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훈 변호사] 8강 골든골 [경매/민사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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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훈 변호사] 8강 골든골 [경매/민사법편]

Q 지금은 서기 2040년. 안정환 선수가 2002년 6월 18일 이태리와의 16강 게임에서 골든골로 한국에 승리를 안겨준 후 wife의 약자 ‘HW'가 새겨진 축구화 양쪽을 관중석에 던지자 그 당시 K씨는 왼쪽 신발을 운 좋게 받아, 38년 동안 신주 모시듯 간수 했습니다. 그 당시 어린아이였던 K씨의 아들은 2040년 크리스티 경매장에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8강 만들어준 골든골을 차낸 안정환의 축구신발”이라는 설명과 함께 축구화를 경매에 부쳤습니다. Y씨는 거액을 내고 경매에 성공했고, 또 돈을 벌고 싶어 소드비 경매장에 축구화를 또 내놓았으나 한 푼도 건지지를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안정환은 헤딩으로 골든골을 했지, 킥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가짜라는 이유였습니다. Y씨는 크리스티 경매회사나 K씨 아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서 돈을 건질 수 있는지요. A 일단 2040년에도 법이 지금과 동일하다고 간주하겠습니다.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회사는 계약서에 반드시 물건의 진위여부를 보증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항상 넣습니다. 그리고 감정사를 동원해서 직접 감정을 한 후 입찰을 하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만약 감정을 포기하고 크리스티라는 회사의 명성만 믿고 가짜를 사면 크리스티는 일단 책임이 없게 됩니다. 월드컵 기록을 뒤져보면 골든골이 헤딩이었는지 왼발 킥이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Y씨는 항변할 것이고, 그래서 기초적인 정보도 확인하지 않은 크리스티가 과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는 크리스티대로 Y씨에게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모르고 어떻게 함부로 그 말을 믿고 큰돈을 투자했느냐고 할 것 입니다. 두 사람 주장 모두 일리가 있으나 법적으로는 크리스티 쪽이 더 유리합니다. K씨 아들도 할말이 많습니다. 그 당시 나이가 어려서 잘 몰랐다고 할 수 있고, 축구에 워낙 관심이 없었거나 기억력이 없어지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주장할 지도 모릅니다. 일단 검증을 하지 않은 크리스티의 명성은 망가질지 모르지만 법적으로 Y씨에게 배상할 책임은 없습니다. 크리스티 자체가 법망에서 벗어나면 Y씨는 K씨 아들을 상대로 송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Y씨는 크리스티와 계약을 한 것이지 K씨의 아들과 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K씨의 아들과 계약을 직접 했다면 물건을 돌려주고 환불 받을 자격이 당연히 있습니다. Y씨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법이 아닌 과실(영어로는 tort라고 함)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를 크리스티와 K씨 아들 동시에 지정하면 크리스티는 책임을 K씨 아들에게 전가할 확률이 크므로 Y씨는 K씨 아들을 직접 소송 못해도 tort로는 간접소송이 가능합니다. 얼마전 돈 많은 한국인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송나라 때의 도자기를 샀다가 가짜라는 것이 판명된 유사한 일이 벌어졌으나 배상을 못 받고 포기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 한국인도 미리 감정사를 데려가 확인하지 않고 산 것을 후회했었습니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 될 물건을 사는 사람은 미리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돈을 조금이라도 건지고 싶으면 Y씨의 최선 방법은 골든골을 차낸 축구화가 아니라 「골든골을 넣었을 때 왼발에 신었던 축구화」로 재차 경매에 부쳐 최대한의 액수를 받아내는 것뿐입니다. 오재훈 변호사 ejho@mail.hklawsoc.or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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