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K씨는 홍콩중국인에게 일방적 계약을 파기 당한 채 거의 3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연관된 한국거래선에 술 사주고 적지 않은 돈을 주어 다음 기회에 만회해주겠다고 한 것이 억울해 홍콩인을 소송하려면 언제까지 시간이 유효한지 물어왔습니다.
A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끝이 있습니다. 좋은 일도 언젠가는 끝이 있고 다행히 나쁜 일도 언젠가는 끝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태초의 "Big Bang"이후 100억년 후면 쇠퇴할 것이라는 물리적 계산이 나온다는 데 그 때쯤에는 인간이 벌써 다른 혹성을 식민지화 해 놓았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100년 후에는 아무도 존재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0여년 전 한국에 와서 공연했던 크리프 리차드가 60이 넘어서 한국에 또 온다고 합니다. 그 당시 팬티를 집어던지며 열광했던 여대생은 지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살아있어도 늙은 부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좋은 음악도, 열광하던 자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 것입니다. 막강했던 모 그룹 회장은 국제사기꾼이 되어 세계의 떠돌이가 되었고 그의 신화에도 끝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사소송제도에도 끝이 있습니다. 타인을 소송할 권리도 민사계약에 관한 것은 6년이면 권리가 없어지고 일반적 과실은 15년, 상해소송은 3년, 부동산 담보권 소송은 12년, 판결문 자체도 12년이면 무효화됩니다. (그러나 사적인 계약내에서는 Claim 할 수 있는 기간을 쌍방이 정해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필자는 최근에 소장을 고등법원에 등록하러 갔는데 그 날이 마침 6년의 시효가 소멸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법원 셔터가 내리기 10분전에 숨가쁘게 달려가 소장을 등록한 경험이 있습니다. 고객은 신기하게도 시효 소멸 하루 전에 찾아왔던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쉘던의 "Rage of Angels"라는 소설에 보면 상대방 변호사의 악한 꾀에 넘어간 주인공 여변호사가 소멸시효가 경과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히 마지막 날 상대방 꾀를 알아차리고 이미 때가 늦은 뉴욕에서는 소장등록을 못 하니 5시간 시차가 있는 하와이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급히 소장을 등록시키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래서 소멸시효는 변호사들에게 피를 말리는 경험을 주기도 합니다.
소멸시효가 시사하는 것은 많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종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아웅 다웅 타인을 헐뜯어봐야 결국은 얼마 후에 다 죽을텐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필자에게도 한 때 병적인 질투나 중상모략을 하는 사람이 있어 힘들었던 경험이 있지만, 위와 같은 소멸시효를 생각하거나 우주 억겁년을 생각하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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