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은 중국의 정치문화의 중심이 된지가 오래된다. 그래서 과거의 지방에서 유행하던 것도 북경에 데뷔하고 북경에서 인정을 받으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다.
京劇이라는 것이 있다. 문자 그대로 북경 오페라다. 귀가 터질 것 같은 찢어대는 소리로 門外漢에게는 시끄러워 참기 어려운 오페라의 일종이지만 京劇으로 완성되기 까지는 각 지방에서 올라온 지방극을 집대성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북경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북경에 사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어야 한다. 그만큼 나름대로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북경에 사는 사람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지배민족인 만주족과 피지배민족 또는 참여지배족이었던 한족과 여타 소수민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황제를 위시하여 지배민족의 음식이 보급되는 것은 황제와 그 귀족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성도 있다.
추운 만주나 몽고벌판을 달리는 기마민족들이 먹는 음식의 하나로 슈안양로우가 있다. "슈안"이란 뜻은 물 속에 이리저리 흔든다는 뜻이 있다. 문자그대로 뜨거운 물에 얇게 쓴 양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넣어 이리저리 흔들면서 익힌다는 뜻이다. 일본의 사브사브나 우리의 신선로 하고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일본의 사브사브와 우리의 신선로는 얇게 쓴 고기를 뜨거운 물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좀 익었다 싶으면 젓가락으로 건져 올려 먹는 것이다. 그러나 슈안양로우는 고기를 젓가락에서 떼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기를 적당히 口味에 맞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음식은 본래 몽고족이 개발한 것으로 지역에 따라 징기스칸 요리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빠오라고 불려지는 텐트를 치고 가축을 포함한 온 가족이 그 텐트 속에 들어간다. 텐트 한 가운데는 굴뚝처럼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연기는 그곳으로 나가므로 텐트 속에는 연기가 차지 않는다. 공기가 잘 통하므로 불도 잘 지펴진다. 빠오천정에서 내려온 쇠줄에 냄비를 걸어서 물을 끓인다. 몽고 초원에 신선한 야채가 귀하다. 귀한 야채와 함께 얇게 썰어낸 양고기를 익혀 먹는다. 그것이 이동성이 강한 기마민족에게는 편리한 단백질 공급방법이다.
이러한 요리방법이 기마민족의 이동경로에 따라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일부는 일본 열도로 건너갔다. 우리의 신선로나 일본의 사브사브가 중국의 슈안양로우와 비슷한 것이 이러한 배경에서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양고기 대신에 쇠고기를 쓴다. 역시 환경이 羊보다는 소(牛)가 더 공급이 쉬워서라고 볼 수 있다.
동라이슌(東來順)과 슈안양로우
북경의 겨울은 슈안양로우를 떼놓고서는 이야기가 안 된다.
중국을 통일한 만주족 淸의 황실은 자금성의 고대광실에서도 만주벌판 빠오 속에서 즐겨 먹던 슈안양로우를 잊을 수 없었다. 황제는 가끔 자금성에서 신하들과 슈안양로우 대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황제와 함께 수백명의 신하들이 정장을 하고 1인분 슈안양로우 화꽈알(火鍋)에 양고기를 익혀 먹는 모습이란 일대 장관이었다고 한다.
과거 북경의 王府井 거리에 東來順이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이곳이 슈안양로우의 本家였다.
東來順은 1903년에 개업하였다고 전한다. 淸이 공식적으로는 1911년에 亡했으니 淸이 망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라이슌의 슈안양로우가 유명한 것은 그곳에서 사용하는 양고기(羊肉)는 내몽고의 꼬리짧은 綿羊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슈안양로우에서 시작된 뜨거운 냄비, 즉 화꽈알(火鍋)은 지금은 중국 어디로 가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방마다 특색에 맞추어 화꽈알에 익혀먹는 음식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쓰촨(四川)에는 고춧가루를 풀어서 붉고 맵게 만들고 그 붉은 매운탕 속에 별의 별 것을 다 익혀 먹는다. 쇠고기, 양고기 뿐 아니고 각종 육류와 생선도 익혀 나온다. 매운탕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져도 상관없다. 매운 맛에는 싱싱하지 않는 고기 맛도 묻혀 버린다. 홍콩 등 광동 지방에는 신선한 야채와 해물이 듬뿍 들어간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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