企
꾀할 기, 발돋움할 기
企(기)는 사람 인(人)과 그칠 지(止)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그칠 지(止)는 딱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발자국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企(기)는 사람(人)이 발을 멈추고(止) 제자리에서 무언가를 보려고 발돋움을 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여러 한자의 뜻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한편 企에는 무언가를 꾀하거나 도모한다는 뜻도 있는데 지금은 이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기업(企業)은 사업(業)을 꾀하는(企) 집단이고, 기획(企劃)이란 어떤 일을 꾀하고(企) 계획(劃)하는 일을 뜻합니다.
홍콩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보면 “게이 뎅 뎅” 이라는 안내방송을 자주 듣게 되는데, 걷거나 뛰지 말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라는 뜻입니다. 한자로는 企定定(기정정)이라고 쓰고 광동어로 “kei5 ding6 ding6”이라고 읽습니다. 우리는 企를 발돋움한다는 뜻으로 쓰지만 광동어에서는 그냥 서 있는다는 뜻으로 쓰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같은 한자가 나라나 지역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찾아본 바로는 대만 사람들에게도 企定定이 어색한 표현인 듯 합니다. 대만 에스컬레이터에서는 站穩踏階(참온답계), 멈춰서(站, 우두커니 설 참) 편안하게(穩, 편안할 온) 계단을(階, 섬돌 계) 밟고 있어라(踏, 밟을 답)라고 한다고 하네요.
사진은 홍콩 지하철에서 발견한 안내 포스터인데 여기에서도 기정정(企定定)을 볼 수 있습니다. 握扶手(악부수) 企定定(기정정), 손잡이(扶手)를 잡고(握) 고정되게(定定) 서 있으라는(企) 뜻입니다. 손잡이를 잡으라는 부분의 그림에서는 한자가 팔에 그려져 있고 제자리에 서 있으라는 부분의 그림에서는 한자가 다리에 그려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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