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감염자 수치가 꺾이기는 커녕 매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해 가고 있다. (3월초 집필 시기) 백신을 맞지 않은 노년층에서 사망자 수도 증가 중이다. 이로 인해 홍콩의 장례식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우리 교민들 중에는 홍콩 지인 가족의 부고를 듣고 적절한 예의를 표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 같다. 이에 오늘은 홍콩의 장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홍콩 장례식의 절차
홍콩 사람들의 장례는 일반적으로 장례장에서 거행된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상을 치르기도 했으나 1950년 중반부터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보내는 문화가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홍콩인들의 일상 생활이 분주해짐에 따라 장례 의식은 비교적 간소해졌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광동어 발음임)
1. 설령(設靈: 칫링)
‘수야(守夜)’라고도 부른다. 수야는 밤을 지킨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출빈(出殯) 전날 밤에 진행된다. 출빈은 장례를 지내기 전 집밖의 빈소에 시신을 내어다 놓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가족들이 밤을 새며 시신을 지킨다. 설령 때에는 종교 의식이 함께 치러진다.
2. 입렴(入殮: 얍림)
고인의 유체를 관에 넣는 의식, 즉 입관을 의미한다.
3. 대렴(大殮: 따이림)
고인을 기리기 위해 가족들이 시신의 모습을 지켜 보는 의식을 치른다. 관문을 닫은 후 사령(辭靈), 즉 고인과 작별 인사를 하는 절차가 종교 의식과 함께 진행된다. 그리고 나서 출빈 의식이 이어진다.
4. 하장(下葬: 하종)
매장이나 화장을 하는 단계다. 홍콩인들은 전통 관념으로 인하여 화장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인구 증가 및 토지 부족, 정부의 격려, 경제적 상황 등에 의해 60,70년대부터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조의금에는 1달러 동전을 함께
조의금을 광동어로 ‘빡깜(帛金)’이라고 하는데 흰 봉투를 준비한다. 우리나라는 결혼식 축의금이든 장례식 조의금이든 흰색 봉투에 돈을 넣는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축의금은 빨간색 봉투에, 조의금은 흰색 봉투를 건넨다. 특히 결혼식 때 흰색 봉투로 축의금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큰 실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흰 봉투에는 조문객의 이름을 쓴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이 손윗사람이면 ‘敬輓(경만, 광동어 발음:깅완)’, 손아랫사람이면 ‘輓’이라고 적는다. ‘輓’은 죽은 사람을 애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의금 금액은 일반적으로 101~201홍콩달러, 친한 지인이라면 301~501홍콩달러 정도다.
조의금 준비 시 주의할 사항이 있다. 일반적으로 1홍콩달러 짜리 동전을 함께 넣는 풍습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중화권 사람들의 관념에 숫자 1은 종종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의 의미하며, 불균형과 부조화라는 느낌을 준다. 반대로 쌍을 이루거나 짝을 이루는 짝수를 좋아한다. 하지만, 장례식 문화와 관련된1홍콩달러(一元)는 ‘오직 한 번’의 의미를 지닌다. 좋지 않은 일은 이 한 번으로 끝낸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숫자 ‘9’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상을 당한 가족은 조문객에게 1홍콩달러를 돌려 준다. 고인의 가족이 만약 300 혹은 500홍콩달러를 조의금으로 받으면 1홍콩달러를 답례금으로 돌려 주는데, 그러면 금액이 299, 499홍콩달러가 된다.
숫자 ‘9’의 발음과 ‘오래되다’의 ‘久’의 발음은 ‘가우’로 같다. 장례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금액이 9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홍콩달러를 조의금에 넣는 것이다.
장례식에 갈 때 반드시 정장을 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밝은 색의 옷이나 과도한 액세서리는 하지 않는다. 옷의 디자인이 너무 현란한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흰색이나 검은색의 옷이 무난하다.
조문객이 받는 타월, 사탕, 1달러의 의미는?
조의금을 받은 고인의 가족은 파란색으로 ‘吉儀(길의, 광동어 발음:갓이)’라 쓰여있는 흰 봉투를 조문객에게 전달한다. 흰색 타월과 사탕 하나,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대로 1달러짜리 동전도 봉투에 넣는다. 흰색 타월은 조문객이 눈물을 닦기 위한 것인데, 요즘에는 티슈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사탕의 의미는 달콤한 맛을 통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빨리 잊게끔 하는 것이다. 사탕은 당일에 먹어야 하며, 먹지 않은 것은 맛을 본 후 버린다. 1달러도 당일 꼭 써야지 집에 가지고 와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액운이 낀다고 여겨진다.
고인의 가족은 조문객에게 ‘감사합니다(뚜오제)’라고 인사하지 않는다. 상을 치르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의 문구는 길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손님을 배웅하지도 않는데, ‘사람을 보낸다(送人)’는 것이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산 사람에게도 적용되면 불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고인과 고인의 가족에게 절하는 풍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식사를 하지는 않는다. 보통 장례식이 끝난 후 가족들끼리 근처 식당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한다.
홍콩의 장례식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홍콩섬의 경우만 해도 노스 포인트의 홍콩빈의관(香港殯儀館, Hong Kong Funeral Home)이 유일하다.
참고자료: 《每日頭條》,https://kknews.cc/zh-hk/news/m34pjp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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