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앰블런스가 혹사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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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앰블런스가 혹사당하고 있다

위의 제목은 싸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5월 20일자가 관련기사를 보도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홍콩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 지 짐작이 간다. 그러니까, 공짜로 부를 수 있는 앰블런스를 홍콩사람들이 지나치게 자주 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화기 들어서 999번만 눌러 어디 어디가 급하게 아프다고 말하고 주소만 대주면 애앵~ 애앵~ 하고 5분 혹은 10분 이내로 구급 앰블런스가 달려와 주는 것이다. 물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위의 싸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보도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구급 앰블런스를 불러서 달려가는 건수의 75퍼센트가 감기로 인한 두통이거나, 피부병 환자라고 한다. 그야말로 앰블런스가 오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이 전하고 있는 수치로 상황 파악을 해보자면 이렇다. 하루 평균 구급 앰블런스를 불러대는 건수는 1분에 201명, 가장 많이 앰블런스를 찾는 시간은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 이 사이에 의사가 응급실에서 앰블란스 환자를 받는 것은 12,904명이라고 한다. 응급 환자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병원은 United Christian 병원, 두 번째로 많은 병원은 Kwong Wah 병원, 세 번째로는 Queen Elizabeth 병원이라고 한다. 유나이티드 크리스챤 병원의 경우 지난해 262,128명의 응급 환자를 받았다고 하는데 하루에 718명을 받은 셈이다. 전체인구 약 650만 명의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 치고는 혀를 내두를만한 수치다. 제목이 이해가 되는 수치이다. 999 응급 전화를 눌렀을 때, 앰블런스가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다고 항의를 해대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려던 홍콩구급대는 같은 사실을 입법국에 알리며 휴~ 한숨을 쉬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정부가 이런 상황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밤중에 일어나는 응급처치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할 것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도 입법국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999 응급 앰블런스에 실려온 환자를 각 병원이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HK$621이라고 한다. 물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일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218인 것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더 드는 비용이다. 이에 대해 입법의원 렁 체흥 의사는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앰블런스를 부르는 사람에 한 해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이에 대 한 보건복지부 장관 캐더린 혹 로시우칭의 답변은 노우이다. 심한 언쟁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함부로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응급 앰블런스를 대기하고 있는 홍콩구급대, 그러나 감기로 머리만 아파도 999를 눌러버리는 국민들의 이기심과 편리함, 그들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홍콩 정부, 우리가 이런 환경 속에서 오늘도 살고 있다. 홍콩정부는 엄격한 규제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과 선의의 피해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반 수 이상이 엄살이라는 걸 알면서도 봐주는 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하는 일이니 알아서 하라는 직무유기일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어쨋거나 외국인으로서 홍콩에 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세금은 꼬박 꼬박 내지만 홍콩 당국이 제공하는 복지 시설이나 서비스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홍콩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구급 앰블런스 999를 부를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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