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
까마귀 오, 검을 오
옛날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면서 온 몸이 검기 때문에 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 조(鳥)에서 눈을 상징하는 획 하나가 빠진 글자가 까마귀 오(烏)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새의 시점에서 그린 지도를 조감도(鳥瞰圖)라고 하는데, 여기서 획 하나만 빼면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가 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형편없는 군대를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오합지졸(烏合之卒)이 있는데, 글자대로 보면 까마귀(烏)가 모여있는(合) 것과 같은(之) 무리(卒)라는 뜻이 됩니다. 경기도 오산시(烏山市)의 이름에도 까마귀 오 자가 들어가는데, 그래서인지 오산시의 캐릭터가 까마귀입니다. 음력 칠월 칠일에는 전세계의 까마귀와 까치가 모여서 견우와 직녀를 위해 다리를 만드는데 그 다리의 이름이 까마귀(烏) 까치(鵲) 다리(橋), 오작교(烏鵲橋)입니다.
오(烏)에는 까마귀라는 뜻과 더불어 '검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까만 닭을 오골계(烏骨鷄)라고 하는데, 까마귀(烏) 뼈(骨) 닭(鷄)이 아니라 검은(烏) 뼈(骨) 닭(鷄)이라는 뜻입니다. 율곡 이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오죽헌(烏竹軒)인데, 오죽은 검은(烏) 대나무(竹)라는 뜻이고 헌(軒)은 집 헌 자이니 합치면 '검은 대나무가 있는 집'이 됩니다. 지금도 오죽헌에 가면 오죽을 볼 수 있습니다.
장을 보러 갔다가 숭어를 봤습니다. 우리는 숭어라고 부르는데 홍콩에서는 오두(烏頭)라고 부르네요. 까마귀 오(烏)에 머리 두(頭) 자인데, 숭어 머리가 까마귀를 닮은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도 머리 부분 색깔이 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말의 숭어는 뛰어난 물고기라는 뜻의 수어(秀魚)의 발음이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홍콩수요저널이 추천하는 집단 지성