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백화점 7층 주방용품전문매장.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지의 내로라하는 유명브랜드 주방용품들이 그 명성과 역사를 빛내고 있는 곳이다. 기라성같은 그 곳에 요즘 한국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문이 기자에게 들렸다. 소문의 진상을 따라갔더니, 김운영 사장이 레이다에 잡혔다. 홍콩사람들에게 한국 주방용품의 대명사로 알려진 실버스타(Silver Star, 銀星廚具)의 대표이사가 바로 그다.
김운영(金澐泳, 55년生) 사장은, 지난 2001년 10월, 수요저널 311호에 이미 소개된 바 있어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김사장은 홍콩에서 주방용품(kitchen ware)관련업을 10년 넘게 해온 이 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쿡웨어 및 차이나웨어 유명브랜드들의 회사현황은 물론 기업이념까지 줄줄 꿰고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백화점업계에서 그가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에 있는 리테일마켓의 가장 핵심인 백화점과 대형수퍼마켓에 그가 쌓아놓은 신뢰의 벽은 탄탄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 신뢰가 결국은 소고백화점에 ‘실버스타’ 매장은 물론 ‘한국도자기’ 까지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에 대해 김사장은,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표현한다.
[[1[[ 1943년에 설립되어 올해 60주년을 맞는 한국도자기는 한국에서 인기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나, 해외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그 지명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홍콩 리테일 마켓의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소고백화점에 한국도자기가 쉽사리 들어올 수 없는 이유 역시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지명도의 문제였다. 그러나, 홍콩내 백화점 32개 중 26군데에 자사브랜드로 주방용품을 납품하면서 홍콩 백화점업계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 김운영 사장이 개입하면서 일은 달라졌다.
김운영 사장은 소고백화점 7층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압력밥솥의 대명사 휘슬러(Fissler)를 뒤쪽으로 밀고 그 자리에 실버스타 매장을 크게 들여놓는 한편, 한국도자기 매장을 따로 상설해놓고 한국산 차이나웨어의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김사장이 이미 쌓아놓은 매장 매니지먼트 노하우와 운송 및 창고 능력이 이를 가능케 했음은 물론이다.
홍콩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실버스타 제품은 현재 미국, 아일랜드에도 수출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쿡웨어의 60퍼센트 이상이 실버스타라는 통계수치도 있다. 중국 선전에 오픈할 Jusco 백화점에도 납품이 계획되어 있다. 이만 하면 한국산 주방용품의 새로운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그가 유별나게 한국상표에 자부심을 느끼는 데는 아내 정도경씨의 고집도 한 몫 하고 있다. 실버스타가 한국으로도 수출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색을 하는 정도경씨는, “한국과 한국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못하게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른 브랜드를 제외하고 ‘한국도자기’를 홍콩으로 수입한 것, 실버스타 제품에 꼭 ‘Korea Product' 라는 글자를 새기도록 하는 것 등이 정도경씨의 애국적 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나라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도경씨는 홍콩침례대학(Baptist University)에서 1992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한국어 선생이다. 그 인기의 원인은 열정과 완벽함이라고 SCMP 영자지가 섹션 파트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그릇을 팔아먹지만, 삶의 모토는 'Enjoy Yourself'로 정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김운영 사장이 했던 말은 그와 가족들의 삶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 열매는 자녀들을 통해 나타났다. 김사장 부부가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는 사실 중에는 딸 보람(19세)이의 탁월함이 있다. 현재, 노쓰웨스턴대학의 메디칼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보람이는 2001년 SAT 시험에서 만점(1600점, verbal-800점 Math-800점)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사틴칼리지 재학시절 전과목 A학점을 받아 교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운영 사장 부부가 딸 보람이와 아들 광범(17세)이를 기특해하는 것은 이들의 두뇌보다는 가슴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랑하는 자녀를 바라보면서 김운영 정도경 부부가 결심하는 것 역시 사랑의 실천이다.
에밀리(emilylee@hkst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