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음식이고 사람이 먹도록 요리되어 있다. 사람의 입맛에 잘 맞고 사람의 위장이 소화할 수 있도록 처리(요리)되어 있다. 일부지역의 음식을 제외하고는 음식은 보편성이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고 다른 나라 사람이 요리한 음식을 먹더라도 비슷한 맛을 느끼고 비슷한 즐거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방법에 있어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서로 기본매너는 아는 것이 음식의 맛을 더욱 높이고 즐거움이 배가된다고 본다.
일본음식을 주문해 먹을 때 "미소시루"라는 된장국이 나온다. 그릇도 대부분 칠기로 나무껍질로 만든 듯이 가볍다. 가벼운 용기는 음식을 먹기 전에 두 손으로 들기 쉽도록 한 것 같다. 미소시루는 두 손으로 또는 한 쪽 손으로 젓가락을 쥐고 마시기 좋게 조절하면서 입에 가져다 조금씩 마시게 되어있다. 그래서 우리의 된장찌개처럼 짜지도 맵지도 않다. 그냥 마시기에도 싫지 않은 맛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의 미소시루를 숟가락으로 떠먹는다고 할 때 식사를 초대한 일본사람은 당황해 한다. 숟갈이 가서 안될 곳을 갔기 때문인지 또는 그 숟갈로 된장국 그릇을 쏟아지게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중국음식을 먹을 때 보면 보통 자기 앞에 몇 가지 식사도구가 놓여있다. 서양식 음식의 경우 좌우에 칼과 스푼이 크기순서대로 또는 코스 순서로 쓰임새 있게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제일 바깥측에 놓여진 식사도구 순으로 양손에 각기 다른 포크와 나이프를 잡으면 된다. 그런 후 음식이 나오는 순서대로 쓰기만 하면 된다. 포크와 나이프를 쓰고 다 먹은 후에 그 음식의 접시 위에 오른쪽에 가지런히 놓아두기만 하면 웨이터가 그대로 들고 나간다.
식탁의 文(젓가락) 武(나이프) 대결
중국음식을 먹을 때는 자기 앞에 놓여있는 도구는 코스가 끝날 때까지 계속 써야된다. 서양음식을 먹을 때 도구가 서로 달라 한번 쓰고 퇴장하지만 중국음식은 계속 써야하므로 따라서 젓가락이 식탁보를 더럽히지 않고 쓰일 수 있도록 스탠드가 준비되어 있다. 일단 한 코스를 먹고 나서도 젓가락을 스탠드에 얌전히 두었다가 다른 코스가 나오면 다시 먹어야 한다. 중국음식뿐 아니라 여러 동양음식에는 나이프가 없다. 대신 젓가락이 있다. 대부분 아시아인의 음식습관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중국과 비슷하다. 중국에도 고대에는 젓가락이 없었고 칼과 숟갈로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중국의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 와서 칼이 사라지고 그때부터 젓가락이 등장하면서 젓가락이 칼을 대신했다고 한다. 공자는 文을 숭상하였기 때문에 武의 상징인 칼이 식탁에 나오는 것을 참치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두 개의 스틱으로 젓가락을 발명함으로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중국음식 먹을 때의 젓가락은 서양음식의 칼과 포크를 대신한다. 서양음식에는 메인 디시가 생선이냐 육류냐에 따라 칼과 포크가 다르지만 중국음식은 같은 것으로 다 처리한다. 그러나 중국음식을 먹을 경우 스푼이 2가지가 있다.
입술이 닿아서는 안되는 스푼
하나는 사기로 된 조그만 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금속(주로 銀製)으로 된 둥그렇고 자루가 긴 큰 숟갈이다. 이 자루가 긴 큰 숟갈은 입에 가져가서는 안 된다. 중국음식은 일반적으로 "十人一盤菜"라고 하여 한 접시 요리를 10명이 나누어 먹는다. 10명의 식욕이 틀리듯 덜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먹는 사람이 있어 상호 균형을 맞춘다. 그래서 10명이 되어야 여러 종류의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 경우 음식마다 서비스 스푼을 둘 수가 없다. 그래서 둥글고 푹 파져있어 음식을 운반하는데 편리한 개인용 서비스 숟갈을 각자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 숟갈로 자기 앞 접시에 먹고 싶은 만큼 조금씩 떠놓고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
물론 최고급 식당에는 웨이터들이 음식을 코스대로 한번씩 소개하고 각자 조금씩 떠주기 때문에 주는 대로만 먹는다면 개인용 서비스 숟갈이 필요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떠주는 음식은 비교적으로 조금씩 떠주고 남은 음식은 테이블에 놓아두기 때문에 더 먹고 싶을 경우 자기 숟갈을 사용하면 된다. 작은 사기로 된 숟갈은 탕을 먹을 때 사용한다. 일본음식은 아예 숟갈이 없는 경우가 많아 탕의 경우 두 손으로 들고서 마시게 되어 있으나 중국의 경우에는 묽든 진하든 반드시 숟갈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일본음식은 젓가락 하나로 모든 음식을 처리한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우리처럼 숟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젓가락으로 먹는다. 밥알하나 하나를 젓가락으로 찍어낼 정도로 젓가락 끝이 뾰족하다. 그 뾰족한 젓가락으로 뼈에 붙어있는 생선의 살을 모두 발라내서 먹는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