않은 때를 골라 등산객을 가끔 공격한다고 하니 이것 또한 주의해야 할 것같다. 우선 MTR로 췐완 역에서 내린다. 역사를 빠져나오면 췐완 중심지인 마켓트 거리를 만난다. 城門水塘 아래 梨木樹 쪽으로 올라가는 미니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미니버스를 타고 20분정도 산으로 오른다. 버스는 S자형을 그리면서 산길을 따라 종점까지 간다. 종점은 城門水塘(저수지)의 거대한 댐 바로 아래에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왼편으로 댐 계단을 따라 오르면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城門이란 지명은 옛날 淸정부에서 반기를 든 明의 후예 일부가 이 일대에 城을 쌓고 저항 하였다고 하는데서 전해진다. 이곳에서 발원하여 沙田쪽으로 흐르는 강을 城門河라고 부르고 있다. 저수지가 들어서기 전에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파인애플을 키워 산아래 췐완에 가져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식민지 영국정부는 城門河 상류를 막아서 九龍 주민의 식수용 저수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완공된 해가 빅토리아 여왕 재위 50주년 Jubilee reservoire이 되는 해라하여 영국사람은 이저수지를 Jubilee 저수지 라고 부르고 있다. 호수 주위를 일주하는 트레일이 잘 닦여 있다. 보기에도 풍요로운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城門저수지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데 위치한 저수지의 하나라고 일행 중 누군가가 귀뜸해 준다. 그래서 산정호수의 의미 頂湖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호수를 오른편으로 바라보면서 트레일을 걷는다. 호수 반대편의 針山이 호수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요즈음이 호수의 수면이 가장 높아 호수의 풍성함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봄이면 건조기의 겨울을 지나므로 수면이 아래로 떨어져 호수를 만들 당시의 볼상사나운 산이 깍여진 모습이나 시멘트 벽이 노출된다고 한다. 컨트리 파크라 곳곳에 피크닉용 의자며 테이블이 놓여있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면서 가족단위의 피크닉 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도시의 소음도 전혀 들리지 않고, 공기도 너무 맑아 정신이 번쩍 들 정도 이다. 산의 계곡에서 호수로 들어가는 물줄기가 곳곳에 적은 폭포를 이룬다. 계곡의 물이 호수로 들어가는 지점에는 낚시꾼이 뭔가 낚고 있다. 우람스럽게 자란 나무는 토종보다는 오스트렐리아에서 수입한 유칼리(eucalyptus) 종류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현지에서는 검트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무가 푸른끼를 띄고 잎에서 증발되는 수액이 푸른 안개를 만든다는 블루검 트리, 나무가 버취(백양) 처럼 겹겹이 부드럽고 엷은 분홍색의 껍질로 쌓여있는 듯한 것이 레드검트리 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쟁 중에 이 일대의 토종나무가 소실되고 전쟁이 끝난후 1950년대에 본격적인 식수를 했다고 하니 그래도 어언 50년간 자란셈 이다. 키가 크고 수림이 서로 얽혀 하늘이 잘 안보일 정도이다. 호수면 까지 식수되어 곧 바르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1시간 쯤 걸었을까 호수의 가장 안쪽에 닿는다. 수몰되기 전에 마을의 제일 안쪽이며 가장 높은 곳에 해당되는 곳이다. 아직도 당시 수몰전의 건물 일부가 파손된채 남아있다. 흙벽을 자세히 보면 뭔가 쓰여있다. 저수지를 만듬에 따라 본래살던 토박이들은 졸지에 고향을 등져야 한다. 대부분이 웬롱(元郞)근처로 집단 이주되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당시 울분이 토벽에 쓰여진 글의 내용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길은 컨트리 파크로드의 포장도로와도 연결된다. 호수의 북쪽을 돌아 다시 호반의 오솔길로 접어든다. 낙엽이랄까 가을이 없는 홍콩에도 건조한 계절이 되니까 잎사귀가 말라 떨어지는 모양이다. 단풍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수분흡수가 잘안된 잎이 갈색으로 말라 약간 움직임이 있으면 떼구르하고 떨어진다. 오솔길에 떨어진 낙옆들은 한국의 가을기분을 약간 이나마 느끼게 만든다. 오솔길은 호수의 모양대로 들쑥 날쑥하다. 30-40분 걸었을까 沙田 쪽의 댐으로 나온다. 거의 호수를 일주한 셈이다. 댐을 건너고 진드링커 라인과 연결되는 맥러호스 트레일로 오른다.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참호가 죽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드링커 라인이다. 사용하지 않은지가 58년이 되었는 데도 당시의 참호가 아직도 건재하다. 입구마다 참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자세히 보면 런던시내의 거리 이름이다. 런던시내 거리 이름으로 수비군의 향수를 달랬을까! 참호는 깊숙히 연결된 듯 하지만 방치된 상태로 출입을 금지해 놓고 있다. 홍콩의 좋은 관광상품이 방치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부를 정리하여 燈을 달아놓고 당시 상황을 음향으로 효과를 내게 한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국군은 일본군 침공에 대비한 주저항선을 만들어 놓고 불철주야 방어 했다는 진 드링커 라인도 일본의 공격에 쉽게 무너졌다고 한다. 영국 수비군이 술(gin)을 많이 마셔 취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첩보전에 능한 일본군은 이미 진 드링커 라인의 취약점을 모두 파악해 놓고 있어 방어선을 돌파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인이나 광동인이나 얼굴이 같아서 영국이 일본의 스파이를 당해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일본군이 침공하기 수년전부터 홍콩 센트럴에 광동인이 경영하는 이발소가 있었다고 한다. 이발사들은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였으나 이발기술이며 서비스가 뛰어나서 많은 영국 장교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그중에 L 이라는 이발사가 가장 뛰어나서 모두 그를 좋아 했다고 한다. 홍콩인이 경영하는 이발소와 달리 충직한 광동인이 경영하는 이발소는 영국군 장교들이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던 모양이다. 일본군이 침공 18일 만에 홍콩은 함락되고 항복한 영국군은 모두 스탠리 수용소로 보내진다. 어느날 스탠리 수용소를 사열하고 영국군 포로 앞에서 아주 유창한 영어로 일장 훈시를 하는 일본군 특무 대령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군 장교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로 생각 하면서도 선뜻 기억을 해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가 바로 그 이발사가 L 이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진 드링커 라인에 오르면 동북쪽으로 大帽山이 성큼 다가오고 동남쪽으로는 下城門水塘과 九龍水塘이 내려다 보인다. 筆架山 넘어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가 아스라히 보이는 듯하다. 진드링커 라인에서 자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 및 일본의 젊은 군인들을 생각해 본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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