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인 화요일 밤 7시 30분에는 센츄럴에 있는 시티홀에서 향음회가 두 번째 음악회를 가졌다. 올해는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자선음악회로 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향음회는 홍콩 한 복판에서 우리 한국인들을 한국 가요에 푹 젖게 만들어주었으며, 예술에 굶주린 마음들에게 베토벤, 바하, 드뷔시 같은 음악가들을 불러다 주었다. "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은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라고 열창된 그리운 금강산은 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의 가슴을 물결치게 했으며, "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을 부를 때는 홍콩에 살아도 함께 어울려 부등켜 안으니 외롭지 않다는 자부심이 목구멍까지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피아노의 느린 음이 강당을 가득 메우자... 관중들은 천장을 올려다 보며 속으로 '고향의 봄'을 따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협주와 함께 합창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냥 막이 내렸다.내년을 기다려 보리라.
홍콩엔 가지 않겠다고 자꾸만 뒤로 꽁무니를 감추는 '가을'을 두 대의 바이올린이 앞에서 끌자, 뒤에서 피아노가 밀어주고, 옆에서 첼로가 격려하며 성악가들이 부추기자 서서히 끌려오고 있는 가을의 환상을 보게 해 준 훌륭한 음악회였다. 공연이 마치고 우뢰와 같은 박수와 앵콜송이 불러질 때, 가을이 이미 우리 맘 속에, 홍콩의 한 복판에 와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