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훈 변호사] 골프가 인격이래요 [민사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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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골프가 인격이래요 [민사법편]

Q 홍콩에 주재원으로 온 지 3개월 밖에 안된 K부장은 "골프와 인생에 반반씩 투자하겠다"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큰 골프백을 걸머지고 새벽녘에 문 바깥으로 나가더니 그 날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는 회사 손님 접대한 다음 날 과음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를 치다 쓰러진 것입니다. 음치인 K부장에게 직장 상사는 전 날 VIP 손님이 오니 " 노래 2 탄식 준비해서 가라오케 오라"고 명령하자, K부장이 미망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증거가 있고, 홍콩에 부임하자마자 "홍콩에서는 골프가 인격이니 6개월 내에 90을 깨라"고 밥먹듯이 종용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미망인은 노래와 운동에 재질이 없었던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 물어왔습니다. A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한국인의 음주성향 및 술접대문화 때문에 직원의 건강을 해친 경우 업무상 재해로 판결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상사의 "무능하다"라는 질책을 받은 후 말을 못하는 함구증과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회사로부터 요양비를 받아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홍콩에서는 유사한 판례가 없고, 앞으로 있어도 한국과 같은 법원의 관대성은 없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음치에게 노래를 강요하는 것만큼 잔인한 행위도 없고 술을 못 먹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는 것만큼 무식한 행위도 없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인은 두 가지를 새디스틱할 정도로 즐깁니다. 미국 심리학 보고서에 의하면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70%가 무대에 서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했다고 합니다. 무대에서 못 부르는 노래를 불러 창피를 당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홍콩에 와서 업무 파악에도 정신 못 차리고 소위 '똥오줌 못 가리는' 사람에게 골프까지 강요, 스트레스가 극치에 달해 사망했다면 직장의 책임이 될 확률은 큽니다. 대한민국에서 소송하면 승소 가능성이 크나 개인주의가 발달한 홍콩에서 소송이 이루어진다면 K부장의 부분적 책임도 있다고 판결할 확률이 큽니다. 본인이 모든 것을 충분히 거절할 수도 있었고, 주량과 운동도 사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술을 먹고 그 다음날 직장상사가 일어나질 못해 상사 대신 K부장이 회사 경비로 골프장에서 운동 중 쓰러졌다면 홍콩법원의 동정을 더 살 것이나, 손님 접대와 관계없이 본인이 직장상사의 "90대" 종용으로 더운 날 열심히 연습하다 쓰러졌다면 책임은 본인에게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밤, 직장 업무 관계로 손님 접대를 회사 비용으로 했다해도 자기 몸을 관리할 사람은 K부장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미망인과 홍콩주재 한국 현지법인간의 민사소송은 대한민국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한국판례 때문에 미망인에게는 한국법이 더 유리합니다. 칼럼니스트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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